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식 검찰개혁’ 대통령 명 받들어 권력기관 수사하니 장관이 칼춤 췄다

김수영 / 기사승인 : 2020-01-11 11:3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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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4+1은 민주·한국 교체된 野 4+1로…“대통령이 말하는 검찰개혁이 이거였나”
▲ 법무부는 8일 대검검사급 간부 32명의 승진·전보 인사를 오는 13일자로 단행했다.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은 법무연수원장으로 강남일 차장검사는 대전고검장으로 박찬호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은 제주지검장발령났다. 사진은 지난 2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강남일 차장검사,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 등 검찰 관계자들이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으로 향하는 모습. 사진 왼쪽 첫번째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 사진 왼쪽 네번째부터 강남일 대검 차장검사,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박찬호 공공수사부장. 2020.01.02.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이 검찰을 향한 대대적 인사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 과정에서 구성된 여야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공조가 야 4+1(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으로 변하며 대여 공세가 강화되는 모양새다.

추 장관은 지난 8일 ‘윤석열 사단’이라 불리는 고위직 검사들을 사실상 지방 한직으로 좌천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날 발표된 주요 인사는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 의혹 수사 지휘) → 부산고검 차장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 지휘) → 제주지검장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조국·울산시장 의혹 총괄 지휘) → 법무연수원장 ▲강남일 대검 차장 → 대전고검장 ▲이원석 대검 기획조정부장 → 수원고검 차장 ▲조상준 대검 형사부장 → 서울고검 차장 ▲윤대진 수원지검장 → 사법연수원 부원장 등이다.

신규 임명 인사에는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이 발탁됐다. 이 지검장은 참여정부 때 문재인 대통령(당시 민정수석)과 함께 청와대에서 근무했고 문 대통령과 대학 동문이기도 하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심재철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 공공수사부장은 배용원 수원지검 차장검사가 맡는다. 심재철 부장은 추미애 법무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 홍보팀장을 맡은 전력이 있다. 대검 기획조정부장과 형사부장에는 각각 이정수 부천지청장, 김관정 고양지청장이 발탁됐다.

이는 현 정권수사에 주력했던 핵심 인물들을 요직에서 도려내고, 봐주기 수사를 할만한 ‘내사람’을 꽂아 넣었다는 의심을 가능케 하는 조치다.

심지어 한동훈 검사의 경우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특활비 상납 의혹을 밝혀내며 전 국정원장들을 구속기소한 데 이어 특검 구속영장 청구를 몇 번이나 교묘히 빠져나가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구속기소했다. 지난해 양승태·임종헌 사법농단 수사를 이끈 것도 한 검사다. 한 검사 입장에서는 토사구팽 당한 것과 다름없는 처사다.

특히 이번 추 장관의 권한 행사는 이른바 ‘윤석열 패싱’으로 절차상 하자마저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검찰청법은 법무장관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할 때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을 것을 규정하고 있다.

추 장관은 이번 인사를 “무려 6시간을 기다렸지만 윤석열 검찰총장이 내 명을 거역했다”라며 “가장 형평성 있고 균형 있는 인사”라 자평했다.

 

추미애식 검찰개혁 결과…여야 4+1 → 야 4+1

검사의 보직 제청이 장관의 권한이기는 하지만 이번 인사는 그동안 정권수사에 주력해온 인물들이 상당수 포함되며 보복성 인사란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한동훈 검사 좌천을 두고 토사구팽이라는 지적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제1야당인 한국당은 “망나니처럼 칼을 휘두른다”고 거세게 비판한다.

한국당은 9일 오후 본회의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신청했지만 추 장관의 검찰 인사에 반발하며 필리버스터를 진행하지 않고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이날 수사권 조정안은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표결에 들어가진 않은 채 정회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10일 “문 대통령이 기획하고 추 장관이 실행한 검찰 대학살은 전두환 정권의 야만보다 더 심각한 야만”이라며 “정권 범죄를 수사하는 검찰 핵심부를 권력이 통째로 들어내는 망동은 전두환 시절에도 없었다. 역사는 문재인 정권을 전두환 독재를 능가하는 최악의 독재정권으로 기록할 것”이라 몰아붙였다.

