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현지시간) 태국 방콕 임팩트포럼에서 열린 '제22차 아세안+3 정상회의'에 앞서 아베 신조(왼쪽 두번째) 일본 총리와 사전환담을 하고 있다.

 

[스페셜경제 = 김영일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문제와 관련해, 한일 청구권 협정을 통해 배상 문제가 해결됐다는 입장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4일 NHK와 닛케이 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방콕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에 참석한 아베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10여분 간 회동하면서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날 회동은 양측 통역만 대동한 정상 간 일대일 대화 형식으로 진행됐다.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지난달 22일 도쿄에서 개최된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에 이낙연 국무총리를 파견한데 대한 감사를 전하면서, 지난주 모친상을 당한 문 대통령에게 조의를 표했다.

이어 아베 총리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문제를 거론하면서 1965년 체결한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배상 문제가 해결됐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이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명령한 우리 대법원의 판결이 국제법을 위반함에 따라 한국 측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4일 이낙연 총리와 회동했을 당시 ‘관계개선 계기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는데, 문 대통령에게도 이런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NHK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태국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부의 공식 입장은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의 ‘1+1’이다. 거기에서 공식적으로 더 제안한 것은 현재로서 없다”며 한국과 일본 양국 기업의 자발적 출연금으로 재원 조성해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기존 방안을 고수했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의 회동 성사와 관련해서는 “환담 자리는 미리 협의된 것이 아니었고,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앞서 문 대통령이 먼저 정상 대기 장소에 갔었는데, 아베 총리가 들어와서 인사를 나눴다”면서 “문 대통령이 잠시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권하면서 11분가량 환담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고 대변인은 이어 “(한일 정상은)최근 양국 외교부 공식 채널로 진행되고 있는 협의를 통해 실질적인 관계 진전 방안이 도출되기를 문 희망했고, 문 대통령은 이외에 필요하다면 보다 고위급 협의를 갖는 방안도 검토해 보자고 제의했으며, 아베 총리도 모든 가능한 방법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도록 노력하자고 답했다”고 밝혔다.

고위급 협의 성사 여부에 대해선 “고위급 협의라는 것이 양국 간 어느 선에서 가능할지 확정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날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회담이)한일 정상 간 만남이 오래 만에 이뤄졌기에 대화를 통해서 한일관계를 풀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영일 기자 rare012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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