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LG에너지솔루션 공식 출범…2024년 매출 30조원 달성 목표
“접자”는 구성원들 구본부 전 회장이 달래며 25년 뚝심 투자
전세계 배터리 1위 자신감…2분기 흑자 달성 분사 ‘방아쇠’
과감한 시설 투자·신기술 개발 등으로 시장 주도권 굳히기
“에너지 솔루션 기업 목표”…배터리 생태계 주도 야망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LG화학의 2차 전지(배터리) 사업이 분사된다. 10여년간 꾸준히 분사설이 돌았지만 LG화학은 일축해왔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선점했지만 중국 CATL과 일본 파나소닉, 한국 SK이노베이션 등의 경쟁사의 추격이 가파르다. 분사를 통해 미래 성장을 위한 재원을 확보한 뒤 기술 고도화와 규모의 경제를 위한 설비 투자에 과감히 나설 전망이다. 경쟁사를 압도하는 기술과 생산능력으로 시장 주도권을 이어가겠다는 승부수다. 

 

분사설 10여년 만에 드디어 닻 올린 ‘배터리 독립’

 

17일 LG화학은 이사회를 열고 회사분할안을 결의했다. 전문사업 분야에 집중해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결정이다. 

 

오는 10월30일 개최되는 임시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쳐 12월1일부터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이 출범할 예정이다. 

 

LG화학은 “분할을 통해 대규모 투자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고 사업부문별 독립적인 재무구조 체제를 확립해 재무 부담을 완화할 수 있게 됐다”며 “급변하는 시장 대응을 위한 신속한 의사결정 및 유연한 조직 운영의 필요성이 높아진 것도 분할의 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은 이번 분할을 통해 신설법인을 2024년에는 매출 30조원 이상으로 키운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기업공개(IPO)를 진행하고 연간 3조원 이상에 달하는 시설투자 자금 조달에 나선다. LG화학도 바이오, 석유화학, 첨단소재를 아우르는 균형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로 세계 5대 화학회사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분사를 계기로 기업가치가 재평가되고 시장 경쟁력이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LG화학보다 생산능력이 작지만 중국 CATL이 시가총액이 78조원인 반면 LG화학은 48조원에 불과하다”며 “전지사업의 가치가 재평가받는 계기가 될 수 있어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전망했다. 

 

분할방식은 LG화학이 분할되는 배터리 신설법인의 발행주식 총수를 소유하는 물적분할 방식을 택했다. LG화학이 비상장 신설법인 지분 100%를 가지게 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인적분할을 기대했던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15일 종가가 72만6000원이었던 LG화학 주가는 분사 소식이 알려진 이후 하락세다. 16일 5.37% 하락한 68만7000원을 기록하더니 17일에는 6.11%가 더 빠진 64만5000원에 머물렀다. 이틀 사이 주가가 11%나 빠지며 시장은 요동쳤다. 

 

LG화학은 중장기적으로 투자를 지속하고 배터리 사업에 대한 보호를 위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물적분할을 하면 기존 주주들은 LG화학의 지분을 통해 신설법인을 간접적으로 소유하게 된다. 반면 인적분할하면 기존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LG화학과 신설법인의 주식을 모두 갖게 된다. 배터리 사업의 성장성에 LG화학에 투자했던 주주들에겐 인적분할이 매력적인 안이었다.

 

문제는 ㈜LG의 지분율이 30% 정도라는 점이다. 국민연금공단이 9.96%로 주요 주주로 있지만 소액주주의 지분율이 54%에 달해 인적분할시 LG화학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들게 된다. 물적분할을 택하면 LG그룹 지주사인 ㈜LG-LG화학-배터리 신설법인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형성된다. 경영권을 보호해 기술 유출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중장기적 투자를 추진할 수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신설법인의 성장에 따른 기업가치 증대가 모회사의 기업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R&D 협력을 비롯해 양극재 등 전지재료 사업과의 연관성 등 양사간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장점을 고려해 물적분할을 결정했다”며 “전기차 수요 확대에 따른 시설투자 자금은 사업 활동에서 창출되는 현금을 활용하고, LG화학이 100%지분을 가지고 있어 필요할 경우 여러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시장의 평가 또한 물적분할이 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하거나 기업공개(IPO)를 통한 대규모 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물적 분할이 효과적”이라며 “배터리 사업을 100% 자회사로 분사함으로써 환경에 따라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도록 운신의 폭을 넓힌 것”이라고 말했다.

