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반도체 제외한 전분야 M&A 저조”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산업지형이 가파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기술경쟁의 속도가 삐른 IT 업계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와 알리바바 등 유수의 기업들이 적극적인 인수합병(M&A)로 포스트 코로나 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IT 기업의 M&A 활용도rk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23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15년간 이뤄진 세계 IT M&A 시장 점유율을 분석한 결과. 중국이 공격적 M&A로 압축 성장을 하는 동안 우리나라는 수년째 제자리에 머물렀다. 

 

세계 IT M&A 시장의 강자는 미국이었다. 미국은 3분의 1을 차지하며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최근 5년간 M&A에서도 25.5%를 나타내며 1위였다. 

 

M&A 증가세가 가파른 국가는 중국이었다. 중국은 연평균 22.9%의 증가율을 보이며 가장 빠른 성장을 했다. 특히 중국은 최근 5년간 미국의 M&A가 줄어드는 동안, 오히려 9위(2.4%)에서 5위(4.4%)로 증가하며 공격적인 M&A를 펼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우리나라는 1.9%에서 2.3%로 점유율이 소폭 상승했지만, 순위는 15년간 12위로 제자리였다. 

 

반도체·소프트웨어·IT 하드웨어·통신 서비스 등 IT 세부산업별 M&A 현황을 살펴봐도 우리나라는 반도체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저조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세계 반도체 M&A 건수는 미국(103건), 한국(92건), 중국(74건), 일본(44건), 대만(27건) 순이었다.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시장점유율이 한국(19%)보다 뒤처진 5%인 것을 고려할 때 활발한 반도체 M&A를 통해 반도체 굴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은 IT 하드웨어 분야에서도 2위를 차지, 첨단산업에 대한 경쟁력 확보에 적극적이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선 21위, IT하드웨어에선 8위, 통신서비스에서는 14위에 머물렀다. M&A도 주로 아시아권 신시장 진출이나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려는 목적이 대부분이었다. 

 

전경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대입해 볼 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알짜기업을 합리적 가격에 인수하려는 기업들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상반기 전세계 M&A 시장 규모(거래 건수 기준)는 전년 대비 32% 감소한 6938건이었으나, 3분기부터는 회복 추세다. 더욱이 성장동력 화보를 위한 기술 M&A는 전년 대비 7%포인트 증가한 22.4%에 달했다. 

 

전경련은 미국 IT기업들이 M&A를 통해 IT산업의 판도를 바꿨던 만큼, 코로나 이후 M&A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중국 해외 M&A 규모는 금융위기 이전 전세계 M&A의 0.6%에 불과했으나, 금융위기 이후 7.3%로 약 12배 급증했다. 금융 위기 시 M&A가 에너지와 자원 확보, 제조업 기반 강화 중심이었다면 이후에는 첨단 기술 획득을 통한 산업 고도화 수단으로 확대된 것이다. 중국의 대표 IT기업인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공격적인 M&A로 현재 전 세계 시가총액 10위권 기업에 들었는데 두 기업의 2008~2019년 간 M&A·투자 건수는 각각 713건, 502건에 달한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코로나 이후 경쟁에서 우리 경제가 성장하기 위한 발판으로 M&A 활성화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며 “디지털 경제 시대 기술 M&A는 글로벌 기업의 핵심 성장전략으로, 중국은 블랙홀처럼 첨단기업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M&A를 기업 성장전략으로 인정하고, 지주회사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허용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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