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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경제=이인애 기자]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하나금융지주를 상대로 국제중재재판소에 제기한 1조60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하나금융의 승리로 끝났다. 하나금융은 론스타에 단 한 푼의 손해배상액을 물어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하나금융은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 판정부로부터 론스타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판정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판정문을 통해 재판소는 각종 중재비용도 론스타 측이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과는 당초부터 예상됐던 것이라고 전문가 등은 입을 모으고 있다. 아울러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 앞서 전초전 격으로 치러진 이번 소송이 ISD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가격 내리지 않으면 매각 승인 더 늦어질 것’…하나금융, 론스타에 협박or협상

론스타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판정이 나기까지는 2년 8개월가량이 소요됐으며, 판정은 지난달 내려졌으나 오류 검토 작업 등을 거치다 보니 약 한 달 만에 송달됐다고 우리금융 측은 밝혔다.

지난 2012년 론스타는 외환은행 최대주주 자격으로 하나금융에 회환은행 매각을 진행한 바 있다. 론스타는 그 과정에서 하나금융 측으로부터 “당국의 매각 승인을 받으려면 인수 가격을 낮추면 된다”는 말을 들었다며 약 4년이 지난 2018년 8월, 하나금융에 14억430만달러(1조70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중재 신청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론스타는 당시 하나금융에 외환은행 발행주식 3억2900만주를 약 4조6800억원의 매각대금을 받고 넘길 계획이었으나, 정부 승인이 지연되면서 결국 당초 금액보다 훨씬 낮은 3조9100여억원에 매각하게 되면서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하나금융과 한국 정부가 손을 잡고 부당한 방법으로 가격을 낮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판정부는 이 같은 론스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하나금융이 론스타 측에 ‘가격을 인하하지 않으면 매각 승인이 더 늦어질 것’이라고 전한 것이 부당한 압박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인데, 판정부는 그렇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론스타, 한국 정부·하나은행 찔러보기 논란…아무나 손실 메워주면 그만?

하나금융은 “론스타가 스스로 가격 인하가 없으면 당국이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에 기망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전체적인 사실관계를 종합해 봐도 협박으로 보기 어렵다는 내용이 판정문에 담겨 있다”고 말하며 “하나금융이 계약에서 요구한 바에 따라 최선의 노력을 했기 때문에 계약위반 사항 또한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판정 결과를 론스타가 군말 없이 수용할 지는 미지수다. 만일 판정 결과에 불만이 있다면 취소 소송을 제기할 순 있으나 지금껏 기존 판례가 뒤집힌 경우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해당 소송은 단심제이기 때문에 재심은 불가하다.

일각에선 이번 소송으로 하나금융은 론스타 측 손실 보상 문제에서 발을 빼게 됐으니 다가오는 ISD에서 정부에게 부담이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애초에 론스타는 매매계약 당시 하나금융과 충분히 협의한 상태였기 때문에 이번 손해배상 요구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처음부터 지는 싸움이라는 것을 알면서 론스타가 소송을 진행한 이유는 다가오는 ISD 때문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론스타는 매각 과정에서 입은 손실을 한국 정부와 하나금융에서 충당하려고 모두에게 소송을 건 것”이라며 “이번에 하나금융은 발을 뺄 수 있게 됐으니, 이제 손실을 충당할 수 있는 곳은 한국 정부밖에 없다”고 말하며 우려했다.

 

 

스페셜경제 / 이인애 기자 abcd2ina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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