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시작된 한·일 양국의 무역전쟁은 오히려 일본에 역풍을 날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한국은 일본의 수출 대상국 순위에서 14년 만에 한 계단 내려간 ‘4위’에 그쳤다.

이는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의 대(對)한국 수출을 제한한 데다가 이로 인한 후폭풍으로 한국 내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된 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6일 한국무역협회와 일본관세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일본 전체 수출액 6조5771억엔(한화 약 72조133억원) 중에서 대한국 수출액은 3818억엔(약 4조1804억원)이었다.

일본 전체 수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6%대가 무너져 5.8%에 머물렀다. 한국이 6% 선을 넘지 못한 것은 2001년 4월 5.8% 이후 18년 6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한국이 2005년 6월 미국, 중국에 이어 일본의 수출국 3위에 올라선 이후 14년 3개월간 유지해온 순위도 한 단계 내려앉았다. 3위 자리에는 한국을 대신해 대만이 이름을 올렸다.

같은달 일본의 전체 수입 6조5614억엔에서 대한국 수입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4.2%로, 2728억엔(약 2조9869억원)을 기록했다. 세 달 연속 5위 기록이다.

전체 수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월 4.0% 이후 3개월 만에 4%대를 회복했다.

일본 수입국에서 한국의 순위는 2015년 이후 대부분 4~5위를 왔다갔다 한 점을 고려하면 일본의 대한국 수입보다 수출이 더 많이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인 지난 7∼10월 일본의 대한국 수출 감소율(누계)은 -14.0%로 한국의 대일본 수출 감소율 -7.0%의 2배에 달했다”고 밝혔다.

10월 기준 일본의 맥주를 포함하는 식료품의 대한국 수출액이 58.1% 줄었고, 승용차 수출액은 70.7% 급감했다. 유기화합물을 포함하는 화학제품 수출액은 28.3% 하락했다.

같은달 한국이 일본에서 수입한 맥주는 3만5008㎏, 액수로는 3만8000달러(약 4522만원)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중량은 99.6%, 금액은 99.5% 급감했다.

일본 브랜드 차량의 10월 중 한국 판매는 1977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8.4% 줄었다. 일본 정부의 수입 규제가 발표됐던 7월(-17.2%)을 시작으로 8월(-56.9%), 9월(-59.8%) 등 하락세가 계속됐다.

11월은 일본차 브랜드들이 대폭 할인 등에 나서면서 낙폭은 전월보다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지난해 같은 달 대비 -56.4% 하락해 50%가 넘는 감소세를 이어갔다.

10월 일본의 총무역액에서 한국과의 무역액에 차지하는 비중은 5.0%로 한단계 내려간 전월에 이어 두 달 연속 4위에 머물렀다.

만약 대한국 무역액이 계속 줄어든다면 1999년 2월 4.6% 이후 약 20년 만에 5% 선이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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