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발사 후 5시간 만에 NSC 회의…당정청 모두 신속하게 대응
NSC, 정의용 실장 주재…“대통령 주재 시 메시지 무거워질 수도”

▲ 31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새벽 함경남도 원산 갈마 일대에서 두 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지난 25일에 이어 북한이 엿새 만에 단거리 미사일을 또다시 발사한 데 대해 정부·여당에 이어 청와대에서도 비판적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청와대는 31일 오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NSC(국가안전보장회의) 긴급 상임위 회의에서 위원들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노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날 NSC 상임위 회의는 북한의 첫 미사일 발사 후 약 5시간 만인 오전11시에 신속하게 소집됐으나 ‘강한 우려를 표한다’는 것은 지난 25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당시에도 나온 입장인 만큼 청와대가 실질적인 대북 대응전략을 논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북한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해 ‘테이블을 엎는’ 상황이 일어나선 안 된다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청와대는 비핵화 협상을 위한 북한과의 대화 동력은 유지해야 한다는 기본입장에는 변함없는 모습이다.

청와대는 “상임위원들은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개최된 남북미 3자 정상회동 이후 조성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협상재개 동력이 상실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가까스로 조성돼 유지되던 ‘평화공조’가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시험발사로 거듭 경색국면에 이르자, 청와대로서는 군사적 도발이 협상 재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시점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청와대의 입장 발표에 앞서 정부여당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불편한 감정을 내비쳤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61회 KIDA(한국국방연구원) 국방포럼’에 참석해 “우리를 위협하고 도발한다면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당연히 적 개념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정 장관의 이번 발언은 지난해 9월 취임 후 북한을 겨냥한 가장 수위 높은 표현이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앞서 국방부는 ‘2018 국방백서’에서 ‘적(敵)’의 범주를 북한으로 한정하는 대신 ‘대한민국의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이라 표기한 바 있다.

 

▲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3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61회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방포럼에서 '국민이 신뢰하는 우리 군의 모습과 역할'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2019.07.31.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북한의 군사행동은 그간 남북미 대화와 정상회담을 통해 어렵사리 쌓아온 상호 신뢰를 심각히 위협하는 행위”라며 “대화와 협상의 틀 안에서 의견을 피력하고 조율하며 평화를 위한 길에 함께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인영 원내대표 또한 확대간부회의에서 “9·19합의를 준수해 평화를 해치는 일체의 위협과 행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북한의 이런 행위가 반복될 경우 어렵게 마련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개선에 중대한 장애만을 조성하게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전했다.

 

▲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이인영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2019.07.31.

한편 이날 NSC 회의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전체회의’가 아닌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하는 ‘상임위 회의’ 형태로 열렸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해 발언할 경우 너무 메시지가 무거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내부에서 흘러나온다”고 전했다.

<사진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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