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구글-문화재청, ‘창덕 ARirang’ 앱 출시
세계 어디서든 AR·VR로 창덕궁 관람 가능

▲ SK텔레콤이 28일 공개하는 창덕궁 투어앱인 '창덕ARirang'의 시작화면. 화면에 보이는 해치가 길잡이가 돼 창덕궁 곳곳을 안내한다. (사진=최문정 기자)

 

[스페셜경제=최문정 기자] “어서 따라오시게” 

 

스마트폰을 들어 창덕ARirang(창덕아리랑)앱을 켜니 불현듯 조선시대로 돌아갔다. 카메라로 창덕궁 금천교를 비추자 섬광이 일면서 전설 속의 동물 ‘해치’가 튀어나온다. 해치는 창덕궁의 안내자를 자청하며 거침없이 걸어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생생한 이미지에 잠시 걸음이 느려지자, 대여섯 걸음 앞을 걷던 해치가 기자에게 어서 따라오라며 길을 재촉했다

 

수많은 전각들과 담장 사이를 안내하는 해치의 뒤를 따라 금천교, 인정전, 희정당, 후원, 낙선재를 걷다보면, 경복궁 재건 전까지 조선시대의 정궁 역할을 했던 창덕궁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다.


체험형 콘텐츠, 창덕ARirang

SK텔레콤과 문화재청 구글코리아는 한국의 대표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창덕궁을 5세대(5G)이동통신 MEC 위에 증강현실(AR)로 복원해냈다. 창덕궁을 방문한 뒤 애플의 앱스토어나 구글의 플레이스토어에서 창덕ARirang앱을 다운 받으면 해치가 튀어나와 궁궐 곳곳을 안내해준다.

 

▲ 창덕궁의 정전인 인정전에서 창덕ARirang을 실행하고 있다. 인정전에선 조선왕조에서 가장 제위기간이 길었던 왕인 영조와 정순왕후의 홀로그램이 튀어나와 관객들에게 말을 건다. (사진=최문정 기자)


창덕ARirang이 기존의 궁궐 문화해설과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직접 창덕궁의 전각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역사 속으로 들어간 듯한 생생함이다. 
왕세자와 활쏘기 시합을 하고, 신정전에서 국정 업무를 보고 있는 영조대왕에게 조언을 하거나 직접 신문고를 울려볼 수도 있다. 특히 기존엔 문화재 보존을 위해 출입이 제한됐던 공간인 희정당과 부용지 등의 후원 공간을 관람객이 고화질 입체형상으로 볼 수 있다.


가령 희정당은 조선왕조 후기와 대한제국 시기 응접실로 쓰였던 건물이다. 이미 서양의 문물이 전래된 후에 지은 건물이라 자동차가 드나들기 위한 출입구, 전기 등이 적용돼 있다. 조선식 건물에 서양식 인테리어가 적용돼 과거 드라마 ‘궁’ 등에서 희정당 모습을 참고한 인테리어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희정당은 문화재 보존을 위해 일반 관람객들에게 내부의 모습이 공개하지 않는다.

 

▲창덕ARirang을 통해 희정당 내부로 들어간 모습. 조선왕조 건축양식에 카펫, 전등 등 서양식 인테리어의 조화가 눈에띈다. 희정당은 조선 초 태종 때 왕의 침전으로 지어졌으나 세 차례의 화재 끝에 복원됐다. 이후 조선왕조와 대한제국의 응접실로 활용됐다. (사진=최문정 기자)


창덕ARirang을 켜고 희정당 가까이에 가자 가상의 문이 솟아올랐다.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해 문을 열고 직접 걸음을 옮겨 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카메라를 아래로 기울이면 붉은 카펫이 깔린 바닥이, 다시 천장을 비추면 조선의 단청이 곱게 칠해진 천장 위에 매달린 서양식 샹들리에가 눈에 들어온다. 외국에서 온 사신을 맞이하기 위해 마련된 의자와 테이블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후원의 부용지와 주합루에 올라 창덕궁의 비경을 감상하다가, 낙선재 앞마당에서 궁중무용 ‘춘앵무’ 감상하노라면 조선시대 왕이 된 기분까지 든다. 


