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국회 정상화를 두고 협상을 벌이고 있는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계속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선거제 개편안과 사법개혁 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해 ‘사과·유감’을 조건으로 제시하는 자유한국당과 ‘조건 없는 복귀’를 요구하는 더불어민주당이 팽팽히 맞서며 국회 정상화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여야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호프(Hof)회동으로 물꼬를 튼 대화 동력이 다시금 경색되는 분위기 속에 5월 임시국회 소집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지적 또한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조속한 국회 정상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국당의 전향적 태도변화를 거듭 촉구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23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우리도 할 말이 없진 않지만 그것을 뒤로하고 시급한 민생과 경기 대응을 위해 나선 협상길이었다”며 “한국당이 민생을 위해 장외로 나섰다면 민생을 위해 주저 없이 국회로 돌아와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도 “경제가 어렵다면서 장외투쟁하는 것이 맞느냐”며 “국회를 마비시켜 정부여당의 경제회복 노력에 발목잡기를 일삼고 민생 추경을 방해하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거들었다.
일단 민주당은 27일 추경 시정연설, 30일 상임위원장 교체를 위한 본회의 등의 계획을 기반으로 5월 국회를 추진 중이지만 한국당과의 협상이 난항을 빚으며 시계제로 상태에 빠져있다.
전날 의총에서 ‘사과나 유감표명을 전제로 한 국회 정상화는 있을 수 없다’는 강경론에 따라 대립구도는 더욱 분명해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시간에 쫓겨 원칙을 저버린 국회 정상화는 안 된다’는 당내 기류를 확인한 만큼, 민주당이 협상에서 굳이 ‘밑지는 장사’를 하면서 5월 국회에 집착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만만치 않다.
한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국회 정상화를 위한 한국당의 조건이 점점 강해져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부분까지 왔다”며 “5월 국회가 열리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황교안 대표의 한 달 가까이 지속된 장외투쟁과 청와대 특별감찰반 진상조사단 회의 등을 이어가며 문재인 정권에 대한 투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강경론’에 힘이 실린 민주당 분위기는 일체 무시하고 대여공세에만 주력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버닝썬 사태’와 관련해 “‘경찰총장’으로 지목된 윤 총경 등장으로 모든 수사가 유야무야 되는 것 아닌지, 맥없이 멈춘 것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윤 총경이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해 맥없는 수사를 가져온 것”이라 주장했다.
회의 후에는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의총 결과를 두고 “여당이 여당이기를 포기한 것 아닌가”라며 “여당이 아니라 야당 같은 여당의 길을 가려 한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그러면서도 “(민주당과는)언제든지 만날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 여당 내부 사정을 보면 어렵지 않나 하는 걱정이 든다”고 전했다.
일단 민주당과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중으로 만나 이견 조율에 나설 예정이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를 위해 거대 양당이 한 발씩 양보할 것을 촉구했다.
오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과 관련한 유감 표명도 없고, 고소·고발 취하도 하지 않고, 조건 없이 들어오라며 백기투항을 권유하면 어떻게 상황이 진전되느냐”며 “한국당도 할 만큼 했으니 상대가 받아들일 리 없는 제안은 거두고 패스트트랙 합의처리 추진을 약속받는 선에서 복귀루트를 찾는 게 현실적”이라 지적했다.
<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