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최근 '카드슈랑스 25%룰' 도입을 골자로 하는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

 

[스페셜경제=이정화 기자]카드사와 보험사가 카드슈랑스 채널을 영위하기 힘들어질 전망이다.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될 예정인 '카드슈랑스 25%룰' 규제에 부합하려면 한 카드사 당 4곳 이상의 보험사와 손잡고 상품을 팔아야 하는데 현재 서너개의 중·소형 보험사만이 카드슈랑스 채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보험사 신규진입이 지금처럼 더디면 카드슈랑스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최근 '카드슈랑스 25%룰' 도입을 골자로 하는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 카드슈랑스는 카드와 보험의 합성어로 카드사가 제휴 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카드슈랑스 25%룰'이란 카드사의 전체 보험 판매액 중에 1개 보험사의 비중이 25%를 초과할 수 없는 규제다. 


개정안에 따라 카드사들은 내년부터 한 보험사의 상품을 66% 이상 팔 수 없고, 매년 제한 비율을 낮춰 2024년부터는 25% 이내로 판매해야 한다. 퍼센트(%) 규제 룰은 손보사와 생보사가 구분돼 적용된다.

현재 카드슈랑스를 취급하는 보험사는 에이스손보·AIG손보·라이나생명·흥국생명 등 3~4곳이다. 카드슈랑스 시장에 추가 진입하는 보험사가 없으면 판매비율을 50% 이내로 낮추는 것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재 카드슈랑스가 보험 판매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1% 수준이다"며 "현재 3~4개의 중·소형 보험사만이 카드슈랑스 채널을 적극 활용하고 있어, 25%룰 규제를 준수하기 곤란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어 "은행이 보험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의 경우, 지점 내 대면 판매가 가능하고 고객이 장시간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일반적인 보험 상품을 모두 판매할 수 있는 여력이 되지만, 카드사는 텔레마케팅(TM) 영업 방식으로 보험을 판매하기 때문에 복잡한 종류의 상품을 판매하기 어렵다"며 " 카드권에서 판매할 수 있는 상품 범위 자체도 적을 뿐더러 보험 판매 채널이 잘 확충돼 있는 대형보험사는 카드슈랑스를 아예 활용하지도 않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카드슈랑스를 주요 판매원으로 삼는 보험사들은 얼른 상품 판매 채널을 넓히고 영업 비율 균형을 맞춰나갈 채비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카드슈랑스 외에도 디지털·비대면 채널 등 주력 상품 판매원을 다양하게 확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미 카드슈랑스를 주요 채널로 삼고 있는 보험사들은 이 같은 규제를 대비한 전략들을 만들고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이어 "카드슈랑스 판매율 규제가 보험사 보다 카드사에 초점이 맞춰진 제도이긴 하나, 두 업계 모두 일정한 타격을 입게된다. 카드사는 부수입원 채널, 보험사는 판매 채널에서 축소 등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손보업계와 생보업계를 각각 구분해 판매 비율을 나누기 보단 생·손보를 합쳐 규제를 적용하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소리도 나온다. 카드슈랑스 참여 보험사가 늘기는 커녕 줄어드는 시장에서 높아지는 규제율을 맞추기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도에 도입될 66%룰 규제까지는 괜찮다. 카드사가 보험사 단 한 곳과의 제휴만이라도 맺고 있다면 특별한 문제는 없다. 이후 단계적으로 규제가 심화되면 카드사는 제휴를 어떻게든 늘려야 하는 상황이 온다. 이마저도 보험사가 원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의 25%룰 규제는 일명 '한 회사 몰아주기'를 우려한 제도로도 해석된다"며 "사실 카드사 입장에서는 몰아주기가 아니라 계약 당사자가 많지 않아서 문제다. 금융당국이 매번 25%룰 규제에 대한 유예를 연장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2023년까지 유예하겠다는 방침도 나왔지만 갑자기 내년부터 도입하는 것으로 방향이 틀어져 업계 입장에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늘었다"고 전했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스페셜경제 / 이정화 기자 joyfully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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