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멋대로 조사해서 자기 멋대로 발표”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대한민국 여론조사, 무엇이 문제인가토론회에서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스페셜경제=신교근 기자] 우리사회에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는 여론조사가 최근 많은 의혹들로 국민적 불신을 받고 있어 신뢰도가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향후 올바른 여론조사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토론회가 29일 개최됐다.

자유한국당 미디어특별위원장 박성중 의원 주최로 이날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대한민국 여론조사,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는 박 의원을 비롯 김광림‧김규환‧김성태(비례)‧신상진‧유기준 한국당 의원이 참석했으며, 좌장은 최완진 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이 맡았다.

“여론조사가 여론조사인지 여론조작인지…”

특히 △이용구 중앙대 응용통계학과 명예교수 △홍영림 조선일보 여론조사 전문기자 △이옥남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연구소 소장 △이상일 입소스코리아 본부장 △권오현 법무법인 해송 변호사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 관계자 등 국내 여론조사 분야의 전문가로 꼽히는 인사들이 대거 참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토론회를 주최한 박성중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우리는 여론조사라는 홍수 속에 살아가는데 이 굉장히 중요한 여론조사가 불신을 받고 있다”며 “여론조사 기사 댓글을 보면 많은 국민들이 현재 여론조사가 여론조사인지 여론조작인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국민의 여론을 객관적으로 표용해야 객관적인 여론조사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여론조사가 공정성을 회복하고,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한 사회적 척도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발제에 나선 이용구 교수는 “통계학 교수로 30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우리나라 여론조사가 왜 이 상황이 됐는가”라며 서두를 던졌다.

30년 경력 통계학자 “여론조사를 믿을 수 없다”

이 교수는 “여론은 바람과 같고, 아무도 알 수 없기에 (여론조사기관이) 자기 멋대로 조사해서 자기 멋대로 발표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1978년 13대 대선 때 한국갤럽이 발표한 조사결과가 정확히 맞아떨어지면서 국민들이 여론조사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동안 대통령 선거는 잘 맞았지만, 국회의원 선거는 잘 맞지 않았다”며 “통계학자로서 일반적인 여론조사는 절대로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수시로 접하는 공수처법(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안), 연동형비례대표제, 지소미아(GSOMIA) 문제를 한 여론조사기관에서 조사해 발표했는데, 제가 아는 한 이에 대한 아무런 통제장치가 없었다”면서 “조사 결과가 여심위에 없었다. 요새 수없이 발표되는 수많은 여론조사가 통제장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리얼미터(지난 19~21일)와 한국갤럽(지난 18~20일)이 비슷한 시기 자유한국당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에서 최소‧최대값이 겹치는 부분이 없다는 점을 꼬집으며 여론조사 신뢰성에 대해 의구심을 내비쳤다.

아울러 “우리나라에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마치 전 국민의 민의(民意)를 반영한 것처럼 주요 언론과 정당, 심지어 정부에서도 남용한다”며 “여론조사가 아닌 자기들 정책들을 합리화하는데 여론조사 결과를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용구 중앙대 응용통계학과 명예교수.

 

그러나 홍영림 여론조사 전문기자는 “언론에서 여론조사결과를 쏟아내는 이유는 정치권이 관심이 많기 때문”이라며 일례로 공천 여론조사 전면 폐지를 촉구했다.

그는 “정치권은 여론조사 정확성과 신뢰도 문제를 끊임없이 지적하면서도 공천 등에서 여론조사를 끊임없이 활용하고 있다”며 “자꾸 틀렸다고 하기보다 이를 검증하는 시스템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규제만능주의로는 여론조사 질적 향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응답률 5% 미만 공표금지’ 법안보단 응답률을 제대로 등록하는지 검증하는 시스템이 더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의회 아닌 여론이 행정부와 정치적 의사 결정”

세 번째 발제를 맡은 이옥남 소장은 “현재 여론조사는 거의 매일 발표되고 있는데, 선거 때는 물론이고 대통령 지지율, 정당 지지율을 실시간 발표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일부 공영매체들은 정치적으로 편향된 여론조사를 과잉 실시해 국가를 특정 정파의 정치적 이해 또는 기득권 유지 차원으로 끌고 가는 수단으로 전락됐다”며 “미국의 언론인 리프만은 일찍이 정치적 의사 결정이 의회가 아닌 여론과 행정부의 상호 작용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한국에서도 정당이 여론조사의 결과로 후보자를 공천할 정도로 중요한 정치적 의사 결정을 여론조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며 “여론조사의 힘이 입법부의 힘보다 커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 이완구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여부를 두고 ‘여야 공동 여론조사’를 불쑥 제안했다”고 언급하며 “여권 및 정치권이 지나치게 여론조사 및 여론에 기대는 것은 국민이 선거로 부여한 합법적인 대의 권한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힐책했다. 

이 소장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여론조사 시장 독점 구조 및 왜곡된 시장 생태계 변화 유도 ▶여론조사 왜곡에 대한 제도적 장치 마련 ▶한국당 차원에서의 공세적 대응 등을 주문했다.

 

▲(왼쪽부터) 이용구 중앙대 응용통계학과 명예교수, 홍영림 조선일보 여론조사 전문기자, 최완진 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이옥남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연구소 소장, 이상일 입소스코리아 본부장, 권오현 법무법인 해송 변호사

 

스페셜경제 / 신교근 기자 liberty1123@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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