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보다 집안, 주주보단 오너’

[스페셜경제 = 김은배 기자]지난해 증권업계에서 금감원 제재를 가장 많이 받은 유진투자증권이 최근에는 구시대적 채용갑질과 오너 고액연봉 배불리기 논란으로도 구설수에 오르면서 이른바 ‘꼰대 마인드’ 기업이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인턴 채용과정에서 가족의 출생년도부터 시작해 최종학력과 직장 및 직위까지 물었는데, 이같이 개인의 역량 외적요소를 평가에 적용하는 차별적 관행은 사회적 정서와 맞지 않는 것은 물론 최근 국회에서 관련법이 개정되기도 해 자칫 위법논란으로 번질 우려도 제기된 바 있다.

또한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주주배당을 11년만에 처음 실시하면서도 배당성향을 낮게 책정해 그간 높게 유지 돼 온 오너의 고액연봉과 대비되며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있다. 구시대적 권위와 갑질, 제식구 챙기기 등의 비판이 제기되는 것. 특히 유진투자증권은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막강해 안팎에서 ‘황제경영’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유진투자증권의 권위주의적 기업 마인드를 집중조명 해봤다.

 

‘法 바뀐지 언젠데’…면접서 “부모님이 누구시니”
11년간 주주배당도 없이…오너 고액연봉만 빵빵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자기자본 기준 상위 20개 증권사 중 최다(最多) 제재 건수를 기록한 5개 증권사 안에는 유진투자증권이 포함 됐다.

유진투자증권은 작년 한 해 금감원으로부터 모두 4차례의 제재를 받았으며 특히 지난해 1월에는 기관경고와 과태료 2억5000만원을 부과 받았다. 유진투자증권이 계열회사인 유진기업이 발행한 전자 단기사채의 최대물량 인수금지 규정을 회피할 목적으로 연계거래를 이용한 우회 매수한 것이 적발 된 것. 유창수 대표이사는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금감원은 “투자매매업자 또는 투자중개업자는 이해관계에 있는 자가 발행하는 주식 또는 무보증사채권의 가장 많은 수량을 인수해서는 안 되고, 이를 회피하기 위해 연계거래를 이용하는 행위를 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작년 8월에는 유진투자증권 전(前) 재경팀 직원이 지난 2015년 5월부터 2017년 6월까지 법인카드대금 및 은행수수료 지급 명목으로 수회에 걸쳐 회사 자금 수천만원을 횡령해 개인용도로 사용한 사건이 적발 돼 제재를 받기도 했다. 당시 유진투자 증권은 해당 문제를 내부적으로 파악하고도 2달여 동안 시간을 지체하다 작년 초에서야 금감원에 보고해 은폐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뱅크
지원서에 부모 근무지와 직위 묻는 시대역행 채용갑질


이처럼 먹구름 낀 작년 한 해를 보낸 유진투자증권은 올 초 들어서도 각종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다.

최근 채용갑질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유진투자증권은 금년 상반기 해외대학 정규직 전환용 인턴채용 과정에서 가족의 출생년도와 최종학력 근무처 및 직위를 지원서에 기입하도록 했다.

지난달 28일 국회에서는 채용과정에서 지원자의 외모나 부모의 학력, 직업, 재산 등 직무와 무관한 정보를 요구하는 ‘채용갑질’을 법으로 금지하는 ‘채용갑질 금지법(채용절차의 공정화 법)’이 통과된 바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 지원자의 키, 몸무게 등 신체적 조건이나 출신지역, 혼인 여부, 재산과 직계존비속 및 형제자매의 학력·직업·재산을 지원서에서 물을 수 없다.

물론 유진투자증권의 인턴채용 공고가 채용갑질 금지법 발효 직전에 실시 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법사항은 아닐 수 있다.

다만, 이번 채용갑질 금지법은 당초 국가인권위원회, 고용노동부 등의 수차례 권고조치가 있었음에도 실효성이 없어 뒤늦게 법으로 지정한 것으로 도덕적인 지탄의 대상이 되는 일을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인권위원회는 2003년부터 ‘입사지원서 차별항목 개선안’을 내놓고 가족관계 등 36가지 사항을 기업 지원서 항목에서 제외할 것을 권고해왔다. 고용노동부도 이에 준하는 표준이력서 양식을 권장한다.

주주배당은 11년만인데…오너는 10년간 탑클래스 고액연봉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주주배당을 놓고도 도마 위에 올랐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달 7일 이사회를 통해 총 58억1000만 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결의했다.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비율)은 12.5% 수준으로, 자기자본 규모가 비슷한 현대차증권(26.1%)과 DB금융투자(21,7%), 교보증권(15.8%) 등에 비해 낮게 책정됐다.

문제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있던 2008년 이후 11년만의 첫 배당이라는 점이다. 유진투자증권은 2013회계연도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이후 6년 연속 흑자 흐름을 탔지만 그간 배당이 전무했다. 대조적으로 배당이 없던 10년간 오너일가는 고액의 연봉을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일부주주 및 업계에서 오너일가 배불리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 것.

실제로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2017년 유진투자증권으로부터 급여 16억7800만원을 수령했고 작년 상반기에도 14억4000만원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의 경우 동기에 약 20억원을 받은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 다음으로 많은 급여를 받아 증권사 CEO 중 급여순위 2위를 기록했다. 유진투자증권의 회사 규모 대비 상당한 고액연봉을 수령하는 셈이다.

사실상 이사회 견제능력 상실? ‘무소불위 황제경영’


유 부회장은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의 동생으로 현재 이사회 의장도 겸하고 있다. 이사회는 경영진을 감시·견제를 위한 최고의사결정기구인 만큼 일각에선 유 부회장의 겸임에 대해 오너일가의 갑질을 막기 힘든 구조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실제로 유진투자증권 이사회는 작년 상정된 안건을 모두 통과시키는 등 막강한 오너일가의 힘을 보여준 바 있다. 사실상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 기능이 마비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 편에서는 유진투자증권의 과도한 권위적 구조와 갑질의 근본적 원인을 오너일가의 무소불위 권력으로 보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유 부회장이 작년 1월 금감원으로부터 ‘주의적 경고’를 받은 전기단기사채 우회 매수 사건에서도 통상적으로 오너의 책임론이 불거질만한 일이었지만 유 부회장의 거취에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 아울러 작년말 존재하지 않는 주식이 초과 거래되는 ‘유령주식 거래’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도 유 부회장에게는 특별한 불똥이 튀지 않았다.

유 부회장의 취임기간도 상당하다 유 부회장은 2007년 5월 대표이사 부회장직을 맡은 후 2009년 잠시 공백기를 가졌지만 2011년 대표이사로 다시 복귀해 현재까지도 유진투자증권을 경영하고 있다. 유 부회장은 유진투자 지분 0.58%를 갖고 있으며 최대주주는 지분 27.25%를 보유한 유진기업이다. 경영권에 대한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탄탄함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유진투자증권의 경영방식은 업계에서 ‘황제경영’으로 불리기도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유진투자증권은 오너 일가에 대해서 회사가 견제 할 수단이 없는 회사”라며 “괜히 황제경영 소리를 듣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채용갑질 등 갑질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과 관련해선 “고착화 된 권위주의적 시스템의 고질적 문제라고 본다”며 “사실 이제는 이 회사의 아이덴티티(정체성)처럼 여겨질 정도”라고 비판했다. 사실상 시스템적 개선이 없는 한 유진투자증권의 갑질 행태가 나아지기 어렵다는 지적인 셈이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은배 기자 silvership@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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