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운전면허증·새 여권 등 확 바뀌는 대한민국

 

[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경자년 새해가 밝았다. 매년 새해가 되면 새롭게 신설되거나 개편되는 제도들이 생긴다. 일상생활과 거리가 멀어 뭐가 바뀌었는지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도 있겠지만, 일상에서 변화를 확 느끼는 경우도 많다. 올해는 특히 ‘생활 밀착형’ 제도들의 변화가 눈에 띈다.

이런 제도의 변화는 미리 알아두면 편하지만, 모르고 있으면 혜택을 못 보고 그냥 지나치기 쉽다. 더 늦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2020년 새로운 사회‧복지‧노동 제도에 대해 정리해 봤다.

 

스마트폰 속 증명서·운전면허증…모바일 의존도 늘어
대형마트 종이박스·테이프 제공 중지…소비자 불편↑

스마트폰으로 편하게…모바일 면허증·증명서 발급
올해 상반기에 모바일 면허증이 도입된다. 실물 면허증을 소지하고 다니지 않더라도 스마트폰에 등록된 모바일 면허증으로 사용자의 운전 자격과 신원을 검증할 수 있다.

모바일 면허증 발급을 위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는 지난해 9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규제 샌드박스 심의위원회에서 ‘모바일 운전면허증 임시허가’를 받았다. 그간 도로교통법에는 모바일 운전면허와 관련된 규정이 없어 서비스 사용 및 출시가 어려웠다. 정부는 개인정보 유출과 위·변조 방지와 같은 체계를 갖추는 조건으로 임시 허가를 내줬다.

통신 3사의 본인인증 앱 ‘패스’에 실물 면허증을 촬영해 등록하면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의 운전면허 정보 검증 시스템과 연동되게 된다. 이렇게 저장된 모바일 면허증은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보안 기술로 보호되기 때문에 개인정보가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향후 운전면허 적성검사 등의 알림을 모바일 면허증과 연계하는 등 서비스 생태계도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스마트폰으로 주민등록증초본 등 각종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0월 전자증명서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디지털 정부혁신 추진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주민등록증초본 발급을 시작으로 올해 상반기까지 총 13종의 증명서를, 내년 말까지는 100여종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주민등록증초본, 건강보험료 납부확인서, 건강보험자격득실 확인서, 건강보험자격확인서, 지방세 납세 증명, 지방세 세목별 과세증명, 출입국 사실증명, 건축물대장 등·초본, 자동차등록원부 등본(초본), 운전경력증명서, 초중등학교 졸업(예정)증명, 병적증명서, 예방접종증명서 등의 발급이 서비스될 예정이다.

전자증명서 발급은 ‘정부24’ 앱을 통해 가능하다. 공인인증서를 사용해야 하는 불편은 정부가 발의한 ‘전자서명법’이 개정되는 시점에 맞춰 보완될 예정이다.

새로워진 주민등록증·여권
주민등록증에 위·변조 방지기능 등 보안요소가 새롭게 도입된다. 새 주민등록증의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재질을 폴리카보네이트(PC)로 바꿔 내구성을 강화했고, 레이저 인쇄와 돋음문자 인쇄로 위·변조가 한층 어려워진다. 뒷면 지문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보안기술이 적용됐다. 

 


오는 10월부터는 주민등록번호 체계 자체가 바뀐다. 그간 논란이 됐던 주민번호 13개 자리 가운데 8~11번째에 표시되는 지역 정보가 삭제된다. 대신 성별 뒤의 여섯자리에는 임의번호가 부여될 예정이다. 다만 생년월일과 성별 표시는 그대로 유지된다.

여권은 완전히 새롭게 바뀐다. 32년 만에 녹색 표지를 버리고 남색으로 변경된다. 차세대 여권 디자인은 지난 2007년 ‘여권 디자인 공모전’ 당선작(김수정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을 기초로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수정 및 보완했다. 일반여권은 남색, 관용여권은 진회색, 외교관여권은 적색으로 구분됐다.

외교부는 차세대 전자여권 도입을 계기로 온라인 여권신청, 우편배송 서비스 및 여권 진위 확인 등을 도입해 국민 편의를 도모하고, 여권 상 주민등록번호를 삭제해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기로 했다.

차세대 여권 발급 개시 이후에도 현재 여권은 유효기간 만료 시까지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여권 소지자가 희망하는 경우 유효기간 만료 이전이라도 새 여권으로 교체해준다.

