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UEA 항공회담에 ‘덜덜’ 떠는 항공업계…유럽 하늘길이 위험하다

김다정 기자 / 기사승인 : 2019-07-17 17:4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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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내달 열리는 한-UAE 항공협정 회담을 앞두고 국내 항공업계가 이전 회담과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서 열렸던 한중 항공회담에서는 넓어진 중국 하늘길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됐다면, 이번에는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중동 항공사들은 그동안 비정상적인 정부의 보조금을 등에 업고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항공시장을 무섭게 잠식해 왔기 때문이다.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7~8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항공협정 회담에서 UAE는 인천~UAE 노선 주 7회 증편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UAE는 지난해 6월 열린 항공 회담에서도 같은 요구를 해왔지만, 양국간 입장 차이로 결렬됐다.

현재 에미레이트항공이 인천-두바이 노선을, 에티하드항공이 인천-아부다비 노선을 주 7회 운항하는데 각각 주 14회로 늘려달라는 것이다.

국적 항공사는 대한항공만이 인천-두바이 노선에만 218석의 A330 항공기를 주 7회 운항할 뿐이다. 운항편수는 2배, 공급 좌석수는 5배 차이다.

업계에서는 UAE가 지속적으로 증편을 요구하는 속내에는 유럽으로 가는 여행객 수요를 점유하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다.

한국에서 출발하는 중동 항공사의 탑승객 10명 중 7~8명은 중동을 거쳐 유럽으로 가는 환승객들이며, 실제 2~3명만이 중동 지역을 방문하는 직항 승객들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에미레이트항공 이용객 중 72%, 에티하드항공 이용객 중 63%가 UAE를 거쳐 유럽이나 아프리카로 가는 승객이었다.

이들 항공사는 대한항공 대비 20~30% 정도 저렴하다. 항공기 체급도 에미레이트항공과 에티하드항공은 480석이 넘는 최신 A380을 투입하고 있지만 대한항공은 두바이 노선에 218석 규모 A330을 운항하고 있다.

승객 입장에서는 중동을 경유하더라도 국적기보다 가격이 저렴하면서 쾌적한 중동 항공사를 외면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이와 같은 중동 항공사의 전략은 국적 항공사들의 직항 수요를 빼앗아 국내 항공시장을 잠식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실제로 이미 중동 항공사들은 막대한 국가 보조금을 바탕으로 국제항공노선을 확장하며 단기간에 몸집을 부풀려 전 세계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유럽 항공사들의 경우 중동 노선 및 아시아행 노선의 운항을 잇따라 중단하고 있다.

루프트한자는 최근 동남아시아 및 아프리카행 노선 20개를 단항했다. 에어프랑스의 경우 아부다비, 도하, 제다 등 중동 노선에서 모두 철수했다.

호주의 국적 항공사인 콴타스항공도 중동 항공사의 무차별적인 공급력 증대에 밀려, 로마, 파리,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노선을 모두 단항하고, 현재 런던 노선만 남아 지역항공사로 전락했다.

2018년 기준 현재 에미레이트항공은 2018년 기준으로 국제 여객 및 화물 수송 모두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 다른 중동 항공사인 카타르항공은 국제여객 4위, 국제화물 2위다.

2003년에 설립된 UAE의 신생항공사인 에티하드항공도 국제여객 14위, 국제화물 수송 25위로 급속 성장하는 추세다.

중동 항공사들이 상승세를 타는 동안 국적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2009년 국제 여객 13위에서 2018년 15위로, 국제 화물 수송 또한 세계 1위 자리를 내주고 5위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도 국제 여객 28위에서 27위로 제자리 걸음을 했으며, 국제화물은 14위에서 18위로 떨어졌다.

중동 항공사들의 증편은 소비자들에게 유리한 듯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미 유럽이나 호주 콴타스 항공 사례로도 알 수 있듯이 국적 항공사들이 피해를 이기지 못하고 기존 운항 노선을 정리하면 결국 시장을 잠식한 중동 항공사들이 다시 노선을 재편하거나 가격을 인상하는 수순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국가의 무차별적 공급 증대 요구를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며 “이는 결국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소비자가 가격이 인상된 항공권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살 수 밖에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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