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 가능성…정작 환자들은 불안한데 “안전하다” 밀어붙이는 코오롱

[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코오롱생명과학이 믿었던 자식에게 제대로 발등을 찍혔다. 최근까지 코오롱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써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인보사케이주’가 한순간에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렸다.


골관절치료제 인보사는 국산 신약 29호이자 국내 1호 유전자치료제다. 이 약은 이웅렬 전 코오롱 회장이 무려 19년간 1100억원을 쏟아 부어 탄생한 결과물이다. 특히 이 전 회장은 “인보사는 나의 네 번째 자식”이라고 말할 정도로 강한 애정을 보였다.


그러나 결국 코오롱생명과학은 이 전 회장의 네 번째 자식에게 발목을 잡히게 됐다. 회사가 야심차게 개발했던 첫 신약은 지난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은 지 1년8개월 만에 잠정적인 판매 중지 수순을 밟게 됐다.


미국 임상시험과정에서 기존에 신고된 것과 다른 세포물질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미국 임상3상도 전격 중단됐다.


회사 측에서는 모든 개발 과정에서 동일한 성분을 사용했기 때문에 “안전성에는 문제없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환자들의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을 겨냥하던 비난의 화살은 이제 해당 의약품을 허가해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도 향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인보사의 허가 취소까지 이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후폭풍’이 거세지는 인보사의 성분 변경 사태에 대해 꼼꼼히 짚어보고 향후 코오롱생명과학이 직면하게 될 미래에 대해서도 전망해보기로 했다.


이웅렬 전 회장의 ‘네 번째 자식’, 아버지 얼굴에 ‘먹칠’
“명찰 잘못 달았을 뿐”이라는 해명, 정말 단순 실수일까?

이달 1일 제약바이오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로 허가받은 인보사의 주성분 중 하나가 허가 당시와 다르다는 점이 뒤늦게 확인된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조사인 코오롱생명과학 측에 제조·판매 중지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회사 측은 1일자로 제품출고를 자발적으로 중지키로 했다.  

 

인보사는 1액 동종연골세포와 2액 성장인자(TGF-β1)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TC)로 구성된다. 식약처의 허가심사 당시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한 자료에는 2액에 들어가는 형질질환세포가 ‘동종연골세포’로 명시돼있다. 

 

그러나 미국 임상3상 도중 2액의 세포가 동종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GP2-293)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유통된 인보사에서도 미국 임상과정에서 발견된 동일한 신장세포가 확인됐다. 이는 회사 측이 미국 바이오업체 릴라이언스에 성분을 의뢰한 결과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15일 “국내에서 유통되는 인보사의 형질전환세포 성분은 비임상단계부터 지금까지 신장유래세포가 계속 사용돼 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코오롱생명과학 “기술발달로 세포 명칭만 바뀐 것”

논란이 불거진 후 코오롱생명과학은 즉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보사의 유통·판매 중지와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코오롱생명과학 이우석 대표는 “오랜기간 성분 변경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 스스로 참담한 마음이 든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초기 개발부터 전임상, 임상 1~3상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동일한 성분을 사용해왔기 때문에 안전성과 유효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2004년 당시 분석 기술로는 확인이 어려워 ‘연골세포’로 판단됐던 성분이 오늘날 최신 기술로 분석했을 때야 비로소 ‘신장유래세포’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결국 15년 만에서야 형질전환세포의 진짜 정체를 파악하게 된 셈이다. 

 

이 대표는 “이름표가 잘못 붙었을 뿐 처음부터 인보사를 구성하는 물질은 다르지 않다”며 “오랫동안 임상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한 만큼 의혹 없이 이번 사태를 마무리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15일 발표된 국내 인보사에 사용된 세포의 성분 결과에서도 동일한 세포가 발견되자, 회사 측은 개발 과정 중 성분이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에 의미를 부여하며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오히려 이 결과를 놓고 미국과 성분이 동일해 중간 과정에서 성분을 바꿔치기 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환자 기망이 단순 ‘해프닝’이라고?

이번 사태에서 코오롱생명과학의 입장은 명확하다. 명찰을 잘못 단 실수, 일종의 ‘해프닝’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약을 직접 투약하는 환자 입장에서도 이번 논란이 단순히 이름표만 바꿔 달면 되는 간단한 문제일까?  

 

이번 사안의 핵심은 제조사가 15년 동안이나 자체 개발한 신약의 구성 성분조차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는 데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식약처에 제출한 내용은 가짜였고 결과적으로는 회사가 식약처와 환자를 속인 셈이 됐다. 환자들은 약의 성분도 제대로 모른 채 1번에 600만~700만원짜리 주사를 맞아왔다.  

 

이번 사건을 쉽게 설명하자면 ‘국내산’만 취급한다던 식당이 알고 보니 지금까지 ‘중국산’ 제품을 국산으로 속여 팔아왔던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면서 주인이 ‘배부르고 맛있게 먹었으면 그만’이라는 태도를 취한다면 손님의 기분을 어떨까?  

