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오·남용 위험에 노출된 시각장애인…“점자 표시 비율 낮고, 가독성 떨어져”

김다정 / 기사승인 : 2019-12-04 16: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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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시각장애인들은 병을 낫게 하는 약을 먹으면서 오히려 오·남용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과 안전상비약품의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표시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것이다. 점자가 표시된 제품이라 하더라도 가독성이 떨어졌다.

한국소비자원은 일반의약품 생산실적 상위 30개 제품과 수입실적 상위 20개 제품 및 안전상비의약품 13개 제품 중 구입 가능한 58개(일반의약품45개·안전상비의약품13개) 제품의 ‘점자표시 여부’를 조사한 결과를 4일 발표했다.

그 결과, 점자 표기가 있는 제품은 16개(27.6%)에 불과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일반의약품 45개 제품 중 12개(26.7%), 안전상비의약품 13개 중 4개(30.8%) 제품 등이었다.

외부 포장 점자 표시 비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데다가 점자 표시가 돼 있는 의약품들도 가독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원은 실태조사에서 점자 표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16개 의약품과 2017년 국립국어원의 점자표기 기초조사에서 확인된 16 의약품 등 총 32개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1개 의약품에 표기된 점자의 가독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점자 규격과 항목도 제대로 표기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관련 규정에서는 제품명과 업체명, 사용설명서의 주요 내용 등을 점자로 표시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32개 제품 중 23개 제품은 제품명만, 4개 제품은 제품명과 업체명만 표시했다. 나머지 5개 제품은 가독성이 낮아 제품명을 확인할 수 없었다. 점자 표시 위치도 의약품마다 제각각이었다.

소비자원 관게자는 “제각각인 점자 규격·표시 항목·표시 위치 등으로 인해 점자표시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의약품 점자표시 가이드라인 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국내 점자 표기 실태와는 다르게 해외 선진국 등에서는 의약품 점자표시를 의무화하거나, 의무화하지 않더라도 관련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점자표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04년 3월 의약품 관련 지침을 개정하면서 의약품 외부 포장에 제품명을 점자로 표시하도록 의무화했다. 성분의 함량이 두 가지 이상으로 판매되는 의약품은 함량도 점자표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환자 단체의 요청이 있는 경우, 시판허가권자는 의약품 첨부문서를 시각장애인에게 적합한 형태(음성‧점자설명서 등)로 제공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의약품에 대한 점자 표시 의무는 없다. 다만 의약품 포장 관련 산업 협회와 점자 단체가 협력해 2009년부터 점자 표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관련 업계에 이를 보급하고 있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의약품 점자표시의 활성화 및 실효성 제고를 위한 의약품 점자표시 가이드라인 제정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건의할 예정이다.

[사진제공=한국소비자원]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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