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한진칼과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인수 계획을 결의
전문가들 “KCGI 소송·기업결합신청 등… 간단한 문제 아냐”

[스페셜경제=권준호 인턴기자]정부와 산업은행의 관계장관회의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결정됐지만, 양사가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산재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과 대한항공은 지난 16일 오전 각각 이사회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의했다. 


인수방식은 대한항공의 최대주주인 한진칼이 산업은행으로부터 8000억원을 조달받고,  조달받은 8000억원을 대한항공에 대여해주고(이 자금은 이후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포함될 계획), 이후 대한항공은 2조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유상증자 대금 중 1조8000억원을 아시아나항공에 투입,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지분 63.9%를 취득하고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편입되는 과정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한진칼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조달받는 8000억원 중 5000억원은 3자 배정 유상증자로, 3000억원은 교환사채로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한진칼이 8000억원의 대여금을 통해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이유는 대한항공에 대한 한진칼의 지분을 유지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이번 통합으로 업계에서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국내 국적항공사의 경영정상화가 불확실하다는 인식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몇몇 전문가들은 ▲KCGI 소송 ▲공정위의 기업결합승인 ▲대한항공의 대규모 유상증자로 지분가치 희석 우려 ▲아시아나항공 경영개선이 실패할 경우 대한항공의 추가 유상증자 가능성의 증가 ▲지속적인 여객수요 부진 시 동반 부실 우려 가능성 농후 등의 문제점들을 제시하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 그리고 그 후에 양사에 상당한 걸림돌이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강성부 KCGI 대표가 지난 17일 한진칼에 대한 사업은행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막고 기존 한진칼 투자자들이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는 등 법적대응에 나서겠다고 나선 상황”이라며 “소송이 길어질 경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도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의 기업결합승인이 쉽게 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익명의 변호사 A씨는 “지난 1998년 현대차와 기아차 인수 과정에 대한 공정위 결정에 대해 현재까지도 논란이 있는 것을 보면 공정위 입장에서 공정거래법 예외 조항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사업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유럽, 일본 등 해외 당국의 심사도 통과해야 한다”며 “인수가 끝날 때까지 최소 1년여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한항공의 대규모 유상증자로 대한항공의 지분가치가 희석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전 주식 수는 1.74억주에서 유상증자 후 3.48억주로 2배 가까이 증가한다”며 “현재 시가총액이 유지된다고 단순히 가정하더라도 49.9%의 희석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기술했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코로나19 영향이 장기회되고 아시아나항공이 경영개선에 실패할 경우 아시아나항공 운영자금 수혈을 위해 대한항공이 추가적으로 유상증자를 늘릴 가능성도 있다”며 “두 회사의 인수 이후 코로나19의 종식이 돼서 여객 수요가 느는 등의 회복을 하면 그만큼 수혜가 예상되지만 반대로 여객 수요 부진이 장기화된다면 양사 모두 부진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양사가 결합된 후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본지와의 전화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분기 기준 연결기준 12.84조원, 별도기준 11.55조원의 부채를 보유한 기업”이라며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서울, 에어부산 등을 분리매각한 뒤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1.5조원 유상증자 대금 등을 모두 차입금 상환에 활용하더라도 대한항공은 약 10조원에 이르는 부채를 떠안게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내년 말까지 급한 불을 끌 수는 있겠지만 그 이후에 추가적으로 투입돼야 하는 금액이 있기 때문에 대한항공은 끊임없는 부채에 시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페셜경제 / 권준호 기자 kjh0109@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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