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한진그룹이 한진칼 주주총회를 한 달 가량을 앞두고 전자투표제 도입 여부에 대한 고심에 빠졌다. 경영권을 놓고 남매간의 경쟁이 치열한 만큼, 소액주주의 표심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자투표제 도입이 조원태 회장 측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을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3월 말께로 예정된 한진칼 정기주주총회에서 전자투표제 도입할 것인지를 결정하지 못했다. 전자투표제란 주주들이 온라인을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때문에 주주들은 행사장에 참석할 필요없이 주총 안건에 대한 찬반 의견을 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주주친화 정책으로 꼽힌다.

한진그룹이 2010년 도입된 전자투표제 도입에 고민을 하고 있는 이유는 이번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정기 주총에서는 한진그룹 총수인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다뤄질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반도건설과 사모펀드이 KCGI와 손을 잡고 ‘3자 연합’을 구축해 반(反)조원태 군단을 이끌고 있다.

현재 조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와 우군의 지분을 합치면 33.45%고, 3자 연합의 지분율은 31.98%다. 양 측의 지분 차이가 1.47%에 불과하다. 여기에 최근 3자 연합이 지분 1.5%를 추가로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양측의 지분 차이는 사실상 없다. 따라서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통과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로인해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종결시킬 ‘캐스팅보터’ 역할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과 소액주주들 몫으로 돌아갔다. 재계에서는 경여권 분쟁이 발생한 만큼 올해 한진칼 주총의 참석률이 지난해(77.18%)보다 약 10% 가량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양측 모두 약 10% 가량의 추가 우호지분 확보가 필요하다.

한진칼은 이사 선임‧해임 안건을 일반 결의사항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출석 주주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안건이 통과된다.

한진 측이 전자투표제 도입을 두고 고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직후 한진칼 주총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면서, 전자투표제를 도입할 경우 주총 참석률은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주총 참석률이 어느 쪽으로 유리할지 아직 판단이 서지 않는다는 데 있다. 특히 일반 소액 주주들 입장에서는 양측은 분명한 장단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하기가 더 어렵다.

소액주주 입장에서 조 회장 측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은 한진그룹 오너일가 체제를 유지한다는 점에서는 변화가 없다. 또 조 전 부사장은 오너일가 전부를 제외하고 전문경영인을 내세우겠다는 것 자체는 신선할 수 있지만, 그동안 한진그룹을 끊임없이 공격했던 KCGI와 반도건설 등 이익집단과 손을 잡아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선뜻 손을 들어주기가 어렵다.
물론 조 회장 측이 배당 확대 등 주주친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 만큼 전자투표 도이벵 따른 참석률 향상이 불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반대편에서는 최근 경영권 다툼으로 인해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액주주 표심이 반대로 쏠릴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전자투표 도입이 주총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전자투표제 도입이 경영권 상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결정을 내릴 수 없는 것이다. 만약 운 좋게 조 회장 측이 이번 주총에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다고 해도, 조 회장 반대 지분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 될 수도 있다. 조 회장 입장에서는 이러한 점까지 고려할 땐 전자투표 도입 이후 ‘유지’에 대한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재계에서는 KCGI가 지난해부터 꾸준히 전자투표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조 회장이 이를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조 회장도 주주친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전자투표제 도입을 반대할 경우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한진그룹 측은 한진칼의 전자투표제 도입에 대해서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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