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검찰수사심의위 신청…대기업 총수로선 처음
시민들에 객관적 판단 요구했지만 “낙관하긴 어려울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마친 후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3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다. ‘기소의 타당성을 판단해달라는 취지에서다. 대기업 총수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심의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잉여의 몸이 됐다가 2018년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 부회장이 두 차례에 걸쳐 강도 높은 소환조사를 받으며 기소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자, 삼성 측이 적극 방어에 나선 모습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과 일부 사장급 임원 측은 전날 이 사건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에 기소·불기소 여부에 대해 심의해 달라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서를 냈다. 검찰은 조만간 검찰시민위원회를 열어 이 부회장 관련 건을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에 넘기는 안건을 논의할 계획이다. 검찰청 시민위가 소집을 결정하면 검찰총장은 이를 받아들여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를 소집해야 한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검찰의 기소권을 감독함으로써 수사의 중립성을 확보하고 권한 남용을 방지할 목적으로 2018년 도입된 제도다. 사회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시민들이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이나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의 수사를 심의하고 기소 등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평가한다.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변경 등이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됐다고 의심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대규모 공사 수주 등 실적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가치를 떨어뜨린 반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장부상 이익을 올려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 측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변경은 바이오산업의 성장 가능성이라는 특수성이 반영된 것이며 인위적으로 기업 가치를 조작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이 승계 프레임으로 변형되면서 무리한 수사를 끌어왔다는 입장이다. 이 부회장 역시 두 차례의 소환 조사에서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18개월의 수사를 벌이면서도 기소 여부를 판단내리지 못하는 것은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반증이라는 지적이다. 법원도 삼성물간-제일모직 합병 건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을 내렸다. 그럼에도 재벌개혁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강한 만큼, 기소까지 밀고 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삼성이 마지막 방어에 나선 것이다.

 

여론도 우호적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지난 1년 간 삼성 전·현직 사장급 임원은 11명을 38번이나 부르며 수사를 이어갔다. 한 달에 3회꼴로 조사가 이뤄지면서 가뜩이나 경영 환경이 악화된 삼성으로선 사법 리스크의 부담까지 가중됐다. 이런 가운데 이 부회장은 뉴삼성에 대한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달 6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승계권 승계 등 과거의 그릇된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선언했다. 현대자동차와의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사업 논의,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현장 경영, 18조원 규모의 평택 반도체 파운드리·낸드플래시 생산라인 구축 발표 등 과감한 경영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검찰의 수사를 뒤집은 사례도 있다. 앞서 2018년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제천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와 관련해 화재 진압에 집중한 소방관들에게 인명 구조 지연으로 인한 형사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검찰에 불기소를 권고했었다.

 

다만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판단이 내려질지는 미지수다. 법조계 관계자는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서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데 한번 잉여의 몸이 됐었으니 삼성으로선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만 검찰도 (수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위원들에게 영향을 행사할 수 있지 않겠느냐. 이 부회장 측 소명이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예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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