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제97차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퇴진 촉구 발언 중 손학규 대표가 머리를 만지고 있다.

[스페셜경제=신교근 기자] 일각에서 ‘정치 9단’이라 불리는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의 ‘입’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두고두고 공경에 빠뜨리는 모양새다. 


박 의원은 지난 16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통해 “손 대표가 우리 당 의원 몇 명을 접촉해 ‘바른미래당으로 와라, 유승민을 몰아내자’고 이야기를 했다”며 폭로했고, 다음날 손 대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지만, 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저는 사실을 밝혔다”고 못을 박았다.

이에 바른미래당의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지난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의원의 발언이 아주 없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보고 사실상 ‘손학규 퇴진’을 요구하며 당내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 그러나 손 대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 같은 논란이 또 도마 위에 올랐다.

바른정당계 권은희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소위 정치 9단이라는 박지원 의원이 공개적으로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뭘까? 손학규 대표님 말씀처럼 우리 당을 흔들기 위해서라면 절대 그냥 지나가서는 안 된다”며 서두를 던졌다.

권 최고위원은 “지난 4월 이미 박지원 의원은 손학규 대표에게 민평당으로 와서 제3지대를 열자고 제안한 바가 있다. 언론에 의하면 우리가 자강을 결의할 이후에도 민평당과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들이 제3지대 논의를 하고 있다고 한다”며 “박지원 의원이 이를 위해서 ‘손 대표가 유승민을 몰아내자고 했다’는 등의 자극적인 말로 우리 당을 분열시키고,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고 했다면 이는 졸렬한 공작정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당은 박지원 의원의 이 발언을 절대 그냥 지나가서는 안 된다”면서 “아무 대응도 하지 않으면 우리가 그 말을 수긍한다는 뜻이므로 당이 입은 타격과 당대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진실을 확인하고, 거기에 상응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며 진상규명위원회를 다시 제안했다.

바른정당계는 손 대표가 끝내 진상조사위 구성을 거부할 경우 ‘탄핵’을 추진할 태세인 것으로 <아이뉴스24>가 보도(20일자)했다.

‘손학규 퇴진’을 요구하는 바른정당계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손 대표는 내일(21일) 오전 10시에 별도로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어줄 것을 요청한다”며 “만약 10시에 열지 않을 시 우리는 또 다른 자구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하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가 형식적으로는 정상화지만 다수의 최고위원들이 요구하는 안건은 당대표가 고의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며 “(당헌 32조에 따르면) 최고위원 3명이 특정 안건을 정해 최고위 소집 요청을 하면 대표가 의무적으로 소집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박지원 의원 발언에 대한 당내 진상조사위원회 설치 △4·3 재보궐 선거 당시 바른정책연구원 의뢰 여론조사와 관련 자금유용과 관련된 당내특별조사위 설치 등의 5가지 안건을 요구했다.

하 최고위원은 기자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손 대표가 소집을 하지 않는다면 당무거부로 본다”며 “당대표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당무거부로서 사고를 낸 것으로 보기에 대표가 당무를 거부하는 사고를 치지 말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경고했다.

한편, 하 최고위원은 이날 요구사항과 관련해 최고위원회 구성원인 오신환 원내대표와 ‘안철수계’ 김수민 청년최고위원과도 “상의했다”고 밝혀 손 대표가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신교근 기자 liberty1123@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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