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 단식농성 천막에 7일째 단식농성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찾아 안부를 묻고 있다. 2019.11.26.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보수야당의 분열이 가시화되는 추세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유승민 의원을 향해 ‘보수 빅텐트’를 제안했지만 통합은 요원하기만 하다.

오히려 한국당으로 합류할 것이라 예상된 인사들이 속속 신당 창당계획을 밝히고, 부정청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현재 의원이 1심 선고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는 등 리스크가 가중되는 모습이다.

◆변혁 두고 동상이몽 = 먼저 연내 창당을 목표에 두고 있는 변혁은 내달 8일 중앙당 발기인대회를 개최하고 본격적인 창당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변혁 신당추진기획 공동단장을 맡고 있는 권은희 의원은 24일 “이달 말까지 시도당 8곳에도 창당기획단을 구성해 연내를 목표로 창당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 밝혔다.

앞서 황교안 대표와 유승민 의원 간 ‘밀당’이 사실상 불발로 끝나면서 변혁이 독자노선을 걷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두 사람 간의 접촉은 시작부터 말썽이 많았다. 황 대표의 제안에 유 의원은 조건부로 승낙했고, 한국당 내부에서는 유 의원과의 통합에 불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과거 탄핵정국의 ‘배신자’와의 통합은 안 된다는 것이다. 여전히 한국당 내 친박세력이 건재함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통합추진단장으로 임명된 원유철 의원에 대해 권성동 의원과 심재철 의원 등이 “원유철은 안 된다”며 충언(忠言)을 올리자 황 대표는 “변혁이 (원 의원을)원했다”고 말했다. 다음날 변혁은 “원한 적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편 변혁은 당초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에서 갈라져 나온 바른정당계와 국민의당 안철수계 의원들이 뒤섞여 있는 만큼, 일단 함께 창당하더라도 노선 차이로 또다시 갈라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변혁 자체가 바른미래당 내에서 손학규 대표 퇴진파 의원들 모임이기 때문이다.

​◆전 새누리당 대표의 독자노선 = 새누리당 전 대표를 맡았던 무소속 이정현 의원 또한 테크노크라트(전문 관료)와 40대 이하 청년층을 중심으로 신당 창당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 의원은 내년 2월 초까지 분야별, 지역별로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미생모)’을 전국 3천 개 가까이 조직하고 이를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만드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70~80년대를 풍미한 민주화·산업화 세력 대신 다양한 전문가 그룹과 젊은 미래세대가 정치의 주축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당을 바꿔서 될 일이 아니다. 음식으로 말하자면 국물을 버려도 계속 배탈이 나는 것은 건더기까지 상했기 때문인데 국그릇을 통째로 바꿔야 한다”

즉 물갈이가 아닌 판갈이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이같은 진단은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을 제외한 대부분의 원내 정당에서 나오는 목소리다.

다만 이 의원은 신당 창당 의사를 밝히면서도 직접 당내 활동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그는 “다양한 정치적 경험을 거쳤지만 그 안에서 나는 항상 아웃사이더였다”며 “미생모 조직과 신당 창당을 물밑에서 주도적으로 하겠지만 창당 후 당이 원하지 않으면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이언주의 창당 선언 = 지난 4월 패스트트랙으로 국회가 몸살을 앓던 당시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은 전격 탈당을 선언해 무소속의 길을 걸었다. 정치권에서는 평소 강경한 발언 등으로 주목을 받던 이 의원이 당연히 한국당으로 갈 것이라 내다봤지만 그는 계속 무소속의 길을 걸어왔다.

그러던 그가 깜짝 발언을 한 것은 지난 12일. 모두의 예상을 깨고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 발표했다.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다.

당시 이 의원은 “한국정치를 퇴행시킨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를 밀어내기 위해서는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가 정치의 중심으로 들어와야 한다”며 “위아래 세대가 폭넓게 참여해 좌우의 기득권 정치와 몸으로 부딪혀 싸우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한국당행이 아닌 신당 창당 배경에 대해 “한국당이 변화나 혁신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갈 생각이 있었지만 지금의 한국당은 실망스러운 모습”이라며 “끝판왕이라 할 정도로 기득권화 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이 의원은 12월 1일 창당발기인대회를 열고 본격적인 창당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신당 명칭은 ‘보수4.0(가칭)’으로, 이날 발기인대회를 통해 창당준비위원회를 꾸릴 예정이다.

한국당이 보수진영을 아우르지 못할 경우 원내 보수정당은 20대 국회를 기준으로 변혁을 포함해 6개가 된다.

<사진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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