 

윤재성 하나금융그룹 연구원은 “물적분할 이후 기업가치 훼손 요인은 없다”며 “주주 입장에서는 기업가치 상승이 최초의 투자포인트였을 것이고, 물적분할이 결론적으로 생존과 기업가치 상승으로 귀결될 것인지만 판단하면 된다”고 밝혔다. 

 

반대 의견 속에서도 25년 간 뚝심 투자

 

이번 분사는 고(故) 구본무 전 회장부터 이어진 25년 투자의 결실이다. 1990년대 초 구본무 전 회장이 부회장일 당시 영국 출장에서 충전식 2차 전지를 접한 뒤 샘플을 가져와 계열사인 럭키금속에 연구를 지시하면서 배터리 사업이 시작됐다. 

 

1995년 회장 취임 이후 해당 연구는 LG화학으로 이전해 계속됐다. 그해 리튬이온전지 개발을 시작으로 1997년 파일럿 생산라인을 완공하고 시제품을 생산하기에 이른다. 1998년 국내 최초로 리튬이온전지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상업화에 들어갔고, 1999년에는 한 달에 100만셀 리튬이온전지를 생산할 수 있는 청주공장이 완공됐다. 

 

특히 IMF 외환위기 속에서도 배터리 사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계속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전기차를 비롯해 배터리 사업의 외연을 넓혀갔다. 

 

2000년에는 미국에 연구법인 LGCPI를 설립하며 전기차용 중대형 2차전지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2001년에는 노트북용 2200mAh 원통형 리튬이온전지를 세계 최초로 출시하고 2004년 청주공장에서 LEV(Light Electric Vehicle)용 전지를 최초로 생산했다. 2007년에는 노트북용 2600mAh 원통형 리튬이온전지를 처음 출시한 데 이어 같은 해 세계 최초로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양산에 성공했다.

 

‘최초’ 타이틀을 내놓으며 전기차 배터리와 소형 배터리 등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지만, 실적은 개선되지 않았다. 2005년 2000억원에 가까운 적자가 나자 LG 내부에서는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기도 했다. 배터리 사업에 대한 회의적 의견이 나올 때마다 구본무 전 회장은 “포기 말고 길게 보자. 여기 우리 미래가 있다”며 다독이며 투자를 밀어붙였다. 

 

이같은 뚝심은 결국 성과로 이어졌다. 2007년 현대 HEV(아반떼)와 2009년 GM볼트용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되며 시장에서 자리잡기 시작했다. 

 

수주 확대에 따라 생산능력 강화에도 속도를 냈다. 2011년 충북 오창, 2012년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2015년 중국 남경, 2018년 유럽 폴란드, 2019년 중국 남경 전기차 배터리 2공장을 연이어 세우며 오창(한국)-홀랜드(미국)-남경(중국)-브로츠와프(폴란드)로 이어지는 4각 생산체계를 구축했다. 업계 최다 국내외 생산체계를 구축한 것은 물론 지난해 미국 제너럴모터스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세우며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선두주자로서 위상을 공고히 했다. 