주머니가 가벼워지는 금융제도 변화
한국은행은 올해 상반기에 ‘잔돈 계좌적립서비스’를 도입한다. 마트·편의점 등에서 현금으로 물건을 구매한 뒤 거스름돈을 동전 대신 구매자의 은행 계좌로 직접 입금해주는 서비스이다. 이는 한국은행이 지난 2017년 도입한 ‘동전없는 사회’ 시즌2 격이다. 기존에는 잔돈을 제휴 업체의 교통카드나 포인트 카드에 적립금으로 적립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현금 결제만 가능했고, 해당 업체의 포인트카드나 교통카드를 소지해야 하는 등 불편함이 커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많지 않았다.

올해는 은행권과 연계한 ‘모바일 직불서비스’의 일환으로 서비스가 개선된다. 은행 계좌를 기반으로 한 현금 IC카드를 모바일에 등록해 결제에 쓸 수도 있고, 현금·상품권 구매 후 잔돈을 이 계좌로 입금 받을 수 있다. 한국은행은 이 서비스로 동전 발행 및 유통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자잘한 동전 등을 지니고 다니지 않아도 돼 구매자의 편의성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여러 카드사의 잔여 포인트를 원하는 계좌로 이체할 수 있는 시스템도 올해 하반기까지 신설된다. 기존 카드포인트 통합조회서비스에서는 개별 카드사의 포인트 조회만 가능했지만, 새 시스템이 구축되면 원하는 계좌로 현금화가 가능해진다.

마트서 종이상자·테이프·끈 사라진다
제도 변화가 꼭 편리한 것만은 아니다. 2020년 1월 1일부터 롯데마트·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의 자율포장대에서 포장용 테이프와 플라스틱 끈 등이 사라졌다. 대형마트에서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당초 환경부는 종이상자까지 없애기로 했다가 상자 자체는 재활용이 가능하고, 소비자 불편을 고려해 그대로 제공하기로 했다. 그러나 포장용 테이프와 끈이 제공되지 않으면서 종이상자를 이용해 구매한 물품을 제대로 포장할 수 없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크다. 환경부는 1월 안에 종이상자 제공에 대한 소비자 설문조사를 통해 최종적으로 종이상자 제공 여부를 결론짓기로 했다. 대형마트들은 대안으로 대용량 장바구니를 제작해 대여하거나 판매하면서 장바구니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8월 농협하나로유통을 포함해 대형마트 4개사는 환경부와 장바구니 사용 활성화 점포 운영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 이들 대형마트는 제주도 일부 매장에서 종이상자·테이프·끈 등을 제거하는 등 시범적으로 운영한 바 있다. 하지만 전국 매장에서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시민 불만이 폭증했다.

대형마트 자율포장대에서 테이프와 노끈이 사라진지 20일이 지났지만, 바뀐 정책을 알지 못해 자율포장대에서 낭패를 겪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많다. 구비된 종이상자를 이용하기 위해 마트에서 테이프와 끈을 따로 구매하는 촌극이 연출되기도 했다. 뉴시스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한 부부는 “오늘 예상치 않게 물건을 많이 사게 돼 어쩔 수 없이 상자를 이용하게 됐다”며 “테이프는 한 번 사면 또 쓸 수 있으니까 사는 김에 더 샀다”고 말했다.

대형 마트와는 달리 중형 마트에서는 여전히 종이박스·테이프·끈을 제공한다는 점은 기억해둘 만 하다.

최저임금 인상·52시간제 확대…소상공인·중기 한숨
선거연령 만 18세로 확대…4월 총선 판도 변수될까

최저임금 오르고, 근로시간 줄고
올해 최저임금이 8590원으로 인상된다. 지난해보다 240원 올랐다. 주 40시간기준 유급주휴를 포함해 209시간을 기준으로 월급을 환산하면 179만5310원의 급여가 책정된다. 최저임금은 업종과 관계없이 1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올해의 경우 매월 지급하는 상여금과 매월 지급하는 생활보조 또는 복리후생 성질의 임금 일부도 최저임금액에 포함된다. 기존에는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았던 상여금이나 식대 등도 단계적으로 최저임금에 포함되도록 한 조치의 일환이다. 이로 인해 기존에 최저임금과 별개로 식대와 상여금을 받았던 노동자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 2024년에는 상여금과 생활보조성 임금 전액이 최저임금에 포함된다.

2018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도입된 주52시간 근로제가 300인 이상 사업장 등에만 적용되던 것이 올해부터는 50~299인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된다. 하루 8시간씩 5일을 하면 1주일에 총 40시간을 일하게 되고, 여기에다 연장근로시간 12시간을 더한 52시간이 1주일에 일할 수 있는 최대 근로시간이다. 개정 전에는 최대 68시간을 근무할 수 있었다.

