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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경제=이인애 기자]KB금융그룹 투자부동산이 1년 만에 두 배 이상 불어나 2조원을 거뜬히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 대형 금융지주들의 투자부동산이 1조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독보적으로 큰 규모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KB금융은 투자 활로를 찾기 위해 투자부동산을 선택한 것으로 보이지만 부동산 시장도 전망이 마냥 밝지만은 않아, 이 같은 선택이 향후 어떤 결과를 낼 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29일 금감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의 투자부동산은 총 3조6838억원으로 전년(2조6047억원) 대비 41.4%(1조791억원) 증가했다. 투자부동산은 말 그대로 투자 목적이나 비영업용으로 소유하는 토지와 건물, 기타 부동산을 뜻한다.

금융지주별로는 KB금융의 부동산 투자 확대가 단연 돋보였다. KB금융의 투자부동산은 2조1198억원으로 전년 동기(8385억원)에 비해 152.8%(1조2813억원)이나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조사 대상 금융지주들의 전체 투자부동산 보유량 가운데 57.5%나 차지하는 수치로 4대 금융지주의 전체 부동산 투자 중 절반 이상이 KB금융에 몰렸다는 뜻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지난해 투자부동산 금액이 늘어난 주요인은 증권과 자산운용 등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펀드 확대”라며 “이는 자산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타 금융지주들의 투자부동산은 비슷한 수준을 간신히 유지하거나 도리어 줄어든 곳도 있었고 규모 또한 KB금융을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신한금융의 투자부동산은 당초 4183억원에서 4748억원으로 13.5%인 565억원 늘긴 했으나 여전히 4000억원 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우리금융으로 이름을 바꾼 우리은행의 투자부동산 또한 3713억원에서 3781억원으로 소폭(1.8%) 증가에 그치며 변화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게다가 하나금융은 오히려 기존 9766억원에서 7111억원으로 27.2%(2655억원)의 투자부동산 감소치를 보였다.

이처럼 금융지주들이 대부분 부동산 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것에는 달라진 금리 움직임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 흐름에 최근 균열이 생기면서 상대적으로 부동산 투자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가 지속된 반대급부로 부동산 시장은 타 투자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린 바 있으나 이제 그 흐름은 반전 기류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던 중 최근엔 미국을 중심으로 깨지고 있다고 평가된다. 미 연준은 지난 2016년 이후부터 수차례 금리 상향을 이어온 바 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기준금리를 2.25~2.50%까지 상향 조정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미국에 기준금리를 추월당한 한국은행도 작년 11월 금리를 1.75%까지 올렸다.

아울러 정부의 강력한 규제 정책 속에서 국내 부동산 시장은 점점 움츠러드는 모습이다. 정부가 거래 억제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부동산 시장은 어느 정도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며 당장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고 해도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오랫동안 이어진 저금리에 변화가 생기면서 부동산 투자에 대한 선호도가 예전보다 낮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소매가 아닌 대형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에 대한 금융사의 부동산 투자 수요는 계속될 전망이지만 이 경우 대형 리스크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관리 부담이 문제”라고 현 상황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스페셜경제 / 이인애 기자 abcd2ina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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