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 실명 확인으로 금융사기 노출 우려


[스페셜경제 = 김봉주 기자] 모바일 간편결제시장 규모가 급성장하는 가운데 국내 대표 간편결제 사업자 중 하나인 ‘카카오페이’가 개인정보 노출의 수단이라며 탈퇴하겠다는 사람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동호회, 새롭게 알게 된 사람 등 자신의 실명을 알리기 꺼리는 이들은 주로 카카오톡을 이용해 정보를 교환하는데 카카오페이 송금 기능으로 자신의 이름이 노출돼 불쾌하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실명을 밝히기 싫어 카카오톡 아이디 이름을 실명이 아닌 것으로 설정해 놨는데 카카오페이 송금 기능으로 자신의 이름이 알려지게 됐다”면서 “이름만으로도 직장이나 학교, 인맥 등 많은 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며 입을 모았다. 대부분의 카카오톡 이용자들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자들은 자신의 아이디‧전화번호를 마음 놓고 연락 수단으로 공개하고 있다.

금융거래 특성상 카카오페이 송금에서의 실명 확인은 꼭 필요한 과정이다. 오송금을 방지하거나 기존에 번호를 알던 이용자가 자신의 지인이 맞는지 확인하는 용도로도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실명이 쉽게 밝혀지기를 꺼리는 이들은 이를 경악할 기능으로 평가하고 있다. 자신의 실명이 익명의 다수에게 노출되길 꺼리는 사람들은 카카오페이 송금 기능을 통해 실명 확인이 가능하다는 것을 안 이후 카카오페이를 탈퇴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카카오페이를 통해 쉽게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점은 금융사기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요즘같은 정보기술(IT) 시대에서는 이름만 있어도 인터넷 검색을 통해 그 사람에 대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많다. 만약 금융사기의 대상이 되면 카카오페이를 통해 얻은 실명으로 그 사람의 인맥, 직장, 학력 등의 정보까지 얻을 수도 있다. 실명을 통해 얻은 정보로 고도화·전문화되는 보이스피싱, 신종범죄 등의 표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보이스피싱 형태를 보면, 무작위로 전화를 거는 형태보다 유출된 개인정보로 타깃을 정한 뒤 정교한 수법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늘고 있다.

본지는 카카오페이 송금 기능으로 인한 피해 사례에 주목해 봤다.
▲카카오페이 류영준 대표

이용자들 “강제 실명 노출…카카오페이 탈퇴하고 왔다”
카카오페이 “금융거래 특성상 카카오페이는 실명 필요”

 

사례1. 김영자(가명)씨는 한밤중에 자신이 모르는 남자가 카카오톡을 통해 “영자야! 자니?”라는 메시지가 와서 화들짝 놀랐다. 자신은 카카오톡 이름에 실명을 써놓지 않은 데다, 상대방의 사진과 이름을 확인해 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그 남자는 자신이 활동하던 인터넷 커뮤니티 단체카톡방 참여자 중 하나였다. 하지만 김영자 씨는 자신의 이름을 밝힌 바가 없어 자신의 이름을 어떻게 알아냈는지 의아했다. 결국, 김 씨는 그가 카카오페이 송금 서비스를 통해 상대방이 자신의 이름을 알아낸 것을 듣게 됐다. 김영자 씨는 “자신의 이름이 특이해 인터넷으로 검색 몇 번만 하면 자신에 대한 정보를 찾아낼 수도 있다”면서 “카카오페이를 통해 잘 모르는 사람이 내 정보를 알게 되는 것이 싫어 카카오페이를 탈퇴했다”고 말했다.

사례2. 돌싱남(이혼·사별 등으로 다시 싱글이 된 남자)인 장민수(가명)씨는 주말마다 인터넷 돌싱 커뮤니티를 통해 데이트 상대를 찾는다. 장 씨는 스타트업 회사의 대표로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면 자신에 대한 정보가 공개돼 있고 어느정도 이름이 알려진 편이다. 혹시 익명의 다수로부터 자신에 대한 수군거림이 나올까 두려운 그는 인터넷 만남이 조심스러운 편이다. 장 씨는 카카오톡 이름에 자신의 실명 대신 이니셜로 등록해 뒀다. 또 돌싱 커뮤니티 내에서는 친해지기 전까지는 이름을 서로 묻지 않는 것이 암묵적인 법칙이라고 알려져 커뮤니티 대부분의 회원은 자신의 실명을 카카오톡 이름에 써놓지 않고 있다. 그러다 최근 조성민 씨는 자신과 데이트를 하던 돌싱녀의 이름을 의도치 않게 알게 됐다. 카카오페이를 이용해 그녀에게 송금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이름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역으로 생각하니 상대방도 자신의 이름을 알게 되는 것을 깨닫고 그는 경악했다.  

 

▲카카오톡으로 상대방에게 송금할 경우, () 기호를 누르면 상대방의 이름이 뜬다.

