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스스로 호흡용 튜브를 뽑아 숨진 환자에 대해 의사도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최근 인천지방법원은 2017년 숨진 A씨의 유족 2명이 B 종합병원 의료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B 병원으로 하여금 총 3600여만 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5년 전인 2014년 8월 B병원에서 지주막하 출혈 진단을 받아, 뇌동맥류를 정상 혈류로부터 완전히 차단하는 수술을 수행한 후, ‘기관 튜브’를 삽입한 상태에서 받는 호흡 치료를 진행했다.

수술 후 중환자실에 입원한 A씨는 스스로 기관 튜브를 제거하려는 모습을 보였고, B병원 의료진은 A씨의 행동을 막기 위해 중환자실에 있는 내내 신체 억제대를 이용해 A씨를 묶어뒀다.

신체 억제대는 신체의 움직임을 제한하기 위해 사용하는 물리적 장치기구다.

오래 사용할 경우 골절이나 피부 괴사 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환자나 보호자에게 억제대 사용이 불가피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사전동의를 받게 돼 있다.

그러나 의료진은 같은 해 9월 19일 A씨를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긴 뒤에는 A씨의 행동이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판단 하에 억제대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흘 뒤 A씨는 스스로 기관 튜브를 뽑았다가 반혼수 상태로 사지가 마비됐고, 이후 A씨는 재활병원과 요양병원 등을 전전하다가 사고 발생 2년 7개월만인 지난 2017년 4월 숨졌다.

유족은 A씨가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 계속해서 기관 튜브를 제거하려 해 위험한 상태였는데도 일반병실로 옮기고는 의료진이 억제대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족 측은 보호자나 간병인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며 병원 의료법인을 상대로 치료비와 장례비 등 총 1억7000만원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병원 측이 A씨를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긴 뒤 억제대를 하지 않은 것은 필요에 따른 선택이라며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억제대를 하지 않을 경우 환자가 기관 튜브를 스스로 제거하는 위험한 상황에 대비해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간호일지에는 낙상 방지와 일반적인 안전예방 교육을 했다는 내용은 있지만, 억제대를 대체하는 처치로서 충분한 설명을 했다는 내용은 없다”며 “설명 의무를 충실히 했다고 보기 어려워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A씨를 일반병실로 옮기면서 억제대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면 보호자나 간병인에게 위험성을 알리고 충분한 교육을 해야 했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로 의료계에서는 큰 혼란이 예상된다. 병원에서는 억제대 사용이 인권침해 논란을 일으킬 수 있어 억제대 사용에 신중을 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법원은 A씨가 스스로 기관 튜브를 제거해 사고가 발생한 점 등을 고려해 B 병원 의료법인 측의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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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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