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공 배달앱 '제로배달 유니온' 출범
고객유치 한계 지적..제2 배달의 명수 우려
[스페셜경제=김민주 기자] 서울시가 중소 배달앱 업체들과 손잡고 시작한 ‘제로배달 유니온’ 사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가 출범한 공공 배달중개 사업에 대한 업계, 소비자, 소상공인들의 시각이 다양하다. 파격적인 수수료정책으로 불공정해진 배달시장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한편 일각에선 ‘배달의명수’처럼 흐지부지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날 불광동에서 치킨가게를 운영하는 소상공인 A씨는 서울시의 제로배달 유니온을 통해 중개수수료 부담을 분명 덜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비치면서도 그렇다고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등 대형 배달업체 입점을 포기할 순 없다고 말했다.
A씨는 “대형 프렌차이즈 업체가 아닌 개인 치킨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본인의 가게를 홍보할 방법이 없기에 배달앱 입점은 선택아닌 필수가 됐다”며 “배달중개수수료가 부담스러워도 배달앱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울며 겨자먹기로 입점하는 점주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수수료와 광고비가 좀 더 들더라도 이용자가 월등히 많은 배민과 요기요를 멀리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식음료 업체 자영업자들이 중개수수료라는 적지않은 출혈을 감당하면서까지 배달앱에 입점하려는 이유는 막대한 ‘광고 효과’ 때문이다. 광고효과를 누리려면 앱사용자를 많이 끌어들여야하고, 이용자들은 입점업체가 많고 플랫폼의 구성과 사용감의 수준이 높은 배달앱에 몰린다. 앱사용자들과 자영업자들이 대형 선두업체인 배달의민족, 요기요를 선택하는 이유다.
이 모든 과정에 필수적으로 따르는 요소는 '경쟁력있는 플랫폼'과 그것을 지속 업데이트해가며 운영할 '자본력'이다.
대형 배달중개업체들은 중소배달중개업체에겐 없는 자본력이 있다. 배민과 요기요 등 대형업체들은 IT전문가와 협력해 AI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앱 회원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취향에 맞는 음식점을 추천해주는 등 이용자의 편의를 높였다. 플랫폼의 구성과 성능도 수차례의 업데이트로 상당한 수준이다.
한 배달중개업체 관계자는 “서울시의 지원으로 이름조차 생소했던 수많은 중소 배달앱들에게 ‘브랜드 홍보’라는 큰 기회가 주어진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플랫폼 및 서버 운영 비용, 마케팅 비용 등 부가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해야하는 것은 중소 배달앱들의 몫이기에 그들이 고객을 획기적으로 유치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로배달 유니온의 출범으로 기존의 대형 배달중개업체들의 운영에 차질이 생기거나, 앱사용자들이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공공배달중개 사업 실패의 선례로 군산시의 ‘배달의명수’가 있다. 군산시는 지난 3월 공공 배달 앱 '배달의명수'를 출시했다. 대형 배달중개업체들의 과독점과 무리한 중개수수료를 타도한다는 목적을 내세워 많은 자영업자 및 소비자들에게 환영받았으나 실상은 부실했다.
어플리케이션의 기본적인 작동이 원활하지 않거나 심지어 이용중 서버가 다운되는 등의 문제가 생기며 배달의명수는 실사용자인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았다. 배달의명수 월간 사용자 수는 4월 6만8000명에서 5월 3만5000명, 6월 2만7000명으로 매달 연이어 감소했다.
제로배달 유니온은 무엇?
서울시는 지난 16일 배달중개수수료를 0~2%로 대폭 낮춘 ‘제로배달 유니온’을 정식 출시했다. 제로배달 유니온은 소상공인의 배달중개수수료를 절감하기 위해 서울시와 한국간편결제진흥원, 소상공인단체, 민간 중소배달앱사가 협약을 맺고 민관협력방식으로 추진하는 주문배달서비스다.
제로배달의 1차 출시 이용가능 배달앱은 띵동, 먹깨비, 부르심제로, 서울애(愛)배달, 놀러와요시장, 로마켓, 맘마먹자 총 7개 업체다. 해당 배달앱에 입점하는 자영업자들은 광고비, 입점비가 없으며, 단골 고객용 홍보와 마케팅 기능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서울시는 서비스 시작에 맞춰 제로배달 유니온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서울사랑상품권 1200억원을 발행했다. 소비자들은 최대 10% 할인된 가격으로 현금과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울사랑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다.
서울시는 제로배달 유니온 오픈기념으로 서울사랑상품권 결제시 1개월간 10% 추가 할인(1일 최대 2000원, 월 최대 5만 원) 행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최대 20% 할인(상품권 10%할인구매+상품권 결제시 10%할인)을 받는 셈이다.
업체별로 상이하나 대부분의 배달중개업체는 중개수수료를 5~12%정도로 책정한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배달앱에서 2만원짜리 치킨을 주문하면 배달중개업체는 중개수수료 몫으로 약 10%인 2000원을 떼어간다. 그럼 치킨가게 점주는 1만8000원을 받게된다.
이 과정에서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덜고자 서울시가 주관한 사업이 바로 ‘제로배달 유니온’이다. 제로배달 유니온에 가입한 업체 중 하나인 띵동앱에서 2만원짜리 치킨을 주문하면, 띵동은 중개수수료 2%인 400원을 떼어간다. 그럼 치킨가게는 1만9600원을 받게된다.
이날 서울시 관계자는 “제로배달 가입 업체에선 2%의 중개수수료만을 떼어가기 때문에 치킨가게가 제로배달 가입 업체를 통해 2만원의 치킨을 판매하는 경우, 타 배달앱을 이용했을때보다 최대 2000원 이상의 이득을 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페셜경제 / 김민주 기자 minjuu0907@sp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