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 5명 중 1명 500만원 이상 소득
4명 중 1명은 100만원도 못벌어
소득양극화 심화.."지인영업 한계"

▲26일 보험연구원의 '설계사 소득양극화 현상화 향후 과제' 리포트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전속설계사의 월평균소득은 각각 336만원, 299만원이다.

 

[스페셜경제 = 이정화 기자] "지난해부터 설계사로 등록해 영업 하고 있다. 보통 지인이나 친인척을 통한 계약이 태반인데, 인맥이 여의치 않아서 스트레스를 받이 받고 있다. 자녀들 보험 가입으로 실적을 채워서 우리 집 보험료가 1달에 500만원 가까이 된다. 월급은 600만원이 좀 넘는다" 


설계사로 뛰어든 주부 A씨의 말이다. 지인 위주의 영업 방식이 주소득을 차지하는 보험설계사 특성상 인맥이 여의치 않으면 돈 벌기도 힘든 상황이다. 코로나19 때문에 대면 영업도 쉽지 않아 엎친데 덮친격이란 설명이다. 반면 왕년 '보험왕'이었던 60대 설계사는 기존 계약 가입자의 자녀들까지 본인의 고객인 경우가 많아 경력 20년이 넘을 동안 꾸준한 호실적을 달성했다고 들려온다.

26일 보험연구원의 '설계사 소득양극화 현상화 향후 과제' 리포트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전속설계사의 월평균소득은 각각 336만원, 299만원이다.

월소득 분포에서는 500만원 초과자가 생보사와 손보사 각각 21.1%, 20.1%로 가장 많고, 100만원 미만 소득자도 각각 26.4%, 26.2%로 집계됐다.

보험 설계사 4명 중 1명은 최저월급도 못 벌고 있지만, 평균 월급이 500만원을 넘는 설계사도 5명 중 1명 꼴인 셈이다. 국내 40만명 규모를 자랑하는 보험 설계사간 소득 격차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연구원은 설계사 간 소득양극화의 원인을 '지인영업에 대한 높은 의존'이라 꼬집었다.

한국보험대리점협회 조사에 따르면, 설계사의 고객창출은 신규개척보다는 기존 계약자 관리를 통한 추가계약이나 지인 등 연고 모집 비중이 높다.

전체 설계사의 모집 비중은 지인(48.1%), 기존고객(28.8%), DB(13.2%), 신규개척(9.8%) 등의 순이다. 60대 이상 설계사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지인영업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60대 이상 설계사는 기계약자 관리를 통한 영업이 전체 모집 중 절반 이상(55.6%)을 초과한다. 장기간 영업에 따라 다수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40대 보험설계사 B씨는 "정규직이 아니라 실적위주라 그냥 자기가 못하면 못버는 상황이다. 보험 설계사 자체가 너무 많기도 하고, 인맥 없거나 자식들이 친구없거나 그러면 돈을 벌기 힘든 구조다"며 "코로나때문에 경제가 힘들고 돈도 없으니 보험을 드는 사람 자체도 별로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보험영업지점 팀장 C씨는 "양극화는 말할 것도 없다. 설계사들 가운데 100만원도 못받는 경우도 많다. 대개 경력이 오래된 설계사들이 기계약자를 많이 보유하고 있어 월평균 소득이 높은 편이지만 등록 초기 설계사들은 지인 위주 영업에서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신규 고객을 개척해야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대면 영업이 소극적으로 변하기도 했고, 지인 확보가 어려운 설계사도 많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설계사들이 인맥, 지인을 통해 계약을 잡는다"며 "채널 마다 다르다. 보험사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고객 동의하에 설계사에게 공유해 활용하는 채널도 있고, 팀 조직이나 홈쇼핑 혹은 인포메이션 방송에서 정보를 받아 활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현장에서 뛰면서 개척 영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험설계사 월평균소득 소득분포 (자료=보험연구원)

생명보험은 종신보험이나 변액보험 등 수수료가 비교적 높은 상품을 다루기 때문에 설계사의 평균소득이 손해보험 설계사보다 높은 특징이 있었다. 최근에는 생보사의 저성장 추세와 손보사의 시장 확장이 맞물려 소득 간격이 좁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9~2019년까지 10년 동안 보험설계사 월평균소득의 연간 증가율은 생보와 손보가 각각 1.0%와 2.1%로 집계됐다. 생보사 설계사의 소득 증가율이 정체 추세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보업계에서는 종신보험 시장에서 포화가 왔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반면 손해보험시장은 뻗어나갈 수 있는 범주가 많아졌다. 애견이나 대물 보험 등 수용할 수 있는 상품 범위가 넓어 성장하는 추세기 때문에 손보 설계사 수도 생보 설계사 수를 추월한 지 꽤 됐다"며 "업계에서는 손보가 상품 확장성이 높다는 얘기가 전부터 있었다. 소득 간격이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고소득설계사 인원 대비 저소득설계사 인원 비율 (자료=보험연구원)

 

40만명 규모의 보험 설계사들 중 영업활동이 왕성한 설계사가 있는 반면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설계사도 있다. 영업에 기여하는 시간과 역량에 따라 사례가 다양하기 때문에 마냥 극단적인 양분화 문제로 해석하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다는 소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 설계사 지점에 있어봤지만 아예 활동을 안하시는 분들도 있다. 5분의 1정도는 출근을 안하는 경우도 있었다. 통계상에 이러한 사례도 다 포함돼 집계된 것 같다"며 "이렇듯 역량이 더디거나 영업력이 부족한 분들을 위해 안그래도 보험사에서 영업 관련 교육을 진행하거나, 고능력 설계사들을 통한 영업 노하우 전수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험연구원은 보험사가 설계사 조직의 소득양극화 현상을 완화하고, 설계사의 정착률 제고 및 역량 강화를 위해 신입 설계사 양성과 고객창출 방식의 변화가 요구된다는 분석이다.

 

보험연구원은 "향후 비대면 채널의 성장, 코로나19에 따른 대면영업 환경 악화 등으로 양극화된 소득 분포가 심화되고 고착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보험사의 설계사 대상 역량강화 지원을 통해 고능률 조직으로의 개편을 유도하고, 연고에 의존한 보험가입 권유보다는 위험보장에 대한 주의 환기를 통한 자발적 보험가입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이 방법이다"고 설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월평균 소득이 500만원을 초과하는 고소득설계사자가 많이 늘은 걸로 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고능률 설계사들을 많이 양성해낸 결과로도 보인다"며 "아쉬운 부분은 설계사들이 대개 지인 위주의 영업을 하다보니 설계사 소득이 양극화되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입 설계사나 젊은 설계사들이 인맥 영업에 어려움을 많이 느끼고 있어 각 보험사가 영업 관련 교육 시스템이나 교육 쪽으로 지원하는 추세다. 설계사들이 정착률과 안정된 영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해나갈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보험연구원)

 

스페셜경제 / 이정화 기자 joyfully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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