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로 TV 수요 급증…생산연장 요구 잇따라

 

[스페셜경제 = 최문정 기자] 중국발 저가 패널에 밀려 LCD 패널 사업을 포기하고, 고부가가치 패널인 OLED나 QLED에 집중하려던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TV 수요가 급증하며 고객사들의 생산 연장 요청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LCD 패널 생산을 적어도 내년까지는 연장할 계획이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3월 “LCD 패널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지난 8월엔 중국 쑤저우에 있는 LCD 공장을 정리하기도 했다. 대신 QLED 등의 차세대 제품 생산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다.

 

LG디스플레이도 올해 연말까지 국내 TV용 LCD 생산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발표를 내놨다. 저가형 패널 생산은 줄이는 대신 시야각이 거의 100% 확보되는 ‘IPS’ 패널 등의 고부가 LCD 패널 시장 공략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양대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LCD 포기 선언의 배경은 중국이다. BOE와 차이나스타(CSOT) 등 중국의 TV 제조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LCD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BOE를 비롯한 중국 패널업체들의 전세계 모니터 시장 점유율은 38%로, 국가별 점유율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며 반전이 일어났다. 소비자들이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진데다 상반기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억눌렸던 수요가 하반기에 폭발하며 TV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러한 TV 업계의 호황과 더불어, LCD 패널도 중국업체의 과잉 공급을 뚫고 가격이 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32인치 LCD 패널 가격이 5개월 만에 75.8% 상승했다고 밝혔다. 그 밖에도 같은 기간 동안 ▲43인치 2.7% ▲55인치 3.0% ▲65인치 2.3% ▲75인치 1.5% 상승하며 모든 LCD 패널 제품이 가격이 올랐다.


이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의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고객사들에게도 추가 공급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


지난달 29일 최권영 삼성디스플레이 상무는 29일 3분기 실적발표 이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퀀텀닷(QD) 디스플레이로 전환 중인 라인을 제외한 기존 라인에서 단기간 LCD 생산 연장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단기적으로 대형 LCD 패널 수요가 증가하면서 일부 고객사에서 패널 공급을 단기간 연장해달라고 문의가 있었다”며 “QD디스플레이 사업구조 전환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LCD 패널 생산 연장은 회사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도 지난달 실적발표 직후 이어진 컨퍼런스 콜에서 “LCD TV 물량을 줄인다는 기본 방향은 유지하면서 수급에 따른 유연한 운영에 나서고 있다”며 “국내 생산은 기존 설비와 가용한 인력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대응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해 시장의 수급상황에 변화가 있고, 판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고 수익성 관점에서 도움 받고 있지만 LCD 구조혁신의 기본 방향성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국내 LCD 생산을 이어간 뒤, 각자 QD나 OLED 등의 고부가가치 패널 생산에만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로 인해)TV와 IT 수요 강세가 지속되며 한국 패널 제조사의 LCD 다운사이징 계획이 2021년까지 연장 운영될 전망”이라면서 “LCD 패널 가격 역시 연말까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최문정 기자 muun09@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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