다만 중소기업계 반발이 커 1년의 계도기간이 주어졌다. 실제로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률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90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 기업의 67.4%만이 도입했고, 나머지 32.6%는 도입하지 않았다. 이들 기업 중 39.3%는 계도기간을 감안해 도입을 미뤘다고 답했다.

가족돌봄휴가·공휴일 적용…근로자 혜택 늘어
근로자 입장에서 반가운 제도 변화가 또 있다. 기존 관공서에만 적용됐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이 민간기업에도 확대돼 근로기준법상 유급휴일로 지정된다. 이들 공휴일은 3·1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신정, 설·추석 연휴, 석가탄신일, 크리스마스, 어린이날, 현충일, 선거일 등으로, 모두 합해 15일이다. 대체공휴일과 선거 및 임시공휴일도 추가된다.

지금까지 다수 기업에서는 이들 공휴일을 무급휴일로 처리했다. 공휴일이 유급휴일로 지정되면 사업주는 더 많은 수당을 지급해야 하고, 노동시간도 자연스럽게 줄게 된다. 다만, 기업 규모별로 준비기간에 차등을 주기 위해 올해는 300인 이상 사업장에 우선 적용되고, 30∼300인 사업장은 2021년 1월 1일부터, 5∼30인 사업장은 2022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올해부터 근로자는 가족의 질병, 사고, 노령 또는 자녀 양육을 목적으로 ‘가족돌봄휴가’(무급)를 청구할 수 있다. 하루 단위로 연간 최대 10일을 사용할 수 있다. 기존의 ‘가족돌봄휴직’(최대 90일)은 30일 단위로 사용해야 했지만, 가족돌봄휴가는 1일 단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돌봄 대상 범위도 조부모와 손자녀까지 확대됐다. 다만 가족돌봄휴직과 가족돌봄휴가를 합해 연간 최대 90일을 넘길 수 없다.

300인 이상 사업장 및 국가‧지자체 등에는 가족돌봄, 본인 건강, 55세 이상의 은퇴 준비, 학업 등을 위해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가족돌봄 등 근로시간 단축 제도’도 실시된다.

그간 법령에서는 같은 영유아에 대해 부부 중 한명이 육아휴직을 하고 있는 경우, 사업주가 육아휴직을 허용하지 않을 수 있었지만 해당 규정이 삭제된 것도 큰 변화다. 올해 3월부터는 같은 자녀에 대해 부부가 동시에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확 바뀌는 선거제도
올해 국회의원선거부터 선거 제도가 크게 바뀐다. 지난해 12월 27일 공직선거법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준연동형 비례대표 제도가 도입된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 규모인 현 의석구조는 유지하되, 비례대표 47석 중 30석에 연동률 50%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를 도입한다. 나머지 의석은 현행대로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나눈다. 다만 이번 비례대표 의석배분 방식은 이번 총선에 한해서만 적용하기로 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 도입에 반대해온 자유한국당은 ‘비례자유한국당’을 창당해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비례○○당’ 명칭은 유권자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불허했다. 비례한국당 창당준비위원회를 선관위의 결정을 수용하고 ‘미래한국당’으로 명칭을 변경하기로 했다.

선거 연령 확대…최대 변수 급부상
이번에 통과된 공직선거법개정안에는 선거 연령을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올해 4월에 치러지는 총선에서 고등학교 3학년 중 생일이 지난 학생들이 투표권을 얻게 된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새로 유입된 만 18세 유권자는 총 53만 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총 유권자의 1.2% 수준이다.

선거 연령이 고3 학생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일선 학교에서는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4월 총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교내 선거운동에 대한 교육당국의 지침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3 학생들이 투표권을 가지게 되면서 자연스레 선거운동이 학교로 확대될 텐데 관련 규정이 없어 학교와 학부모 우려도 만만치 않다.

예를 들어 예비후보자가 고등학교 앞에서 선거운동을 해도 되는지, 사립학교 교원이 선거운동 금지 대상인지 아닌지가 명확하지 않다. 일례로 서울시교육청 등이 선거교육의 일환으로 교내 모의선거를 추진했지만, 선관위가 공무원인 교원이 모의선거 교육을 하는 것은 사전 여론조사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불허했다.

고3 유권자가 이번 총선에서 투표를 한다고 하더라도 판세를 뒤집기는 어렵겠지만, 이들의 표심이 최대 변수가 되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김연숙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교수는 “만 18세 유권자가 수치상 비중은 적지만 전반적인 선거 분위기나 학교 밖 시위 등 비제도적 참여 측면에서 트렌드를 일으킨다면 그 파급은 클 것”이라며 “정치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정치적 활동에 적극 나설 경우 자극이자 동기 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LG유플러스, 외교부, 고용노동부, 뉴시스)

 

스페셜경제 / 윤성균 기자 friendtolif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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