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이 모자라’...2개 재판에 위협받는 삼성 초격차

변윤재 기자 / 기사승인 : 2020-09-21 15: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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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조만간 재개…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까지 사법리스크 ‘이중’
반도체·5G·바이오 등 기술 리더십 확보…기초과학 연구, 최상위 학술지 소개 97건
과감한 투자로 삼성 ‘퀸텀점프’ 꾀했지만…재판으로 오너리더십 공백 불가피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5G(5세대 이동통신), 반도체, 바이오, 이미지센서... 삼성이 투자해 성과를 내고 있는 분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중 무역갈등,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 속에서도 삼성은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기업의 본분은 고용 창출과 혁신 투자로, 2년 전 약속을 꼭 지키겠다”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결과다. 

 

2년 전 공언했던 180조원 투자도 70% 이상 집행실적을 달성하며 삼성의 초격차가 탄력받고 있다. 과감한 투자와 선제적 연구개발 등으로 삼성은 기술로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리고 선두주자로서의 자리를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 관련 재판 2개가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라, 삼성의 경영공백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정농단·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재판 동시에

 

21일 재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 18일 특검이 낸 기피신청 관련 재항고를 기각했다.

 

특검은 서울고법 형사 1부 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에 대해 ‘편향 재판’을 이유로 기피 신청을 냈다.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장인 정 부장판사가 미국의 '준법감시제도'를 언급하면서 삼성이 준법감시위원회를 도입하도록 하고, 이를 양형에 고려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반발해서다. 

 

특검은 "일관성을 잃은 채 편향적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며 지난 2월 재판부 기피 신청을 냈지만, 서울고법 형사3부는 지난 4월 특검의 기피신청을 기각했다. 특검은 굴하지 않고 대법원에 재항고를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검이 주장하는 사유만으로는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것이라는 의혹을 갖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재판의 공정성을 의심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삼성 경영권 승계 및 지배구조 개편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최씨의 딸 정유라씨 승마훈련 비용,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미르·K스포츠재단 등 지원 명목으로 총 298억2535만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특검의 기피 신청이 최종 기각됨에 따라 지난 1월 17일 이후 중단됐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이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부회장은 또 하나의 재판을 앞두고 있다. 그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볍을 이용하고 각종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은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시세조종행위,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다음달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재판장 임정엽) 심리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다.

 

국정농당 파기환송심에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재판까지 동시에 2개의 재판을 받을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 부회장은 2016년 11월 이후 3년10개월 동안 사법리스크에 묶여 있다. 검찰 소환조사만 10차례에 달하고 구속영장실질심사도 3번이나 받았다. 특히 국정농단 재판과 관련해 1심에서만 53차례를 포함, 70여차례나 재판에 불려가느라 삼성의 경영은 ‘정지 상태’가 됐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과 관련된 협력사만 수십곳인데, 마케팅과 투자 등에서 소극적으 되면서 예정됐던 프로젝트가 밀리기도 했다”며 “불구속으로 진행된다 해도 재판에 대비하기 위해 시간이 소요될텐데 지난번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까 걱정스러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부회장의 재판은 집중 심리로 진행됐다. 그러나 이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쪽 관계자 4명이 재판에 선 데다 59명에 달하는 증인에 대해 긴 신문이 이어지면서 날짜를 넘기기 부지기수였다. 이로 인해 첫 공판준비기일부터 선고까지는 170일이 소요됐다. 더군다나 특검은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국정농단을 연결지으며 사정의 고삐를 죄고 있다. 대법에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공소장과 ‘형량에 반영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이다. 재판이 처음으로 돌아가진 않았지만, 오히려 검찰의 기소로 국정농던 파기환송심은 더 치열해질 가능성도 있다. 

 

오너 리더십의 공백을 일정 부분 메울 경영진도 운신이 제한적이다. 50여차례의 압수수색과 430여차례의 임직원 소환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전·현직 임직원 110명이 줄줄이 불려가더니, 결국 이 부회장과 함께 전현직 임직원이 10명이 무더기로 기소됐다. 

 

반도체·5G·모바일·바이오…삼성 초격차 ‘탄력’

 

삼성은 반도체와 5G, 바이오 등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이 부회장인 미해 성장사업으로 점찍은 것들이다. 

 

지난 7일 삼성전자의 종속회사인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버라이즌과 7조9000억원 규모의 네트워크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5년 간 5G 장비를 포함해 네트워크 솔루션을 공급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 시장이자 세계 기지국 투자의 20~25%를 차지하는 핵심시장인 미국을 발판으로 5G 시장 주도권을 선점할 기회를 잡게 된 것이다.  

 

삼성의 주력인 반도체에서의 기술 리더십은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 업계 최초로 EUV(극자외선) 공정을 적용한 3세대 10나노급(1z) LPDDR5 모바일 D램이 생산에 들어간다. 역대 최대 용량과 최고 속도를 동시에 구현한 이 모바일 D램은 역대 최대 개발 난도를 극복하고 미세공정 한계를 돌파해 삼성의 기술력을 재확인시켰다는 평가다. 지난해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공정 양산에 돌입한 6세대 V낸드(낸드플래시)는 내년에 본격적으로 생산된다. 

