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무난하게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던 인수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잡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양 측의 갈등 관계가 표면화되면서 급기야 HDC는 금호산업을 상대로 적극적인 협상을 촉구하는 취지의 내용증명까지 보냈다.

이 내용증명은 강제력이나 법적 효력은 없지만 향후 분쟁이 발생했을 때 증거로 사용될 수 있어 HDC가 민사 소송 등 법적 분쟁 가능성까지 염두 해둔 것이라는 지각이 지배적이다.

또는 금호산업의 무리한 요구가 계속되면 매각을 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경고’로도 풀이할 수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2주일이 지나도록 주식 매매계약과 관련해 진척 흐름이 더뎌지자, 지난 26일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를 통해 금호산업 측에 적극적인 협상을 촉구하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과정에서 불거진 양측의 갈등은 금호그룹 재건에 쓰일 구주 가격 때문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번 인수는 금호산업이 보유한 지분(31.05%)인 구주와 아시아나가 발행하는 보통주인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금호산업이 구주 가격을 인상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갈등이 생겼다는 것이다.

당초 HDC-미래에셋 컨소시엄은 2조5000억원의 입찰가격을 제시하면서 금호산업에 3000억원을 구주 매입 대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2조2000억원을 신주 유상증자로 금호아시아나에 집어넣겠다는 방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금호산업은 당초 7000억원의 구주 가격을 기대했던 만큼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고려하면 4000억원 이상은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호그룹이 강하게 구주 가격을 올리자고 요구하는 데는 박삼구 전 회장이 갖고 있는 지주사 금호고속의 차입금을 갚을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금호고속은 당장 내년 3월 말 만기가 돌아오는 산업은행 대출 1300억원을 비롯해 3700억원가량의 차입금을 갚아야 한다. 실상은 구주 가격으로 4000억원을 올려받아도 부족한 셈이다.

그러나 HDC 정몽규 회장은 최근 이동걸 산은 회장을 만나 구주 매입가 인상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양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올해 안에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완료하겠다던 금호산업의 목표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구주 가격 이외에도 까다로운 계약조건들이 많은 주식매매계약 체결 협상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한편 올해 안에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산은 등 채권단은 4월 인수한 50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고 매각 주도권을 도로 가져가겠다고 밝힌 바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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