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29일 오후 2시 30분 질병관리본부에서 정례브리핑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 = e-정례브리핑 캡처)


[스페셜경제=김민주 인턴기자] 쿠팡관련 확진자가 100명을 넘기며 쿠팡의 미흡했던 후속조치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방역당국 통계에 따르면, 쿠팡관련 확진자는 29일 오후 2시기준 102명으로 늘어났다. 경기도 42명, 인천 41명, 서울이 19명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질병관리본부에서 진행된 정례브리핑에서 “쿠팡관련 확진자 102명 중 근무자가 72명이고 직원의 가족 등 접촉자가 30명이다”라며 “아직 잠복기가 남아있어서 2~3일 후에 양성자가 다시 또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쿠팡 사과문 전문 (제공=쿠팡)


쿠팡은 지난 28일 오후 6시 30분경 고객들을 대상으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첫 확진자 발생(23일) 후 닷새만이다. 이에 업계와 소비자들은 늦어진 사과문만큼이나 쿠팡의 적절치 못했던 후속조지를 문제삼고 있다.

쿠팡 관계자에 따르면, 쿠팡은 확진자 발생을 확인한 날(24일) 오전에 전체 방역소독을 완료했고, 안전하다고 판단돼 오후에 센터를 정상 오픈했다.

여기서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문제점을 제기했다. 사실상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멸하기까진 48시간 이상이 걸리므로 소독 후 바로 정상운영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 쿠팡의 무리한 운영이 결국 일을 키운 셈이다.

또한 쿠팡 오후 출근자들은 오전에 확진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모른채 출근했다고 증언했다. 쿠팡은 후속조치에 미흡했을뿐더러, 감염 고위험 대상군에 해당하는 당일 근무자들에게 진행상황을 투명하게 전달하지 않았다.

엄 교수는 “확진자로부터 오염된 환경이 어디까지이고 또 접촉한 직원들이 누구인지에 대해 파악을 해야지만 전파를 막아낼 수 있는데, 그런 과정이 없었다면 쿠팡의 대응체계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자에서 냄새나"...공용용품으로 인한 전파
부천물류센터관련 확진자의 근무지는 신선센터였다. 영하 20도 이하의 냉동창고이기 때문에 방한복을 꼭 입어야 되는 곳이었다. 문제는 그 방한복과 방한모자, 방한신발 등을 모두 같이 돌려썼다는 것.

이에 쿠팡측은 용품들의 살균과 센터 방역소독을 하루에 2회 이상 시행했다고 해명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쿠팡 물류센터 근무자의 증언에 따르면, 근무용품들(방한복, 모자, 신발 등)에선 역한 냄새가 풍겼다고 한다. 근무용품들의 살균과 관리가 미흡했던 탓이다.

실제로 방역당국이 부천물류센터 환경검체를 시행한 결과, 2층 작업장에 배치된 안전모와 작업스테이션에 놓인 노트북, 키보드, 마우스 등 주로 작업자들이 공용으로 사용했던 용품에서 양성반응이 나왔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여러사람이 쓰는 공용 물건에 바이러스의 흔적이 있다는 것은 감염자의 비말이 물건 표면에 묻어 있다가 손 접촉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전파됐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일용직 노동자로 인한 N차 감염
정 본부장은 이날 “쿠팡같은 경우엔 일용직 근로자들이 쿠팡 외에도 여러 물류센터에서 동시에 업무를 했었기 때문에 감염자의 활동범위 및 노출범위가 상당히 넓다”고 말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물건을 옮기는 일을 하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일용직 아르바이트 지원자들이다. 이들은 오늘은 부천, 내일은 고양 이런 식으로 근무지를 자주 옮겨다닌다. 때문에 넓은 범위에 여러 사회의 구성 부분에 퍼져나가 역학조사나 전파범위 측정이 매우 어렵다.

방역당국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간선기사(운전기사) 중 감염위험시기에 활동한 사람들은 현재 603명으로 파악된다.

정 본부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택배 표면에 잔존한 바이러스가 살아남아서 감염시킬 위험성은 낮다"며 "간선기사들 또한 차에서 상주하므로 직접적인 접촉이 없어 위험성이 낮지만 확실한 조사를 위해 해당 기사들에 한해서 검사와 능동감시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택배박스와 쿠망맨들로 인한 감염에 대해서 여전히 두려워하고 있다.

인천 부평구에 거주하는 20대 강모씨는 “택배로 인한 전염 가능성은 낮다고 하지만, 혹시 몰라 요즘엔 쿠팡 사용이 꺼려진다”며 “퇴근하고 택배뜯는 낙에 살았는데 이젠 쿠팡맨과 쿠팡화물차를 길거리에서 마주치기만 해도 흠칫한다”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김민주 기자 minjuu090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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