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산은·조원태 해명 7대 의문 공개

▲ (왼쪽)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양대 항공사의 통합을 추진 중인 산업은행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게 7가지 의문에 해명해 줄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KCGI는 24일 ‘산업은행과 조원태 회장이 해명해야 할 7대 의문’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한진칼 보통주 투자를 통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방식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앞서 지난 16일 산은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에 8000억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산은이 대한항공 모회사인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자금을 투입하면, 대한항공이 이 자금을 바탕으로 총 1조8000억원을 투입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가 되는 방식이다.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을 놓고 분쟁 중인 KCGI 및 3자연합(KCGI,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은 산은이 한진칼에 자금을 지원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것은 현 경영진의 지위 보전을 위한 대책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산은이 한진칼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약 10%의 지분을 확보하게 되면, 이는 고스란히 조 회장의 우호지분이 되기 때문이다.

KCGI는 지난 19일 기존 주주의 권리를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한진칼에 대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가처분 신청의 심문 절차가 오는 25일 열릴 예정인된 가운데, KCGI는 핵심쟁점에 대해 산은과 조 회장 측에 해명을 요구했다.

우선 KCGI는 산은과 조 회장이 항공업 재편을 희망한다면서 가능한 다른 대안을 무시하는 이유가 뭔지 물었다. KCGI는 “의결권 없는 우선주 발행, 자산매각, KCGI 주주연합 등 기존 주주에게도 참여기회를 주는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이 가능하다”며 “가능한 대안들을 여러 핑계로 무시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KCGI는 산은이 한진칼 경영권에 대해 중립적 캐스팅 보트만 갖겠다는 것은 기만이라고 주장했다. KCGI는 “왜 산업은행과 조원태 회장만 경영권 보장 계약을 체결하고 이면합의를 공개하지 못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항공업 개편 명분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과 진에어에는 이사 지명권이나 의결권을 가지지 않고, 한진칼에만 의결권과 이사지명권을 갖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KCGI는 “1조원에 가까운 혈세를 추가 투입하면서도 항공사 직접 감독은 포기한 셈”이라며 “한진그룹 내 알짜 비항공계열사의 경영은 조 회장 일가에게 방치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KCGI는 산은과 한진칼이 투자합의서에 서명하면서 제시한 7대 의무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했다. 산은이 제시한 7대 의무는 주주가 아닌 채권자 지위에서도 확보할 수 있으며 반드시 유상증자 참여가 전제되야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에서다. 기업의 자율성 측면에서 산은이 과도하게 관여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KCGI는 또 현 경영주인 조 회장의 연봉 삭감이나 정석기업 지분 처분 등 아무런 자구노력 조건도 없이 2개월 만에 인수계약이 진행된 점, 항공산업 구조개편이 절박하다면서도 구조조정이 없다고 주장하는 점을 공개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KCGI는 “산업은행과 조원태 회장의 이익만을 위해 아시아나항공 추가부실에 대한 아무런 실사없이 1조8000억원에 인수계약을 하고, 10여일만에 자금을 집행하는 것은 납세자인 국민과 대한항공 주주와 한진칼 주주, 소비자 모두를 희생시키는 ‘투기자본행위’가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KCGI의 공개 지적에 대해 산은 측이 공식적인 입장을 따로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KCGI가 제기한 의문 상당수가 이미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설명이 됐고, 일부 사실관계가 틀린 지적도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산은이 한진칼에만 이사지명권을 갖는다’는 것은 잘못된 전제다. 산은에 따르면, 통합이 추진될 경우 산은은 한진칼과 대한항공 양사 모두에서 사외이사 3인과 감사위원을 추천하게 된다.

한진칼에 대해 보통주 투자로 합병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지난 19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산은이 직접 주주로서 본건 통합작업에 참여해 계열주 및 경영진의 책임경영 의지를 이끌어냄과 동시에 건전 경영의 감시 역할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것은 구조로서, 의미있는 규모로 의결권 있는 보통주 투자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금조달 차원에서만 보더라도 대규모 자금을 신속히 조달할 필요가 있었던 바, 주주배정 유상증자의 경우 2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돼 긴급한 자금수요가 충족되지 않았다”며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오는 25일 한진칼에 대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의 심문 절차를 진행한다. 한진칼의 유상증자 납입 일정이 내달 2일로 예정돼 있어, 법원의 판단이 이르면 이번주 내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스페셜경제 / 윤성균 기자 friendtolif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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