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날 소비자와함께·금융소비자연맹 등 7개 소비자 단체가 국회의사당 국회소통관에서 ‘소비자의 편익을 위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를 위한 법안의 조속한 심의와 입법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스페셜경제=이정화 기자]"제발 간소화 해라", "서류 떼려면 천원 이천원씩 비용드는 것도 거부감 든다", "주변만 봐도 실비(실손 보험) 3~5만원 짜리는 청구 잘 안하더라", "의료계가 아직도 고집하는거 보면 여전히 인건비가 미청구 금액보다 큰가", "보험사는 다 전자화 하고싶어하는데 병원은 발급비용으로 먹고 살아서 그런듯"


실손보험에 가입한 소비자들의 말이다. 국회가 최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법안을 잇따라 발의했으나 의료계 측 반발이 10년 째 이어져 갈길이 멀다. 소비자 연맹 등 각 시민 단체가 조속한 입법 촉구에 나서는 상황에서 의료계와의 이견이 좁혀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날 소비자와함께·금융소비자연맹 등 7개 소비자 단체가 국회의사당 국회소통관에서 ‘소비자의 편익을 위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를 위한 법안의 조속한 심의와 입법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소비자단체는 이날 "이익단체들 간의 싸움에 무시되는 소비자의 권리와 편익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며 " 21대 국회에서 여야의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보험업법 개정안 발의를 환영한다"고 법안을 지지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은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병원에서 즉시 병원 전산시스템을 통해 개별 보험사에 보험금을 자동 청구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약 3500만명에 육박하는 국내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들이 실손 보험금을 지급받기 위해 병원이나 약국에서 관련서류들을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하고 있다. 다수의 가입자들이 불편함을 느껴 보험금 청구 권리를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20대 국회에선 관련 법안이 의료계의 반발에 부딪혀 폐기됐으나 21대 국회에선 여야 의원들이 잇따라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해 입법화 가능성이 보다 높아졌다. 다만 의료계와의 의견 차이가 여전히 존재해 법안 처리에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날 참석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종이 서류의 기반으로 의료기관의 행정부담 및 보험사의 연간 수천만건의 보험금 청구서류 수기 입력과 심사로 인한 보험금 지급업무의 과도한 비용발생 등 사회적 비효율성이 발생해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21대 국회 들어 발의가 줄줄이 되면서 법안 통과 가능성은 높아졌으나 여부를 확정짓기 어려운 상태다"며 "의료계는 이권을 지키기 위해 반대할수록 소비자 편의를 높이기 위한 속도도 더뎌지고 있다"고 전했다.

언택트 환경이 일상이 된 시대에 각 보험사들이 스마트폰 등 비대면 채널로 보험금을 간편 청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속속 출시했지만 실손보험에 간편 청구 서비스는 드문 상황이다.

삼성화재와 KB손보가 지난해부터 KT와 함께 ‘실손보험 즉시 청구 서비스’를 마련해 간편 청구 시스템을 선보였지만 주요 대학병원 등 일부만이 참여했다고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의료계에서 진료 정보에 대한 부분을 수용해야 관련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으나 어려운 상황이다"며 "대형병원(아산병원 등)들은 여러 보험사와 제휴를 맺고 키오스크를 통해 즉각 청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했지만 일반 병원들은 시스템이 미비해 법적인 대책 마련과 의료계와의 합의가 가장 필요하다"고 밝혔다.

 

▲삼성화재와 KB손보가 KT와 함께 ‘실손보험 즉시 청구 서비스’를 지난해 선보였다.


의료계는 보험사 측의 청구거절을 위한 꼼수라며 실손보험 간편 청구 법안을 반대하고 있다.

소비자 편익을 앞세워 보험사의 진료비 청구업무를 실손보험 당사자가 아닌 의료기관이 대행해 청구하고 보험사가 질병정보를 새롭게 축적하기 위한 법안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소비자 단체는 "보험금 청구가 간소화되면 가입자의 보험청구가 더욱 간편해져 실손보험에서 보장하는 당연한 실손 치료비를 모두 다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보험금의 청구 거절이 이유 없이 늘어날 경우에는 당연히 소비자단체들은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소비자들은 실손 보험금 청구 과정에서 직접 증빙자료를 구비하고 서류를 발급해야 하는 등 필요한 절차가 복잡해 큰 금액이 아니면 선뜻 보험금을 청구하기 꺼려진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단체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실손보험의 가입자 3400만명 가운데 통원치료의 경우 32.1%만 보험금을 청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금 청구포기로 인한 소비자의 경제적 손실이 상당하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보험을 포함해 전 보험이 스마트폰으로 청구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에 실손만 유일하게 청구 전산화가 되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편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국회도 발의를 넘어 적극 논의를 펼치는 등 조율을 돋구는 움직임이 필요해보인다. 법안 통과에 있어 절차가 많이 남아 있는 만큼 의료계의 소비자 편익을 고려해 신속한 결단을 내려주길 바라는 마음이다"고 씁쓸함을 내비쳤다.

이어 "10년동안 끌어왔던 법안이다. 이제는 통과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대부분 소비자들이 실손에 가입하는 시대에 불편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며 "입법 촉구를 위한 차후 발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계속해서 의료계와 의견을 좁히기 위해 목소리를 높여나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소비자와함께·금융소비자연맹·녹색소비자연대·서울YMCA·소비자권리찾기시민연대·한국소비자교육지원센터·한국소비자정책교육학회 등 소비자 단체가 국회의사당 국회소통관에서 ‘소비자의 편익을 위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입법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손해보험협회, KT)

 

스페셜경제 / 이정화 기자 joyfully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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