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6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종석 전 비서실장, 문 대통령, 김광두 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문재인 정부 초대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역임했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서강대 석좌교수)이 경제위기 가능성을 전망했다.

김 원장은 지난 19일 자신의 SNS에 ‘경기침체 심화, 경제위기 가능성 경계해야’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경기 침체가 가파른 속도로 심화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현실을 냉정하게 인정하고 대응하지 않으면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 진단했다.

이같은 분석은 한국 거시경제가 탄탄하다는 청와대의 주장과 상반되는 것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책연구기관이 내놓은 경제전망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김 원장이 현재 경기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의 지난 5년간의 흐름을 분석한 결과, 순환변동치가 지난해 초부터 가파르게 하락하다가 5월에는 최근 5개년 표준편차의 하한보다 두 배 낮은 값을 뚫고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최근 경기가 지난 5년간 경기보다 크게 안 좋다는 뜻”이라 설명했다. 국가미래연구원에 따르면 순환변동치가 직전 5개년 표준편차의 두 배 하한을 밑 돈 것은 걸프전이 일어난 1993년과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8년 두 차례 뿐이었다.

그는 한국경제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각종 경제지표가 상황이 심각하다는 점을 가리키고 있는데 정부는 애써 현실을 부정하려 한다”며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에 경제주권을 넘기기 두 달도 안 남았을 때 (당시)경제부총리가 ‘경제 기초가 튼튼해 걱정 없다’고 했던 악몽이 떠오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와 청와대의 설명과는 달리 현재 경기가 위기에 준하는 상황임을 나타내는 각종 통계와 분석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성장률인 –0.3%를 기록한 데 이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를 찍은 설비투자(1분기 기준 –10.08%), 2000년 이후 최고치를 찍은 실업률(4월 기준 4.4%) 등이 그것이다.

김 원장은 또 “최근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 흐름이 외환위기 수준의 움직임을 보인다”면서 “현재 경기가 경제위기에 준하는 상황일 수 있다는 뜻”이라 했다.

지난달 비슷한 분석을 수행한 이종규 대구가톨릭대 교수 또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은 1993년과 1998년 두 번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통계청이 올해 1월 관련 통계를 조정한 뒤 순환변동치 감소폭이 완만해졌다”고도 전했다. 그러나 통계청은 “순환변동치를 구성하는 세부 항목들의 연간 조정과 가중치 조정이 이뤄진 결과”라며 “이런 조정은 통상적인 업무”라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23일 경기기준순환일(경기 정점)을 정하기 위한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어 각종 경기지표를 살펴보고 잠정적인 경기 정점을 지정한다. 이어 다음달 17일에는 주요 부처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국가통계위 경제분과위원회에서 경기정점을 확정할 예정이다.

그동안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며 ‘경기 순환주기상 하강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으나 정부는 경기정점 공표 여부에 대해선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전문가들은 “경기가 순환을 마쳤는데도 정점과 저점을 찍지 않으면 경기 흐름을 분석하기 어려워진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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