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이시아 기자]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문턱이 크게 낮아졌다. 10명 가운데 8명은 연 3%대 미만의 금리를 적용받았고, 연 3.5% 이상 금리로 대출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21일 은행연합회의 대출금리 공시에 따르면, 지난 7월 주요 시중은행에서 실행된 주담대의 82.31%는 3%대 미만의 금리가 적용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IBK기업·KB국민·KEB하나·신한·NH농협·SC제일·우리·Sh수협·한국씨티 등 9개 시중은행이 지난달 실제 취급한 분할상환식 주담대의 금리구간별 비중을 통해 나온 결과다.

3.0~3.5% 구간의 주담대 비중은 15.69%를 차지했다. 또 3.5~4.0% 구간은 1.9%, 4.0~4.5% 구간은 0.08%, 5.5~6.0% 구간은 0.02%에 불과해, 사실상 3.5% 이상 금리로 돈을 빌린 대출자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2%대의 비교적 저금리로 주담대를 받은 대출자의 비율은 연초와 비교해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였다. 2%대 주담대의 취급 비중은 올해 1~3월에는 4~9%대에 머물다 4월 이후 급속 증가했다. 반대로 3.0~3.5% 금리의 주담대는 1~3월 줄곧 80% 이상의 비중을 보이다 마찬가지로 4월 이후 급감했다.

시장금리 인하 영향이 컸다. 시중은행에서 판매되는 주담대 상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혼합형(3~5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로 전환)’ 상품의 최저금리는 은행마다 2%대 초중반에 머물러 있고, 이 중 국민은행의 혼합형 금리는 2.12~3.53%로, 1%대 진입마저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주요 은행들이 혼합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으로 삼는 금융채 5년물(AAA 등급) 금리가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지난 20일 1.324%로 지난해 말 대비 0.765%p 낮아졌다.

반등 역시 어려울 전망이다. 미‧중 무역갈등 등에 따라 세계 불황 우려가 커지면서 비교적 안전자산인 채권을 찾는 투자자가 늘고, 자연스럽게 채권 금리는 내려가는 상황이다.

신용대출과 달리 주담대는 담보물만 안정적이라면 저금리가 가능하다는 점도 금리 하락의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 SC제일·신한·우리은행은 지난달 신용 7~10등급 대출자에게 2%대 주담대를 적용키도 했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각 은행의 가산금리가 더해 산정되는데 여기에는 대출자의 CB(신용평가사)사 등급도 변수가 된다. 담보대출인데도 비교적 저신용자가 더 높은 주담대 금리를 받는 이유다. 하지만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역 대상 LTV(담보인정비율)가 40%로 제한되는 등 대출규제가 강화돼 은행으로선 리스크가 줄었다.

예로 대출자가 빚을 갚지 못해 담보물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애초에 대출 한도가 적었기 때문에 은행이 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은 낮아진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애초부터 주담대 금리에는 대출자의 신용도는 핵심 변수가 아니었지만, 현재는 중요성이 더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이시아 기자 edgesun99@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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