 

한·중·일 경쟁사 맹추격에 완성차 업체도 자체 생산 모색

 

LG화학은 현재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올 상반기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24.6%로 중국 CATL(23.5%)와 일본 파나소닉(20.4%)를 제쳤다. 다만 2,3위와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안심하긴 이르다. 삼성SDI(6.0%)와 SK이노베이션(3.9%)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특히 배터리 특허 소송을 벌이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이 공격적으로 생산설비를 확장하며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리튬이온배터리 시장 공급망 순위에서 한국와 일본을 누리고 1위에 올라선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은 떨어지지만 배터리 원재료 채굴과 정제능력이 앞선데다,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 대중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이 도입될 결과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향후 빠르게 팽창할 전망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배기가스 배출과 연비 규제 등 친환경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을 늘린 까닭이다. 지난해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220만대에서 2025년 1200만대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시장도 연평균 25% 성장률을 기록하며 향후 5년 안에 1600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눈부신 성장세에 주목한 것은 완성차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공급 안정성과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업체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기차는 SK이노베이션과 합작법인을 세웠고 도요타는 일본 파나소닉과 손 잡았다. 테슬라는 일본 파나소닉, 중국 CATL과 협력한다. 아예 배터리 자체 생산에 나선 완성차 업체도 있다. 독일 폭스바겐은 스웨덴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와 2차전지 공장 건설키고 했고, 푸조시트로엥(PSA)도 프랑스 배터리업체 사프트와 손잡고 프랑스와 독일에서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 

 

LG화학으로서는 경쟁자와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 공장 증설, 사업 확대 등에 더욱 공격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었던 셈이다. 지난해 LG화학은 전체 연구개발 투자 중 30%를 배터리 분야에 쏟아부었다. 시설 투자 금액 역시 4조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석유화학 등 기존 사업의 이익에 의존해왔던 탓에 투자 집행에 한계가 있었다. 화합업계가 시황을 타는데 반해 배터리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어 대규모 투자가 적기에 이뤄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지난 2분기 배터리 사업이 사상 처음으로 사상 처음으로 흑자 전황에 성공하며 기업가치에 대한 확신도 커지자 LG화학은 분사를 결단했다. 

 

배터리 생태계 주도하는 ‘게임체인저’ 목표

 

LG화학은 분사 후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규모 투자 자금을 유치해 성장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현재 LG화학은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미국의 GM, 포드, 크라이슬러, 유럽의 폭스바겐, 르노, 볼보, 아우디, 다임러, 메르세데스벤츠, 재규어, 포르쉐 등을 주요 고객사로 확보했다. 이에 수주 잔고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150조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생산 설비 확충이 시급하다. LG전자는 올해 말까지 생산능력 100GWh(165만대) 이상, 2023년에는 200GWh(330만대)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고성능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LG화학은 화학업체로서 소재 분야에서 제조경쟁력을 갖췄다. 이를 바탕으로 그동안 배터리 기술 고도화 및 차별화에 공들여왔다. 일본이 니켈수소 배터리에 투자할 때 리튬이온 배터리에 집중했고,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에 매진했다. 덕분에 2만2000여건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며 지금의 성과를 일궜다. 이번에는 중국의 저가형 배터리와 차별화되는 하이니켈 배터리로 승부한다. 내년 하반기에는 니켈 함량이 90%에 달하고 코발트는 5% 이하인 NCMA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니켈을 극대화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값비싼 코발트를 최소화해 원가를 절감, 안정성과 원가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 역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LG화학은 리튬·황 배터리를 탑재한 ‘고고도 장기 체공 태양광 무인기(EAV-3)’의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리튬·황 배터리는 개인용 항공기, 장기 체공 드론 등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부품으로 주목받는 배터리다. 양극재에 황탄소 복합체, 음극재에 리튬 메탈 등 경량 재료를 사용해 무게 당 에너지 밀도를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1.5배 이상 높인 게 강점이다.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가볍고 희귀 금속을 사용하지 않아 가격경쟁력이 뛰어나다. 

 

아울러 지속적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배터리 소재와 셀, 팩 제조 및 판매 뿐 아니라 배터리 충전·대여·관리·재사용 등 배터리 생애 전반에 걸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구축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LG화학은 수직 계열화를 기반으로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집중 투자에 따른 기술 혁신으로 시장 1위를 굳힐 전망이다. 특히 배터리 시장 전반으로 영역을 넓히는 만큼, 베터리 생태계를 주도하는 ‘게임체인저’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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