 

▲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문재인 정권 규탄 기자회견을 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0.01.10. (사진=뉴시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검찰개혁법안 처리 과정에서 함께해 온 야당마저 여당인 민주당에 등을 돌리는 모습이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이번 법무부 인사조치는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해오던 윤석열 총장에 대한 보복성 인사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정권 차원의 ‘검찰 길들이기’”라며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을 임명하며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엄정한 자세로 임해달라’고 했는데 검찰이 조국·청와대 의혹 등을 파헤치니 정부가 검찰총장 수족을 자른 꼴”이라 비판했다.

유성엽 대안신당(가칭) 창당준비위원장도 “대통령이 직접 살아있는 권력에 엄정한 수사를 하라고 지시했는데 왜 밑에서 지시에 따라 수사하는 검사들을 좌천시키느냐”며 “비대한 권력을 분산시키고 공정수사 하라고 검찰개혁 칼을 쥐어줬지 내 편 수사하면 잘라버리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검찰의 현 정권 관련수사에 대한 법적·여론적 판단은 끝나지 않았다”며 “검찰개혁은 필요하지만 살아있는 권력이 불편해 하는 부분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변질되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과 최일선에서 공조를 형성했던 정의당마저 이번 사안에는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심상정 대표는 “정부는 현재권력을 수사하고 있는 대검 지휘부 인사를 장관 취임 5일 만에 결행한 것에 대해 우려가 크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며 “추 장관의 의지는 이해하지만 무리한 절차적 문제로 검찰장악 의도로 읽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심 대표는 이번 인사를 “표적·과잉수사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성 인사로 보인다”고 평가하며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이 10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종합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같은 날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입술을 깨물며 구내식당으로 걸어가고 있다. 2020.01.10. (사진=뉴시스)

대통령命 받들어 집권권력 수사하니 장관이 칼춤

지난해 7월 문 대통령은 윤석열 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엄정한 자세로 임해달라”고 지시한 바 있다.

윤석열 검찰은 이에 부응해 문 대통령의 오른팔이자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인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 등을 향한 의혹에 거침없는 수사를 진행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향한 의혹(울산시장 선거개입 및 감찰무마 의혹)이 이어질 때도 ‘원칙대로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6개월여가 지난 현재 오히려 추미애 법무장관이 취임 일주일 만에 대통령의 지시에 반기를 드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추 장관은 다시 한 번 칼을 꺼내들었다.

법무부는 10일 오전 대검찰청에 “비직제 검찰 수사조직은 시급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만 장관 사전 승인을 받아 설치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총장이 자의적으로 수사인력이나 수사조직을 조정하는 것을 장관 권한으로 통제하겠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을 압수수색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뒤에 ‘하달된 명령’이다.

여권은 대 검찰공세를 강화하는 한편 추 장관 엄호에 나섰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 인사과정에서 발생한 검찰 항명은 그냥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다”며 “지금까지 이런 행태를 해왔기 때문에 검찰개혁 요구가 많았던 것”이라 질책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당부한다”며 “검찰은 항명할 것이 아니라 순명하는 것이 공직자의 사명”이라 지적했다.

與, 남은 과제 처리 가능할까

당장 국회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유치원3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유아교육법 개정안),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표결 등이 남아있다. 본회의 의결정족수가 148석 이상인 만큼 민주당은 야당 19석 협력이 절실하지만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형국이 됐다.

수사권 조정안의 경우 그동안 검찰개혁 문제에 대해 공조를 형성해온 관계로 큰 무리 없이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지만, 정세균 총리 후보의 임명동의안이 채택과 본회의 표결이 부결될 경우가 문제시 된다. 총리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거치고 국회의 동의까지 받아야 하고, 공직자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90일 전까지 사퇴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으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 이해찬(오른쪽 세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2020.01.10. (사진=뉴시스)

민주당은 13일까지 정 후보자 인준표결을 마친다는 방침이지만, 한국당이 법무부 인사 강행에 반발해 9일 본회의에 상정된 형사소송법 등 필리버스터마저 불참하고 장외로 나가면서 인준표결은 물론 법안 협상 타결 여부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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