어린이‧청소년 역사프로그램 운영자는 “창덕궁 후원의 경우 조선왕실의 꽃이라 불릴 정도로 아름답지만 100명이라는 입장 인원 제한이 있어 아이들이 관람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며 “아이들이 익숙한 스마트폰 앱을 통해 후원뿐만 아니라 희정당, 낙선재 등의 공간을 돌아볼 수 있어 유용할 것 같다. 앞으로도 이런 앱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간만에 나온 ‘제대로 된’ 5G 콘텐츠"


▲ 창덕ARirang 서비스 소개(인포그래픽=SK텔레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러한 실감나는 콘텐츠 제작을 위해)AR스튜디오에서 160대의 4K 카메라로 360도, 초당 최대 60프레임으로 촬영을 해 실제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고화질 입체영상을 생성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보다 자연스러운 증강현실 콘텐츠 제작을 구글, 영국의 개발 제작사인 넥서스 스튜디오, 한국의 AR 개발사 시어스랩 등과 1년 6개월 이상 협력을 지속해왔다. 구글이 제공하는 클라우드 기반 증강현실 플랫폼인 ‘ARCore(에이알코어)’, 최신 AR기술인 클라우드 앵커, 라이팅 에스티메이션 등의 기술이 투입됐다.

이러한 기술 덕분에 창덕ARirang의 안내자 해치는 건물과의 거리, 땅 위에서의 높이를 고려해 관람객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한다. 이에 따라 앞서 걷다가도 뒤를 돌아보며 관람객을 기다리는 등의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SK텔레콤은 용량이 큰 AR콘텐츠가 끊김 없이 잘 작동되기 위한 필수 조건인 5G네트워크 구축에 힘을 쏟았다. 숙장문, 낙선재, 후원입구, 인정전 뒤뜰 등 창덕궁 안 6곳의 공간에 5G기지국 12식을 구축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창덕ARirang은 SK텔레콤의 첫 번째 5G MEC(클라우드 게임, 스마트 팩토리, 자율주행 및 차량관제 등 초저지연 성능을 높이는 5G기술) 기반 B2C서비스”라고 밝혔다.

누구나 볼 수 있는 창덕궁


“창덕ARirang과 함께라면 이제 창덕궁에 가지 못할 곳, 보지 못할 곳은 없습니다” 창덕ARirang 설명을 마무리하는 예희강 SK텔레콤 브랜드마케팅그룹장의 발언이다.

창덕ARirang은 크게 2가지의 코스가 있다. 하나는 일반 관람객을 위한 워킹 코스, 다른 하나는 휠체어, 유모차 등을 사용하는 관람객을 위한 엑세서블 코스다. 엑세서블 코스의 경우, 길잡이 해치가 앉은키 눈높이에 맞춰 궁 안내를 진행한다. 또한 문화재청이 창덕궁의 주요 길목에 설치한 장애인용 경사로로 길을 안내해 취약 계층도 문화유산을 즐기고 관람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SK텔레콤은 창덕ARirang이 5G 기반 스마트폰과 네트워크에서 최적화 된 콘텐츠라는 것을 고려해 연말까지 기기대여 서비스도 제공할 방침이다. 아직 어린이나 취약계층 등이 비용 부담 등의 이유로 5G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지 못한 실정을 고려했다.

내달 공개되는 ‘창덕ARirang 앳홈’ 서비스는 아예 앱을 통해 창덕궁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AR과 VR(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해 창덕궁을 관람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시작된 비대면 문화가 궁 관람, 전시, 공연 등 문화생활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며 “5G를 통해 전 세계인이 K-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예 그룹장은 “코로나 19로 촉발된 언택트 시대에 문화재청, 구글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가치를 SK텔레콤의 5G 기술을 통해 전 세계에 전할 수 있어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ICT를 활용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캠페인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스페셜경제 / 최문정 기자 muun09@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