 

그렇기 때문에 환자들이 이번 인보사 사태에 대해 더욱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코오롱생명과학의 도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인보사는 처음부터 잘못된 원료를 사용한 의약품이고 환자 입장에서는 기망을 당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코오롱 측은 애초부터 이름을 잘못 붙인 것뿐이며, 고의성이 없다는 주장으로 거대한 사기를 벗어나려 한다”고 지적했다.

‘발암가능성’ 제기…불안한 환자들은 집단소송 준비

그러나 환자들이 우려하는 더 큰 문제는 뒤바뀐 세포가 종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신장유래세포(GP2-293)는 HEK(Human Embryonic Kidney, 사람 태아신장) 293세포에서 유래한다. 유산된 태아의 신장에서 적출된 세포를 형질전환한 HEK-293세포는 발암유전자를 발현시키는 방법으로, 암 세포처럼 무한증식할 수 있도록 암화(癌化)한 것이다. 인보사의 성분 오류로 인해 암세포처럼 무한 증식하는 세포를 사람 몸에 주입한 셈이다.  

 

이와 관련 코오롱생명과학은 “완벽한 방사선 조사를 통해 종양원성(암 유발 가능성)을 차단했다”고 적극 해명했다.  

 

그럼에도 이 약을 직접 투약하는 환자들의 불안심리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국내외에서 신장유래세포가 포함된 의약품이 허가 받은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허가 당시 2액 세포가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였다면 애초에 품목허가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미국의 신장세포 제조사 가이드라인에서도 ‘신장유래세포주는 의약품용으로 개발된 세포주가 아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인보사를 투여 받은 환자들은 집단 소송 준비에 들어갔다. 법무법인 오킴스는 지난 15일부터 별도 홈페이지를 통해 인보사 피해 환자 집단소송 소비자들을 모집 중이다. 

 

다만, 아직 공식적인 피해사례가 보고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배상책임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환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일절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최대한 환자 입장에서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무책임한 태도에 환자들은 ‘뿔’났다…집단소송까지 확산
폭탄 넘겨받은 식약처…“허가취소냐, 품목변경재허가냐”

‘폭탄’ 넘겨받은 식약처…행정처분 수위 쟁점은?

이제 인보사 ‘폭탄’은 코오롱생명과학에서 식약처로 넘어갔다. 약을 최종적으로 허가해준 식약처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졌고 책임론도 부각되고 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절차에 문제가 없었더라도 최소한의 검증을 진행하지 않고 업체 측의 주장만으로 모든 허가를 내준 것은 식약처의 명백한 직무유기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논란 초기 코오롱생명과학에 다소 우호적인 입장인 듯 보였던 식약처는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방침으로 선회했다.  

 

식약처는 5월까지 추가로 조사한 이후 행정처분 수위를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코오롱생명과학에 2액 주성분이 연골세포에서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와 그 과정을 입증하는 과학적 근거 등 일체의 자료를 요청한 상태다. 

 

특히 논란이 된 형질변환세포가 언제 연골세포에서 신장세포로 바뀌었는지에 따라 행정처분 수위가 달라질 전망이다. 그 시점에 따라 허가 판단 기준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처음부터 신장유래세포였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사전에 신장세포라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허가를 위해 고의로 연골세포라고 기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식약처는 회사 측 주장의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시험과 안전성 문제를 확인하기 위한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허가과정에 고의적 은폐가 있었는지 여부는 향후 철저한 조사를 통해 따져볼 문제지만, 고의성이 없었다고 해서 면죄부가 주어질 순 없을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존폐위기까지…품목허가 유지에 ‘사활’

이번 식약처의 조사 결과에 따라 인보사는 최악의 경우 품목허가취소 처분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품목허가가 취소되면 회사 존폐 위기에까지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인보사를 개발하는 데 19년간 1100억원을 쏟아 부었고, 미국을 비롯한 유럽·일본 등에 품목허가를 받기 위해 들인 막대한 비용과 시간·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미 환자들에게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최악의 경우 바이오사업 자체를 철수하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미 환자들은 인보사의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코오롱이 고의든 과실이든 식약처에 잘못된 자료를 제출해 허가를 받았다면 당연히 취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오롱생명과학은 품목허가 유지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논란이 된 시점부터 지금까지 회사 측은 “비임상단계부터 지금까지 신장세포가 계속 사용됐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안전성과 유효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품목허가취소 처분은 부당하다는 점을 피력하는 모양새다.  

 

다만, 이번 인보사 사태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큰 문제를 삼지 않을 경우 국내에서도 최악의 상황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인보사 사태에 대해 식약처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코오롱생명과학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명확하게 확인되지 못한 세포 용액을 사람 몸에 넣어서는 안 된다는 점은 모든 치료제의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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