 

지난달엔 업계 최초로 7나노 EUV 반도체에 3차원 적층 패키지 기술인 X-Cube를 적용한 테스트칩 생산에 성공했다. X-cube 기술은 기존 시스템 반도체와 달리 CPU·GPU(그래픽카드)·NPU(신경망처리장치) 등의 역할을 하는 로직 부분과, 자주하는 작업이나 동작을 저장해 빠른 작업을 가능하게 만드는 S램 부분을 나란히 배열하는 대신 위로 쌓아 올려 칩 면적은 줄이면서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크게 향상시켰다. 

 

이미지센서에서도 삼성은 일본 소니보다 점유율은 낮지만 기술력에서 앞지르고 있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1억화소 모바일 이미지센서를 선보인 데 이어 업계에서 가장 작은 0.7㎛(㎛ ·100만분의1m) 픽셀을 활용한 모바일 이미지센서 제품 4종을 공개했다. 0.7μm 픽셀 기반의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구축한 것은 삼성전자가 최초로, 0.8μm을 이용할 때 보다 이미지센서의 크기를 최대 15% 줄일 수 있어 카메라가 툭 튀어나온 ‘카툭튀’ 개선에 효과적이다. 

 

특히 삼성이 대만 TMSC와 첨단 공정 경쟁을 벌이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경우, 지난 2분기 5나노 공정 양산이 시작돼 하반기 고객사를 늘려 본격적으로 대량 생산할 채비를 갖췄다. 4나노 1·2세대 공정 양산과 개발도 차질없이 진행 중이며 GAA(Gate-All-Around) 공정을 적용한 3나노 웨이퍼를 공개하며 3나노 이하 공정 개발의 속도도 올리고 있다. 최근 IBM의 차세대 서버용 CPU,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퀄컴의 차세대 스마트폰AP 등을 잇따라 수주하며 대형 고객사 확보 역시 순항 중이다. 

 

삼성전기의 전력손실을 개선한 극초소형 파워인덕터, 삼성디스플레이의 업계 최소 곡률(R)을 구현한 1.4R 폴더블 OLED 등 고성능 초소형 부품을 선보이며 모바일 분야에서 기술력을 높여가고 있다. 

 

바이오에서는 삼성바비오로직스가 제4공장 설립을 결정지으며 세계 CMO 시장 경쟁사인 독일 베링거인겔하임(30만리터)이나 스위스 론자(28리터)를 압도적 격차로 따돌릴 기반을 닦았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체 개발한 세포주 ’에스초이스‘로 세포주 개발부터 최종 생산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함은 물론, 바이오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직접 신약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인하우스‘ 중심에서 CMO, CDO 중심으로 바꿔 시장 주도권을 이어가겠다는 구상도 진행 중이다. 

 

미래 기술 발굴과 확보에도 삼성은 적극적이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을 통해 2022년까지 총 1조5000억원을 지원한다. 지원금액 뿐만 아니라 운영방식도 물리·화학·생명과학·수학 등 기초과학과 ICT·소재 분야에서 혁신적 연구가 이뤄질 수 있게 파격적이다. 연구자가 구 주제, 목표, 예산, 기간 등에 대해 자율적으로 제안하고 논문, 특허 개수 등 정량적인 목표를 뺐다. 매년 연구보고서 2장 이외에 연차 평가, 중간 평가 등을 모두 없앴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고, 실패 원인을 지식 자산으로 활용하도록 한다. 이로 인해 네이처(3건), 사이언스(5건) 등 최상위 국제학술지에 소개된 논문도 97건에 달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서초동에 발 묶일 삼성…퀸텀 점프도 ‘제동’

 

삼성은 퀸텀 점프를 준비 중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4대 미래성장산업을 동력삼아 ICT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지적재산권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허정보 분석업체 ‘페이턴트피아(Patentpia)’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AI·빅데이터 기술 관련 반도체 특허공개량은 228건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았다. 특허공개량은 해당 기술을 개발했다고 각 기업들이 공개해놓은 수치로 특허 출원과 유사한 의미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2014년 이후부터 매년 AI 반도체와 관련된 기술 특허를 두자릿수 이상 출원했고, 등록이 완료된 특허도 총 77건으로 1위를 차지했다. 미국에서도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관련 기술 특허를 총 101건 보유해 IBM(180건), 인텔(127건), 퀄컴(109건)에 이어 외국기업 중에선 가장 많은 관련 특허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SoC(시스템온칩), 영상시스템, 자동차용 등 시스템반도체 전체 특허 등록량에서도 3010건으로 국내 1위를 차지했다.

 

더욱이 이 부회장은 2018년 2월 석방 이후 숨가쁜 경영 행보를 이어왔다. 인공지능(AI)·5G·바이오·반도체 중심 전장부품 등 미래 4대 성장 사업(180조원·2018년 8월), 반도체 비전 2030(133조원·2019년 4월), 퀀텀닷(QD) 디스플레이(13조1000억원·2019년 10월), 극자외선(EUV) 파운드리·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라인 구축(약 18조원·2020년 6월) 등 굵직한 투자를 단행하며 돌파구를 모색했다. 

 

이 부회장이 2개의 재판을 동시에 받게 됨에 따라 삼성의 행보에 제동이 걸릴 것을 우려하는 기류가 재계 안팎에서 읽힌다. 대규모 투자에 대한 오너의 판단과 결정이 미뤄질 수 있고, 삼성은 물론, 협력사 등 관련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이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투자와 연구개발은 시장을 전체적으로 키우고 기술 경쟁을 촉진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삼성이 (투자 집행에) 보수적이 된다면 2·3차 협력업체가 받는 영향이 생각보다 클 거다. 자금, 연구개발, 시설투자 등에서 전체적으로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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