신제품 공개행사 공개 제품 4종 중 절반이 보급형 모델
아이폰SE·아이패드8세대·애플워치SE 등 보급형 라인 집중
iOS 운영체제 시장 점유율 높이고 애플 생태계 진입 문턱 낮춰

[스페셜경제=최문정 기자]콧대 높던 애플이 달라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프로’ 모델을 새롭게 런칭하며 ‘가격도 성능도 프리미엄’이란 평가를 받던 것과 달리, 줄줄이 ‘보급형’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16일(한국시간) 애플은 온라인으로 신제품 공개행사를 열고, 신형 아이패드와 애플워치를 각각 공개했다. 이날 애플은 ‘아이패드 에어 4세대’, ‘아이패드8세대’, ‘애플워치 6세대’, 그리고 ‘애플워치SE’를 공개했다. 총 4개의 신상품 중 절반에 해당하는 2개의 기기가 보급형 제품이다.

 

▲ 애플이 16일 공개한 보급형 아이패드인 '아이패드 8세대' 제품사진 (사진=애플 홈페이지)

 

▲ 애플이 16일 공개한 보급형 스마트워치인 '애플워치SE' 제품사진 (사진=애플 홈페이지)


애플은 이번 아이패드8세대와 애플워치SE의 출시로 자사의 모바일부문 제품에 모두 보급형 모델을 보유하게 됐다. 애플은 올해에만 지난 5월 스마트폰인 ‘아이폰SE’를 시작으로, 태블릿인 아이패드8세대, 스마트워치 애플워치SE를 출시하며 보급형 기기 라인업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애플이 보급형 모델이 관심을 가진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다. 실제로 애플은 지난 2015년 ‘아이패드프로 12.9’를 출시하며 프리미엄 기기에 집중해왔다. 이어 지난 2017년에는 아이폰 출시 10주년을 맞아 ‘아이폰Ⅹ’을 출시하며 150만원대 프리미엄 폰 시대를 열었다.

이어 출시한 ‘아이폰XS’, ‘아이폰11Pro’ 역시 100만원 중반대였고, 약간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된 ‘아이폰XR’과 ‘아이폰11’역시 100만원에 육박하는 고가제품이었다. 아이패드 역시 꾸준히 프로 제품을 출시했다.

애플의 이러한 프리미엄 행보가 꺾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6년 ‘아이폰SE’를, 2017년에는 보급형 기기인 ‘아이패드5세대’를 출시하면서부터다. 이 두 기기는 각각 애플의 구작인 ‘아이폰5S’와 ‘아이패드에어’의 폼팩터를 활용한 제품이다. 구작의 부품을 사용해 가격은 낮췄지만 최신 칩셋을 탑재해 성능은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마케팅에 나섰다.

 

▲ 애플이 지난 5월 한국에 출시한 보급형 기기인 '아이폰SE' 2세대 제품사진. 해당 제품은 전작인 '아이폰8'에 쓰인 부품 일부룰 재사용해 제작했지만, 출시당시 최신 칩셋인 A13바이오닉칩을 탑재했다. (사진=애플 홈페이지)


출시 당시만 해도 애플의 일회성 재고부품 소진 전략이라 여겨졌던 보급형 기기는 아예 정규 공개 스케줄로 편입됐다. ‘아이패드 6세대’부터는 프로 시리즈의 전유물이었던 스타일러스펜인 ‘애플펜슬’을 지원하기 시작했고, 이는 ‘아이패드 7세대’, 아이패드 8세대로 이어졌다. 실재하지 않는 휴대폰이라는 의미의 ‘유니콘폰’, 매번 다음달 출시 예정이라는 루머가 돌아 ‘담달폰’이란 별칭으로 불리던 아이폰SE도 2세대 모델도 출시했다. 이번엔 그동안 출시하지 않았던 애플워치 보급형 모델까지 출시했다.

애플이 이와 같은 보급형 전략을 펼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여러 스마트폰 제조사가 같은 운영체제(OS)를 사용하는 안드로이드 진영과 달리, 애플은 자사 모바일 제품군에만 iOS 운영체제를 공개한다. 애플의 모바일 보급형 기기 출시 뒤에는 iOS 운영체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려는 의지가 숨어 있는 셈이다.

실제로 애플은 iOS 기반의 구독형 서비스를 크게 강화하고 있다. ▲구독형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 ▲자체 음악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뮤직’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인 ‘애플TV’에 이어 최근에는 월정액 구독형 게임 서비스인 ‘애플 아케이드’도 출시했다.

 

▲ 애플의 통합 서비스 패키지 상품인 '애플원' 로고 (사진=애플 홈페이지)

17일 발표에서는 서비스 패키지 상품인 ‘애플원’도 발표했다. 애플원은 따로 구독해야 했던 아이클라우드, 애플뮤직, 애플TV 플러스(+), 애플 아케이드, 애플 뉴스+, 애플 피트니스+ 등 애플의 6대 서비스를 패키지로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올해 가을 출시 예정이다.

이와 같은 부가 콘텐츠는 모두 iOS 환경에서만 구동되기 때문에 애플로서는 기기의 전체 시장 점유율 확대가 이러한 콘텐츠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다. 올해 2분기 애플의 서비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133억 달러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애플의 보급형 모델은 구세대의 폼팩터와 재고부품을 적극 활용해 단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이에 따라 인도 등 신흥 스마트폰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국가들에 보다 저렴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싼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심리를 공략함으로써, 애플 생태계에 발을 들이도록 하는 일종의 유인 상품인 셈이다.

IT 리서치 업체인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2억9500만대로 지난해보다 20.4% 가량 줄었다. 다만 애플은 전년 대비 0.4% 감소에 그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악재에도 선전했다. 아네트 짐머만 가트너 리서치 부사장은 “(보급형 모델인)신형 아이폰SE 출시로 이전 아이폰 모델 사용자들의 스마트폰 교체가 촉진됐다”고 말하며 애플의 선전 요인으로 보급형 신모델 출시를 꼽았다.

  

스페셜경제 / 최문정 기자 muun09@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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