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에쓰오일(S-OIL)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간 것이다.

 

다만 1분기 1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규모를 적자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 적자 폭을 대폭 줄이면서 하반기 실적 개선의 기대감을 안겼다.

 

24일 에쓰오일의 공시에 따르면 연결기준으로 올해 2분기 164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1분기(173억원)에 비해선 크게 줄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905억원 적자)과 비교하면 손실이 소폭 늘어났다.

 

매출은 345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4.8% 감소했다. 올해 1분기(51984억원)에 비해서도 33.6% 줄었다. 당기순손실은 직전 분기(8806)에서 대폭 줄어든 668억원을 기록했다.

 

에쓰오일이 적자 흐름을 이어간 데에는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정제마진의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수송비 등을 뺀 것)은 수익성의 핵심인데, 코로나19로 쌓인 재고부담으로 2분기 들어 마이너스가 됐다. 일례로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지난 1분기 배럴당 0.6달러에서 2분기 -1.7달러까지 떨어졌다.

 

부문별로 보면 매출액 75%를 차지한 정유부문에서의 영업손실이 3587억원에 달했지만, 석유화학(911억원), 윤활기유(윤활유 원료, 1033억원) 부문에선 이익을 내면서 적자 폭을 줄였다.

 

정유부문에서는 정제마진의 부진 속에 유가 하락까지 겹쳤다. 전 분기 대비 2분기 판매량은 6.4% 증가한 6910만배럴을 기록했지만, 분기 평균 판매단가가 37.6% 떨어지며 매출이 33.6% 줄었다. 다만 세계 주요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이동제한 조치가 완화되고 경기 부양 정책을 내놓으며 수요 회복과 유가 반등이 이뤄지면서 수익성 악화는 일정 부분 방어했다. 1분기 재고 관련 손실은 7210억원이었으나, 2분기 1690억원으로 77%가량 줄었다.

 

석유화학부문에서 아로마틱계열은 파라자일렌 스프레드가 역내 설비 가동률을 조정했음에도 신규 설비 가동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축소됐다. 벤젠 스프레드 역시 수요 부진과 중국 내 높은 재고로 급락했다. 올레핀 계열의 경우 PP 스프레드가 원재료 나프타(납사) 가격 하락과 중국의 수요로 확대됐고, PO 스프레드도 역내 설비의 정기보수가 집중되며 올랐다. 윤활기유 스프레드도 낮은 원료가에 견조한 수준을 유지했다.

 

윤활기유 부문은 2713억원의 매출액과 103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각국의 이동제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낮은 원료가에 힘입어 윤활기유 스프레드는 견조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와 관련, 에쓰오일은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2분기 1700억원의 재고 관련 손실이 발생했고 1분기에도 7200억원의 재고 괸련 손실이 있었다물량보다는 대부분 가격의 차이로 발생한 것으로, 정유부문 관련 재고 손실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에쓰오일은 수요 감소에 따른 매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에쓰오일 측은 “2분기 중반부터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나 수요가 회복한 중국 지역에 대한 마케팅을 활성화했다. 미국, 유럽 등 2분기에 코로나19 영향이 있어 불가피하게 수요가 감소된 곳의 물량을 돌려서 수요가 회복되는 쪽으로 마케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산 측면에선 수요가 상당히 감소된 제품들은 가급적 줄였다면서 이를 디젤이나 초저유황중유(VLSFO)와 같은 수요가 견조한 제품의 생산을 늘리는 방법으로 운전을 조정했다고 전했다.

 

에쓰오일은 3분기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에쓰오일 측은 “6월 말 기준 사우디 원유판매가격(OSP)이 최저 수준을 유지하면서 그 재고 효과가 3분기에 이월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유부문은 코로나19 관련 제한 조치 완화로 지속적으로 수요가 증가하면서 정제마진도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윤활기유 부문도 점진적인 수요 회복과 안정적인 원유가로 전분기 수준에서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석유화학 부문에서는 아로마틱 계열에서 파라자일렌과 벤젠 스프레드가 예상보다 느린 수요 회복과 높은 제품 재고로 약세를 지속히겠지만, PPPO 스프레드는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인위적인 가동률 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1분기에는 유가 급락으로 최적화 과정에서 가동률 조정이 있었지만, 2분기에는 유가가 반등하는 상황이어서 가동률을 낮출 유인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에쓰오일 측은 “3분기에 이미 계획되어 있던 1번 상업정제시설(CDU) 정기보수 외에 인위적인 가동률 조정은 없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석유화학 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려 수익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울산 2단계 석유화학 프로젝트를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에쓰오일 측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엔지니어 이동이 제약돼 나프타분해시설(NCC) 투자 프로젝트2~3개월 지연됐다지연되는 기간 동안 프로젝트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고 불확실성을 제거하는데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초기 검토했던 것보다 견고한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에쓰오일은 정유기업에서 종합 석유화학기업으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5조원을 투자한 복합석유화학 시설(RUC/ODC)을 준공하며 1단계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저부가가치 잔사유를 휘발유와 프로필렌으로 전환한 뒤 이를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으로 다시 생산함으로써 석유화학 비중을 기존 8%에서 13%로 확대, 포트폴리오 대전환에 성공했다.

 

이어 오는 2024년까지 7조원을 투자하는 2단계 프로젝트를 진행, 석유에서 화학으로 지평을 본격적으로 넓혀 나가고 있다. 지난해 사우디 아람코가 업무협약을 맺고, SC&D(스팀크래커 및 올레핀 다운스트림)와 원유를 석화 물질로 전환하는 TC2C 등의 기술을 도입하기로 했다. 올해 들어서는 기존 공장과의 시너지 등을 고려해 기본설계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한편, 정유 4가 가운데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에쓰오일이 2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하면서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대형 정유사들도 손실 폭이 줄어들더라도 적자가 이어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