 

단 1초면…카카오톡으로 상대방 실명 확인

 

이와 같은 사례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숨기기 위해 인터넷 등에서 자신의 카카오톡 아이디를 공개했던 이들에게는 주의가 요구된다. 이 같은 사례는 카카오톡·카카오페이가 직관적인 디자인으로 이용하기 편리하게 설계된 점이 원인일 수 있다. 카카오톡에서 익명의 상대방 이름을 알아내는 것은 단 1초면 가능하다. 자신의 카카오톡 친구목록에서 친구로 추가된 상대방의 아이디를 클릭한 뒤 통화기호인 () 기호를 누르면 상대방의 이름이 확인되면서 상대방에게 송금할 수 있는 화면이 뜬다. 카카오톡을 통해 편리하게 계좌이체를 할 수 있었던 만큼 실명의 노출도 쉽게 이뤄질 수 있었다는 관측이다. 다만, 카카오페이 송금 화면에서 ‘미인증’이라고 뜨면서 ‘아직 실명이 확인되지 않은 사용자’라고 표시된다. 따로 카카오페이를 이용하지 않는 사용자의 경우다.

위 사례와 같이 카카오톡·카카오페이를 통한 실명 공개를 꺼리는 이들은 카카오페이 서비스를 탈퇴하면 된다. 카카오페이를 탈퇴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카카오톡에서 ‘나의 카카오페이’에 들어가 ‘서비스 해지 및 탈퇴’에서 사용 중인 서비스를 모두 해지한 뒤 탈퇴하면 된다. 다만, 만약 자동결제 등에 서비스를 연결해 놓은 이용자들은 일부러 서비스를 찾아 해지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카카오T에서(카카오가 2015년 출시한 콜택시 및 대중교통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에서 자신의 카드를 연동한 경우 등에서는 카드 연결을 먼저 끊어야 한다.

카카오페이는 2014년 9월 메신저인 카카오톡 플랫폼과 연계돼 출시된 간편결제서비스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 사용자라면 따로 앱을 다운받을 필요가 없이 가입할 수 있으므로 쉬운 접근성으로 빠르게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카카오페이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서비스 출시 1개월 만에 120만 명의 가입자를 끌어모았고 출범 4년 만에 2500만 명에 육박하는 가입자를 확보했다. 카카오페이 류영준 대표는 지난 2018년 11월 19일 서울 더플라자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카카오페이로 실제 서비스를 사용한 가입자 수는 약 2,500만 명이다. 2,500만 명이라는 수치는 대한민국 경제 가능 활동 인구수와 같다”라며 “카카오페이 거래량은 2018년 10월 기준 2.3조 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투자 서비스를 시작해 이번 해 5월 20일 기준 가입자 수는 2800만 명에 이르렀다.  

 

카카오페이의 가입자 수가 증가하는 것을 역으로 생각해 보면, 이용자 수가 많은 만큼 자신의 실명이 노출될 확률도 높다는 뜻일 수 있다. 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페이 송금 서비스는 금융 거래인 특성상 실명이 꼭 필요하다”며 “카카오톡 이용자가 바뀌는 등 다른 사람으로 오인해 오송금을 방지하는 것은 실명 확인으로 방지 가능하다. 실명 확인은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답변했다.

카카오톡 송금에서 실명이 공개되는 것에 대해 “어차피 카카오톡 목록에 자신의 실명을 아는 친구들만 있다”며 “괜찮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많다. 이를 통해 오송금을 줄일 수도 있고, 기존에 목록에 있던 이용자가 프로필 사진·이름 등을 바꿔도 번호를 변경한 것인지, 자신의 지인이 맞는지 확인하는 용도로도 활용될 수도 있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평소 실명을 숨기고 다른 이름으로 카카오톡 프로필에 적어 놓았던 이들은 이 사실에 모두 깜짝 놀랐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누군가 내 실명을 봤을까 봐 걱정된다. 카카오페이만 있으면 강제로 실명 알아낼 수 있겠다”며 “카카오페이 탈퇴하고 왔다”고 반응했다.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은 “금융거래에 실명을 확인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버튼만 누르면 실명이 확인된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다”면서 “카카오페이 자체만으로도 실명이 뜨는 것이 문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나도 이름을 숨겨 놓았지만, 이 기능 덕분에 평소 실명이 궁금했던 사람의 이름을 알아냈다”며 “인터넷에 그 사람의 이름을 검색해 그에 대한 신상정보를 파악했다”고 반색했다.


▲카카오페이 홈페이지 갈무리


개인정보 수집으로 전문화·고도화되는 보이스피싱…카카오페이로 노출 가능성↑


또 금융사기에 노출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근들어 보이스피싱 금융사기는 익명의 다수에게 전화를 거는 방식 대신, 특정 대상을 정하고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뒤 접근하는 방식의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으로 모르는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지은(가명)아~ 급한 일이 있어 10만원만 빌려줘”라는 메시지가 올 수 있다. 상대가 금융사기를 위해 ‘지은(가명)’에 대한 개인정보를 수집한 경우에는 이에 넘어갈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금융감독원 관계자에 따르면, 개인정보를 입수한 사기범이 자신의 이름과 주민번호, 직업, 직장동료 등 자세한 정보를 알고 있으면 사기임을 의심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한편, 현재 각종 커뮤니티와 블로그, 유튜브 등에는 “카카오톡에서 간단하게 상대방의 이름(본명) 확인하는 법” 등의 제목으로 카카오페이를 사용하는 상대방의 실명을 알아내는 글·동영상이 게재돼 있다. 이러한 글에는 “이 동영상 덕에 실명 노출을 막을 수 있었다. 방금 카카오페이 탈퇴했다”, “너무 소름 돋는다. 악용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사진제공=카카오톡 앱,카카오페이 홈페이지)

스페셜경제 / 김봉주 기자 serax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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