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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경제=이인애 기자]직원들이 열심히 일할 동기를 지워버리는 낡은 시스템으로 꼽히는 호봉제가 금융계에서는 아직도 고수되고 있어, 성과가 없는 직원에게도 호봉에 맞춰 억대 연봉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아 반발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 3곳 중 2곳은 여전히 호봉제를 취하고 있다. 이는 전체 업종 평균의 4배에 달하며, 전 산업 가운데에서는 무려 1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9년 간 전체 업종에서 호봉제 도입률은 30.2%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금융업은 70% 수준을 맴도는 수치를 보였다. 대표적으로 5대 시중은행과 씨티·SC은행 등 외국계 은행이 여전히 호봉제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일각에서는 직원들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안 되는 제도인 호봉제는 폐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은행권은 임금체계를 개편하려는 시도를 할 때마다 번번이 기득권 노조에 가로막히는 등 호봉제 폐지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호봉제를 고수하고 있는 은행의 경우 직원 10명 중 3명은 억대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2018년 말 기준 1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은행원은 30.1%나 됐다. 전체 은행원이 13만 명이라는 점을 안안할 때 억대 연봉을 받고 있는 은행원은 무려 약 4만 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일 할 의욕도 없고 일하지도 않는 직원들도 호봉제 덕분에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억대 연봉을 받게 되는 시스템이다.

이 같은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저성과 직원에게 과도한 연봉이 지급돼, 은행원들이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며 금융업계 성장을 저해한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전문가 등은 입을 모으고 있다. 아울러 이들은 일하지 않고도 높은 연봉을 받는 것으로 이미 알려져, 다른 직원들의 사기까지 떨어뜨릴 수 있어 티나지 않게 일부 부서에 배치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저성과자들을 배치하는 대표적인 부서로는 여신감리부가 있는데, 실제로 한 시중은행 여신감리부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 30명 가운데 20명이 이 같은 억대 연봉자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신감리부에서 하는 일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들이 해야 할 일을 연차가 낮은 다른 10명의 직원들이 떠맡아서 하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득권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파업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아 보인다”며 “우리나라 금융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호봉제를 폐지하고 성과급 위주 임금체계로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이인애 기자 abcd2ina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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