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1일 지주사·건설·석유화학 분할
현물출자 통해 지분율 높여 지배력 강화할 듯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대림산업이 지배구조 개편을 본격화한다. 대림산업은 국내 재계 순위 18위인 대림그룹의 모회사다. 

 

앞서 대림산업은 자회사인 삼호와 고려개발을 합병해 지난 7월 1일자로 대림건설을 공식 출범한 바 있다. 이번에는 건설과 석유화학 부문을 따로 떼어낸다. 

 

16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내년 1월 1일 지주사·건설·석유화학 3개 회사로 분할하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 

 

우선 기존 대림산업을 건설사업부 ‘디엘이앤씨’와 지주사 역할을 할 ‘디엘’로 인적분할한 뒤 디엘에서 석유화학부 ‘디엘케미칼’을 물적분할하는 방식이다. 분할비율은 디엘과 디엘이앤씨가 각각 44%, 56%로 정해졌다.

 

분할이 모두 완료되면 자산 10조1000조 원에 달하는 대림산업은 디엘(자산 3조3000억원), 디엘케미칼(1조4000원), 디엘이앤씨(자산 63000원)로 나뉘게 된다. 

 

디엘은 변경상장, 디엘이앤씨는 재상장을 추진하게 되며, 디엘케미칼은 디엘의 자회사가 된다. 

 

물론 디엘이앤씨를 가지고 있는 다른 주주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디엘 주식을 많이 교부받는다면 지배력이 51.67%보다 더 낮아질 수는 있지만, 보통 시장에서는 성장성이 있는 사업회사가 지주회사보다 인기가 많기 때문에 수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대림산업은 건설과 석유화학이 한 지붕 아래 있어 투자 제약이 적지 않았다. 사업 간 시너지도 적은데다 경기 사이클도 달라 석유화학의 시황이 변동하면, 건설사업 투자가 위축되는 식으로 영향을 받았다. 

 

이번 기업분할을 계기로 사업별 특성에 따른 성장 전략을 수립,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지주사인 디엘은 계열사별 독자적인 성장전략을 지원하고, 조율하는 역할에 집중한다. 디엘이앤씨는 안정적인 이익 성장을 발판으로 디지털 전환을 가속해 생산성을 혁신하고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사업자) 중심의 사업자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디엘케미칼은 저원가 원료 기반의 사업을 확대하고, 윤활유와 의료용 신소재 사업 진출을 통해 세계 상위 20위의 석유화학 회사로 발돋움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대림산업 특은 지주사 중심의 투명한 기업지배구조가 확립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기존 내부거래위원회를 확대 재편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를 운영할 계획이다. 사외이사 중심으로 이사회를 운영하기 위해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선임사외이사 제도도 도입한다.

 

증권업계에서는 기업분할이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의 경영권 강화를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해욱 회장은 실제 대림산업의 지주사격인 대림코퍼레이션을 통해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회장은 대림코퍼레이션 최대주주로 52.3%의 지분을 갖고 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대림산업의 최대 주주이지만 지분은 21.7%에 불과했다. 대림학원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모두 더해도 1.45%가 늘어난 23.1%에 그친다. 

 

반면 국민연금(12.7%), 외국인(40.6%), 기타 주주(23.6%) 등의 지분율은 76.9%에 달한다. 이 회장의 지분율이 주주총회 특별결의 지분율 요건인 33%(주식 발행총수의 3분의 1)에는 미치지 못하는 만큼, 의사결정에 제약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이 회장의 대림산업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분할이 필요했다는 해석이다. 지주사가 출범하게 되면 디엘은 디엘이앤씨 지분을 확대하고 대림코퍼레이션은 디엘 지분을 확보하면서 이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디엘이 유상증자를 통해 대림코퍼레이션이 가진 디엘이앤씨 주식을 현물 출자받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림코퍼레이션이 디엘이앤씨 주식 21.67%를 전부 현물 출자할 경우, 디엘 주식 30% 이상을 취득하게 된다. 디엘은 디엘이앤씨 주식 21.67%를 가지게 되고, 대림코퍼레이션은 디엘에 대한 지배력을 51.67% 수준으로 높이게 된다. 

 

김열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디엘이 신주를 발행하고 디엘이앤씨 주식을 공개매수·주식스왑(주식교환)을 통해 디엘이앤씨는 디엘의 자회사로 편입되는 동시에 대림코퍼레이션의 디엘 지분율을 높일 것”이라고 봤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이번 분할 결정으로 대림산업은 지주사 전환과 함께 순수 지주사인 디엘을 중심으로 한 화학·건설·기타 부문의 지배구조를 완성할 전망”이라며 “기존 대림코퍼레이션의 취약했던 대림산업 지분율은 인적분할·현물출자 과정을 거쳐 디엘 지분율을 ‘21.7%+@’로 높이는 지배력 강화 수순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진성 KTB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분할 후 현물출자방식을 통해 최대주주 지배구조를 보다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디엘은 디엘이앤씨 주주들로부터 디엘이앤씨 발행주식의 현물출자 신청을 받고 그 대가로 현물출자를 한 주주들에게 디엘 신주를 발행해 배정하는 방식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상법 개정안과 공정저래법 개정안 등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기업 경영활동에 대한 제약이 늘어난다. 이들 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 선임, 상장회사 의무지분율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데, 최대 주주의 영향력 축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약한 지배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었던 셈이다. 

 

다만 대림산업의 지주사 전환은 완전히 마무리된 건 아니다. 이 회장에서 지주사격인 대림코퍼레이션, 다시 디엘로 이어지는 구조가 아직 해소되지 않아서다. 중간 지주사인 디엘을 세운 만큼, 장기적으로 완전 지주사로 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대림산업은 지주회사 합병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