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여름철을 맞아 에어컨 사용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주택용 전기료 인하 방침에 비상등이 켜졌다.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여름철 전기요금을 가구당 1만원정도 할인해주는 누진제 개편안을 보류했기 때문이다.

한전 입장에서는 요금 인하에 따른 적자 보전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개편안 통과가 어렵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부 역시 지원 방안을 명시적으로 제시하기 어렵기 때문에, 해법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한전 이사회에서는 누진제 개편안을 보류한 것은 배임에 대한 우려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소액주주들은 한전 이사회가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개편안을 통과시킬 경우 배임 혐의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전은 지난해 7~8월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두달 동안 전기요금을 깎아주면서 약 3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떠안았다. 따라서 이번 개편안을 수용하면 이와 비슷한 수준의 손실을 감내하겠다는 이야기가 된다.

더욱이 이번 개편안은 기본공급 약관을 개정한 것이기 때문에 일회성이 아니다. 따라서 해마다 비슷한 규모의 손실을 한전이 감당해야하는 하는 것이다. 제일 큰 문제는 한전의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한전은 올해 1분기에 629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17년 4조 9531업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한전이 지난해 208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로 전환했다.

한전 측은 개편안 보류는 추가로 논의할 것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확실한 손실 보전책이 없는 상황에서는 이사회가 개편안을 통과시키지 않을 것으로 봤다. 따라서 한전이 이번에 개편안을 보류한 것은 정부를 향한 확실한 지원책을 마련해 달라는 신호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도 마땅한 카드가 없는 상황이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개편안에 따른 요금 인하분을 지원할 수 있도록 편성된 예산이 없기 때문이다. 추경에도 관련 항목이 없다. 한전이 원하는 정부 지원 등을 문서화하는 것은 사실상은 어려운 것이다. 그럼에도 개편안을 부결시키기 어렵다는 것은 한전의 고민이다.

누진제 개편안은 ‘민관 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TF’에서 마련한 최종 권고안이다. 때문에 정부의 일방적 지시도 아니고 민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도출한 결과물을 공기업 한전이 거부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한전 이사회에 결정을 존중한다고 하면서도 당황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당초 전기 요금 누진제 개편은ㄹ 최대한 빠르게 진행해서 다음달 전기 사용분부터 할인을 적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한전 이사회와 엇박자를 내면서 체면을 구긴 꼴이 됐다.

이에 따라서 산업부는 한전 임시이사회에서 최대한 빠르게 의결이 이뤄질 수 있도록 측면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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