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 = 김은배 기자]K2전차로 유명한 현대로템과 K9자주포를 생산하는 한화디펜스가 5000억원 규모의 자주도하(自走渡河) 장비 선정을 두고 대결구도를 연출하고 있다. 크게 보면 현대자동차그룹과 한화그룹의 정면승부다. 최근 우리 군의 신규 지상 장비 입찰이 드문 것은 물론 기존 장비 교체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던 상황인 만큼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1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이번 달 안에 군 자주도하장비 기술협력개발 사업 입찰 공고를 낼 계획이다. 현대로템과 한화디펜스는 이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자주도하장비는 전차·장갑차 등 기동부대의 작전 중 하천 도하(渡河)를 지원하는 차량이다. 다수 차량의 연결을 통해 교량처럼 활용할 수도 있고 개별적으로 기동부대를 탑승시켜 수상으로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간 군에서는 자주도하장비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 돼 왔다. 현재 군에서 도하작전에 운용 중인 리본부교(Ribbon bridge system)는 교량구축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구식 장비이기 때문이다. 자주도하장비는 차량 1대로 장비운송과 교량구축이 모두 가능하고, 교량 설치에 소요되는 시간과 병력을 아낄 수 있어 작전 중 생존확률도 높아진다.

방위사업청은 작년 9~10월 두 차례에 걸쳐 사업설명회를 갖고 자주도하장비 국산화 계획을 본격화했다.

현대로템과 한화디펜스의 자주도하장비 성능은 비슷한 수준이지만 활용방식은 다소 차이가 있다.

현대로템은 영국 BAE시스템 미국법인과 터키 방산업체 FNSS가 공동 개발한 ‘AAAB(Armored Amphibious Assault Bridge)’를 한국형으로 개량, 응찰할 계획이다.

16개의 바퀴를 사용하는 차륜형 장비로 펑크가 나도 주행 가능한 런플랫 타이어를 장착하고 운용 지형에 따라 차량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 수상 주행 시에는 360도 회전할 수 있게 하는 ‘펌프 제트’ 등 첨단 사양도 탑재됐다. 


한화디펜스는 실전 및 전력화 과정서 검증된 장비라는 점을 피력하고 있다. 자주도하장비인 M3는 독일 GDELS가 개발해 미국 제너럴다이내믹스가 인수한 것이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실전 운용된 바 있고, 영국·독일·대만·싱가포르 등에서 전력화했다. 2016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최대 연합훈련 ‘아나콘다’에서 총 길이 350m 부교를 가설, 세계 최장 기록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방위사업청은 장비의 기술력(80%)과 가격(20%)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사업 주체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현지(독일·터키) 군에서의 장비 운용을 테스트하는 현지 평가 등도 거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평가가 오는 10월쯤 마무리되면 내년 2~3월 우선협상 대상자가 선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페셜경제 / 김은배 기자 silvership@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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