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0년 가까이 D램·낸드 1위
신기술로 승부수 띄우는 경쟁사들
미국 마이크론, 세계 최초 176단 낸드 양산
SK하이닉스, 차세대 D램 규격 DDR5 검증 마쳐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메모리 반도체 강자 삼성전자를 향한 경쟁사들의 도전이 세졌다.

 

삼성전자는 1992년 세계 최초로 64MB D램을 개발,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뒤 2003년 낸드플래시까지 1위를 석권하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1인자로 우뚝 섰다.

 

2000년 닷컴버블이 붕괴하고 D램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에서도 삼성전자는 300mm로의 전환에 선제적으로 나서며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갔다. 이로 인해 세계 최초 256MB D램 개발, 세계 최초 3차원 V낸드 양산 등 경쟁사를 기술로 압도라는 초격차를 실현할 수 있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가 발표한 2분기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삼성전자는 D램에선 43.5%, 낸드플래시에선 31.4%를 차지했다. 2위와의 격차는 D램의 경우 13%, 낸드는 2배 가까이 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우월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주도권을 이어갈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SK하이닉스의 인텔 인수에 대한 질문에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전략 측면에서 말씀드리자면 낸드는 가격탄력성이 비교적 높은 제품이다. 낸드 시장 변화에 흔들림 없이 대처하려면 원가경쟁력과 안정적인 공급 여력과 같은 기본기가 갖춰져야 한다“(삼성전자는) 차별화된 CTF 기술의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고객 요구 사항에 맞춰 안정적 공급에 주력하겠다. 기존 고객사와 관계도 지속적으로 강화하면서 신성장 분야의 제품도 적기 개발해 지속적으로 시장 리더십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불과 2주 만에 변수가 생겼다. 신기술을 앞세운 경쟁사들의 추격이 매서워진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향후 소수의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반도체 시장도 한층 팽창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수급 차질을 우려한 IT기업들이 주문을 늘려 재고를 쌓아둔 탓에 D램 가격은 하반기까지 쭉 내림세였다. 하지만 IT 기업들의 재고 소진, 서버·PC용 반도체 수요 지속,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 출하량 증가 등이 맞물리는 가운데 차세대 D램 규격인 DDR5 생산이 본격화됨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는 호황기에 접어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시장 선점이 중요해진 지금,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기술력을 강화하며 삼성전자에 바싹 따라붙었다.

 

다만 내년부터 본격적인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DDR5 D'이 시장을 흔들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 D램 규격이 업그레이드 될 때마다 큰 호황을 맞았던 흐름을 봤을 때, 초기 DDR5 D램 시장 선점이 각 업체로서는 중요한 과제다.

 

현재 이 주도권을 놓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벌이는 총성 없는 전쟁이 이미 시작됐다.

 

SK하이닉스가 지난달 6일 세계 최초로 DDR5 D램을 출시했고, 삼성전자도 기술 개발을 진행하며 내년 하반기 출시를 예고했다. 양사 모두 향후 시장이 활성화 됐을 때 최상의 제품을 차질없이 공급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지난 9(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176단 낸드플래시 메모리 양산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3D 낸드플래시는 기본 저장단위인 셀을 수직으로 쌓아올린 것으로, 적층 수가 높아질수록 저장 용량이 늘어난다. D램과 달리 데이터를 영구 저장할 수 있어 스마트폰과 PC는 몰론 데이터센터 등 다방면에 활용활 수 있다. 지금까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대 단수인 128단을 생산하고 있었다.

 

마이크론의 176단 낸드는 칩 면적은 30% 줄어든 반면, 전송 속도는 33% 빨라졌다. 읽기·기 시간 지연도 35% 줄였다. 특히 176단을 단일 칩 세트로 구성한데다 2세대 RG(Replacement Gate)를 구현해 낸드의 성능 저하를 초래하는 셀 간 용량성 결합(정전용량) 문제를 줄여 더 높은 내구성과 향상된 전력 효율, 더 많은 저장용량, 더 빠른 성능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마이크론은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2분기 11.5%로 인텔과 함께 5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176단 낸드는 내년에나 양산될 예정인 가운데 이번에 신기술로 앞서 치고 나감에 따라 마이크론은 점유율을 늘릴 기회를 잡게 됐다. 된다.

 

SK하이닉스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후발주자로서 단기간에 개선이 쉽지 않았던 규모의 한계를 해소하기 위해인텔과의 낸드 M&A를 단행한 SK하이닉스는 낸드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세계 4(11.7%)지만, 향후 2위로 뛰어오를 전망이다. 특히 기업용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시장에서 인텔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위상을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는 D램에서도 삼성전자보다 한 발 앞서 신기술을 선보였다. 지난달 SK하이닉스는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를 최대 1.8배 향상한 DDR5를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고 발표했다. 차세대 D램 규격인 DDR5은 삼성전자로 개발을 진행 중인 신기술. SK하이닉스는 이미 샘플을 인텔 등 주요 파트너사에 제공해 여러 테스크를 거쳐 호환성 검증을 끝냈다. 파트너사의 요청이 있을 경우 바로 양산할 수 있는 상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는 기성품과 같기 때문에 제조능력이 뛰어났던 삼성전자 등이 발군의 기량을 보일 수 있었다하지만 치열한 기술 경쟁으로 격차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도 고사양 저전력 제품 개발을 위해 더욱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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