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현장] ‘은행권 채용비리’ 몇 년 지나도 부정채용자는 정상 근무

오수진 기자 / 기사승인 : 2020-10-13 17:07:41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 13일 국회 정무위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오익근(왼쪽) 대신증권대표이사와 정영채(오른쪽 세번째) NH투자증권 대표, 박성호(오른쪽) 하나은행 부행장 등 참석자들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스페셜경제=오수진 기자]취준생들을 울린 은행권 채용비리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불씨가 꺼지질 않는다. 당시 논란이 됐던 부정채용자들은 별다른 조치 없이 정상적으로 근무를 이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부정 채용으로 입사한 은행 직원들 67%는 여전히 해당 은행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부정 채용 판결을 받았지만 법적으로 제지할 장치가 없어 근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13일 국회 정무위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대법원 확정판결로 인용된 4개 은행 부정채용자 61명 중 41명은 현재까지 정상 근무를 하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은 채용 점수 조작 등 부정 채용 판결을 확정 받은 직원은 36명에 달한다.

배 의원은 “2018년 은행 채용비리 사태가 발생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은행들은 여전히 해당 직원의 채용을 유지하며 정당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피해입은 시험응시자들은 피해자로 특정하지 못해 구제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이 현재 취하고 있는 모습은 국민의 시각에서는 해결 의사가 없는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전국은행협의회가 만든 모범규준만 보더라도 부정채용자를 채용 취소 또는 면적 조치를 할 근거가 없다. 자신의 부모와 지인이 부정채용을 시켜줬을 뿐, 본인이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채용 취소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배 의원은 “이런 모범규준을 만든 은행협회는 국민들의 비난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은행협의회에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더 크게 나아가 채용비리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에 대해 은행이 구체적으로 구제하려는 대책도 마련하지 고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이에 부정채용 입사자 본인 가담과 무관하게 채용취소 등을 강제할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이 부각됐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채용비리 때문에 금융산업, 특히 은행산업이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 것에 대해 국민들게 송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개인적으로 의원님 지적하신 부분에 동의하지만 저희 금융감독원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어 “은행연합회와 금융위원회 등과 (법 제정에 대해) 의견 교환을 하고 제안한 부분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대법원의 ‘채용비리’ 판단에도 눈가리고 아웅인 우리은행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채용비리에 연루된 은행 중 ‘우리은행’을 정조준했다. 민 의원은 실제 2016년 당시 우리은행 채용시험에 떨어진 후 부모님께 합격했다 거짓말해 수천맞원 빚을 지고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사건을 읊었다.

그는 “우리은행 채용비리 잔치가 한창이던 지난 2016년 충남에서 실제 일어났던 사건”이라며 “우리 취준생들 7명 중 1명은 자살을 생각해본 적 이 있다. 오늘 이 자리에서는 이 땅 70만 미취업청년들을 대신해 질의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2015~2017년 신입행원 채용 과정에서 불합격권이던 지원자 37명을 부정 합격시켜 이광구 전 행장은 올 초 대법원으로부터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죄가 최종 확정된 29명 가운데 19명이 여전히 우리은행에서 근무 중이다.

민 의원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우리은행 채용비리 부정청탁한 사람이 37명이 맞나. 대법원이 명백히 채용비리라고 판단한 사람은 27명”이라며 “우리은행 채용비리로 합격한 사람들을 그대로 근무하게 두고 우리은행이 재발방지 대책에 이야기 할 수 있나”라고 따졌다.

우리은행 증인으로 나선 강성모 부행장이 “여러 가지 법률적 전체적 판단 하에 종합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며 답을 회피하자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지 않았을 때 그렇지만 확정판결이 났다면 정상화 조치가 있어야하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차 강성모 부행장이 “의원님 말씀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종합적으로 검토 중에 있는 사안”이라며 답변을 되풀이하자 민 의원은 “부정합격자로 인해 불합격 통보받은 피해자들은 어떻게 하실 작정인가. 제 생각에는 이분들을 모아 특별전형이라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도 (검토가) 끝난 다음 종합적인 답변 달라”고 꼬아 말했다.

강성모 부행장은 “먼저 의원님께서 말씀하신 우리은행의 채용비리와 라임 펀드에 관련해 모든 분들께 죄송하단 말씀드린다”며 “채용비리로 현재 재직 중인 19명의 직원에 대해서는 현재 법률적, 정책적 판단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 중에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의원님 말씀을 무겁게 받아들여 여러 가지 좋은 방안이 있는지 저희가 검토하도록 하겠다”며 “피해자 구제와 관련해서 은행은 계속 검토를 하고 있다. 근데 현실적으로 피해자를 특정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어 이 자리에 답을 드리지 못한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계열사 변종 취업으로 억대 연봉 벌어들여
같은 날에는 우리은행 채용비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기도 했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고위공무원과 고객의 자녀, 친인척을 특혜 채용한 혐의로 대법원 유죄 판결이 확정돼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으나 이 전 은행장은 현재 우리은행 자회사인 ‘윈피앤에스‘의 고문으로 취임해 억대의 연봉을 벌어들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는 13일 오후 우리은행 서울 본점 앞에서 “채용비리 혐의가 밝혀지자 책임을 지겠다며 은행장 직을 사임했던 이광구 전 은행장의 말이 ‘거짓 사과’였음이 증명된 셈”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뒤에선 끼리끼리 뒷배를 봐주고 있는 우리금융의 행태도 비열하기 짝이 없다”며 “심지어 부정채용자 대다수는 고액의 연봉을 받으며 여전히 은행에서 근무 중”이라고 탄식했다.

이어 “은행권 정유라는 부정입사를 해도 고액 연봉을 받으며 계속 근무하고 있고, 피해자 구제는 외면하면서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 받은 전직 우리은행장은 변종 취업으로 억대 연봉을 받고 있는 현실이 공정한 것인가”라며 따졌다.

그러면서 “은행권 채용비리 사태가 봇물 터지듯이 쏟아지고 다수의 경영진들이 채용비리에 연루된 것이 드러났음에도, 오히려 은행들이 ‘우수인재 추천’이라는 말도 안 되는 변명과 ‘남녀 성차별’, ‘학벌주의’라는 구시대적인 발상으로 은행의 채용비리를 정당화하며, 사과와 반성을 회피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스페셜경제 / 오수진 기자 s22ino@speconomy.com

[저작권자ⓒ 스페셜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수진 기자

스페셜 기획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