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9일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대전시 중구 대전시민대학에서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라는 제목의 저서 출간을 기념하는 북 콘서트를 열고 '청와대 하명수사 논란'을 둘러싼 자신의 입장 생각 등을 밝히며 물을 마시고 있다.

 

[스페셜경제 = 김영일 기자]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관련 재판에 넘겨진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이 청와대로부터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리 의혹 수사 하명을 받았고, 김기현 전 시장 및 측근들에 대한 첩보 수집 및 수사를 독려하는 등 소속 경찰관들을 압박하거나 좌천시킨 정황이 드러났다.

 

7일 <동아일보>가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한민국 헌법 제21조에 따른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공개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황운하 전 청장은 울산지방경찰청장 부임 직후인 2017년 8월경부터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등에 관한 수사와 내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당시는 청와대가 직접 작성한 ‘지방자치단체장(울산광역시장 김기현) 비리 의혹’ 범죄 첩보서가 경찰청을 통해 울산지방경찰청에 하달되기도 전이었다.

 

당시 황 청장은 수차례 정보담당 경찰관들에게 ‘밥값을 못하고 있다. 사회단체와 지도층, 울산시청 공무원들의 비리를 수집하라. 선거사건 첩보를 수집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고, 특히 ‘정보과 수집 첩보와 하명사건에 대한 수사를 열심히 하라’고 압박했다고 한다.

 

나아가 2017년 9월 20일경 2018년 6·13 지방선거 울산시장 출마가 유력하게 거론됐던 송철호(현 울산시장)로부터 ‘김기현 관련 수사를 적극적으로 진행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후, 울산경찰청 소속 경찰관들에게 김기현 시장과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한 정보수집 및 집중수사를 더욱 독려했다.

 

다만, 김기현 시장에 대한 수사는 황운하 청장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이에 황 청장은 정기인사 시기가 아님에도 수사 실무자들을 전보 조치하는 좌천성 인사발령을 냈다.

 

울산지방경찰청 인사관리 규칙에는 ‘모든 인사는 명백한 기준과 원칙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인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야 하며, 지방청 전입이나 신규 임용, 고충처리규정에 의한 심사대상자 등 통상적인 전보사유 외에는 징계처분을 받은 경우에만 전보가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황 청장은 감찰이나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곧바로 수사 실무자들을 좌천시킨 것이다.

 

검찰은 “황운하는 부당한 인사 조치를 통해 울산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들에게 자신의 지시가 부당한 경우라도 이를 따르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며, 직권남용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靑 하명→황운하 표적수사→송철호 언론플레이→당선→공천 보은

 

황 청장은 회의 때마다 참모들에게 ▶김기현 울산시장의 친인척 및 측근의 비리 사건에 수사력을 집중하라 ▶다른 사건은 뒤로 미루더라도 울산시장 관련 비리 사건에 지능수범죄수사대 전체가 공동으로 대응해 신속 수사하라 ▶일주일 단위로 김기현 울산시장 관련 사건을 진행상황을 보고하라는 등 구체적인 지시를 하달하는 등 김기현 시장 측근 비리 사건 수사 진행상황을 집중 관리했다.

 

이에 따라 울산경찰청은 김기현 시장이 자유한국당 울산시장 후보 공천을 받던 날인 2018년 3월 16일 울산시청 비서실 등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후 ‘김기현 시장의 비서실장이 직권을 남용해 레미콘업체 선정에 외압을 행사했다’ 등 김 시장에게 불리한 경찰발 언론보도가 연일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 후보였던 송철호 후보와 송철호 캠프 소속으로 김기현 시장 비리 의혹을 문해주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에게 제보했던 송병기(전 울산시 경제부시장)는 기다렸다는 듯 당초 수립한 선거 전략에 따라 ‘혐의가 사실이라면 이는 전형적인 적폐형 비리다,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다’는 논평을 냈다.

 

이어 김 시장 및 측근에 대한 울산경찰청의 수사상황을 유권자들에게 알리는데 힘썼고, ‘23년의 독점 권력이 오늘의 김기현 시장 측근과 친인척 비리로 이어졌습니다. 울산의 적폐를 반드시 해결하고, 울산을 다시 살리겠습니다’라는 내용의 선거운동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 등 김 시장을 토착비리 세력으로 낙인찍어 이를 선거운동에 적극 활용했다.

 

결국 청와대 하명으로 황운하 전 청장은 김기현 전 시장과 측근에 대한 표적수사를 진행했고, 송철호 시장 측은 이를 선거운동에 적극 활용했으며, 그 결과 여론조사 상으로 한참을 앞서가던 김 전 시장은 지방선거에서 낙선하고 말았다.

 

검찰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대통령 비서실 소속 공무원 및 울산경찰청장 등의 직무와 관련해 또는 지위를 이용해 울산시장 선거 출마 예정인 김 전 시장에 대한 부당한 수사를 진행하게 하거나 진행함으로써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했다”고 꼬집었다.

 

한편, 황운하 전 청장은 지난해 11월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부터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로 와 달라며 전략공천을 제안 받았다고 한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하명수사에 대한 보답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이 청와대로부터 하명을 받아 표적수사를 자행했고, 그 과정에서 좌천성 인사발령을 내 직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는 피고인이 과연 민심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될 자격이 있는가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영일 기자 rare012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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