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오수진 기자]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조원태 회장과 대립 중인 사모펀드 KCGI가 한진칼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민혈세로 조 회장의 경영권을 지킨다는 우려의 목소리에 KCGI 반대 입장까지 더해져 인수에 제동이 걸릴 모양이다.

KCGI는 13일 입장문을 내고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자금을 지원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고려하는 것은 다른 주주들의 권리를 무시한 채 현 경영진의 지위 보전을 위한 대책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적 시너지와 가치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 없이 재무적으로 최악의 위기 상황을 겪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을 한진그룹에 편입시키는 것은 임직원의 고용과 항공안전 문제 등 고객들의 피해와 주주 및 채권단의 손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충분한 검토와 투명한 협의 과정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진칼은 기발행된 신주인수권의 행사와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을 통해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며 “현재 외부 자금 지원이 필요한 기업은 한진칼이 아니라 대한항공”이라고 피력했다.

산은이 아시아나 인수를 지원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한진칼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요 주주가 될 경우 조 회장의 의결권에도 힘이 더해질 수 있다는 우려로 읽힌다.

KCGI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주주연합’의 한진칼 지분율은 46.71%로, 조 회장의 지분율(41.3%)보다 많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유력 시나리오는 한진칼을 거치는 방식이다. 먼저 한진칼이 산업은행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하고, 그 대가로 약 1조5000억원 규모로 새로 발행한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한진칼에 넘긴다. 이후 대한항공이 재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하면서 아시아나항공 지분이 대한항공으로 옮겨지는 방식이다.

이 방식으로 인수가 진행될 시 조 회장은 손 안대고 코풀기가 가능해진다. 산은을 우군으로 얻을 수도 있어 매력적인 카드가 될 것으로도 관측된다. 또, 대한항공 자금줄이 말라 파산할 위험도 사라진다.

강성부 KCGI 대표는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한진칼이 외부에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관련법에서 경영권 분쟁 중인 기업 이사회가 일방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으로 백기사를 끌어들이는 것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이르면 다음주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산경장)을 개최해 이와 같은 방식의 인수구조를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셜경제 / 오수진 기자 s22ino@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