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지난 23일 조현아(45)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한진그룹 조원태(44) 회장에게 반기를 들었다. 이에 따라서 차기 회장이 선임된 지 7개월만에 한진그룹은 경여권분쟁에 휩싸이게 됐다. 두 사람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의 지분은 조 회장 6.52%, 조 전 부사장 6.49%으로 크지 않다. 때문에 주요 주주들이 어느 편에 서냐에 따라서 조 회장의 연임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의 임기는 주주총회가 있는 내년 3월까지로 그 때 재선임 여부가 결정된다. 현재 한진그룹의 캐스팅보트를 쥔 주주는 총 넷이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지난해부터 오너일가와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KCGI(일명 강성부 펀드)다. 현재 KCGI는 한진칼의 지분을 꾸준하게 늘려 17.14%를 보유하고 있다. 단일 주주로는 가장 많은 양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조 전 부사장과 KCGI 사이에 무엇인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조 전 부사장 입장에서는 KCGI도 무시할 수 없는 주요주주 중 한명이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KCGI와 조 전 부사장이 손을 맞잡았다고 보긴 어렵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서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갑질문화와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는데 갑질 논란의 중앙에 있는 사람과 손잡는다면 주주들에게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때문에 KCGI와 조 전 부사장이 손을 잡을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델타항공 역시 지분을 10%나 보유하고 있는 주요주주다. 특히 델타항공은 고(故) 조양호 회장 시절부터 한진그룹과는 끈끈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또 델타항공은 지난 6월 한진칼 주식 4.3%를 사들이면서, 조원태 회장 백기사 역할을 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델타항공 측은 “기존 협력항공사와의 관계 강화 목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고경영자(CEO)끼리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탓에 델타항공이 조 사장 우호세력이라고 추측되지만, 그 외의 근거는 미약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두 항공사가 지난해부터 태평양노선 조인트벤처를 맺고 있고,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조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델타항공 입장에서는 큰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리스크를 감내해야하는 ‘경영진 교체’ 등을 고려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반도건설은 대호개발 등 계열사를 통해서 한진칼 지분 6.28를 보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반도건설 권홍사 회장이 이전에 고 조양호 회장과 친분이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조원태 회장의 우호지분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반도건설이 어느 쪽에 기울어져 잇는지 점치기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마지막 주요주주는 바로 이명희(70) 정석기업 고문이다. 이 고문은 지난 4월 조양호 회장이 타계한 이후 그의 보유지분을 법정비율로 상속받아 5.31%의 한진칼의 지분을 가지게 됐다. 이 고문은 장녀 조현아 전 부사장과 함께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애뜻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애뜻함이 캐스팅보터의 역할을 할 때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한진그룹의 경영권과 관련한 가능성의 가짓수가 많은 만큼 현재로서는 예측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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