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성능 1000배 올려줄 원리 개발...“손톱 크기에 영화 수 만편 저장”

최문정 기자 / 기사승인 : 2020-07-03 15: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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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IST(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이준희 교수

 

[스페셜경제=최문정 기자]UNIST(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이준희 교수 연구팀이 3일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의 집적도를 1000배 이상 향상 시킬 수 있는 이론과 소재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반도체를 생산하면 손톱만큼 작은 크기의 반도체에 영화 수만편을 저장할 수 있다.


이 연구는 2일(미국 현지시간) 세계적인 학술지인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사이언스에 순수 이론 논문이 게재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이 연구는 이론적 엄밀성과 독창성, 산업적 파급력을 인정받아 게재됐다.

반도체는 0과 1로만 정보를 표시하는 디지털과 물체로 존재하는 현실을 이어주는 다리와 같다. 반도체를 구성하고 있는 소자의 특성에 따라 변화를 주면 성질이 바뀐다. 이를 통해 입력된 정보를 0과 1로 구성된 디지털 정보로 교환할 수 있다.

 

▲ 이준희 교수 연구팀이 제시한 단일 원자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위)와 수천 개의 원자 집단인 도메인을 사용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비교(아래) 기존 메모리는 원자간 탄성 작용으로 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도메인을 이용해 1비트를 저장하지만, 연구팀이 제시한 현상을 활용하면 전압을 걸 때 원자 간 탄성 작용이 소멸돼 개별 원자에 데이터 저장이 가능하다. (인포그래픽=삼성전자)

 

반도체 업계는 소자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미세화를 통해 단위 면적당 집적도를 높여 왔다. 소자가 작으면 작을수록 회로 등을 설계하는 데 효율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데이터 저장을 위해서는 탄성으로 연결된 수천 개의 원자 집단인 '도메인'이 반드시 필요해 일정 수준 이하로 크기를 줄일 수 없는 제약사항이 있었다.

반도체 소자가 한계 수준 이하로 작아지면 정보를 저장하는 능력이 사라지는 '스케일링(Scaling)' 이슈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반도체의 기본 작동 원리인 0과 1을 제대로 구현할 수 없다. 

▲ (왼쪽) 기존 반도체는 스케일링 현상으로 크기가 작아지면 물성이 약해지다가 사라져 버린다. 기타의 줄이 짧아지면 음이 변하다가 사라지는 것과 동일하다.  (오른쪽) 반도체 원자 메모리의 경우 원자들이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점에서 독립적인 피아노 건반과 비슷하다. 기타줄 하나의 공간에 수천 개의 피아노 건반처럼, 동일한 공간에 수천 개의 개별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상호작용이 사라져, 건반 하나를 누를 때 옆에 건반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처럼 개별정보를, 옆의 비트에 영향을 주지 않고 읽고 쓸 수 있다. 또한 건반의 일부분만을 떼어놓아도 여전히 독립된 소리를 내는 것처럼 0.5 나노미터 크기의 부분을 분리하여도 여전히 메모리 능력을 유지한다 (scale-free). (인포그래픽=과기정통부)

현재 반도체업계는 이러한 공정상의 한계에 직면했다는 평가다. 업계관계자는 “현재의 반도체 메모리 공정은 강유전체 메모리(FeRAM) 공정은 약 20나노, 플래쉬 메모리 공정은 10나노 선폭에서 멈춰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준희 교수 연구팀은 ‘산화하프늄(HfO₂)’이라는 반도체 소재의 산소 원자에 전압을 가하면 원자간 탄성이 사라지는 물리 현상을 새롭게 발견했다. 이를 반도체에 생산에 적용했더니 저장 용량 한계 돌파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산화하프늄은 지금도 메모리 반도체 공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소재다.

 

이 현상을 적용하면 개별 원자를 제어할 수 있다. 또한 산소 원자 4개에 데이터(1bit) 저장이 가능해져, 데이터 저장을 위해 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도메인이 필요하다는 업계 통념을 뒤집었다. 연구팀은 “반도체 소형화 시 저장 능력이 사라지는 문제점도 발생하지 않아 현재 10나노 수준에 멈춰 있는 반도체 공정을 0.5나노미터까지 미세화 할 수 있어 메모리 집적도가 기존 대비 약 1000배 이상 향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 산화하프늄(HfO₂)에 전압을 가해 메모리 집적도를 올려 만들 수 있는 제품 예시들. 스마트폰, USB, PC처럼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전자기기는 훨씬 작은 크기에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즉, 가벼워지고, 얇아지는 등 일상생활에서의 편리성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데이터센터, 서버구축 등의 기업 차원에서도 훨씬 적은 공간을 들여 똑같거나 더 나은 성능을 누릴 수 있어 경제적이다. (인포그래픽=과기정통부)

 

이에 따라 일상생활에선 스마트폰, 태블릿 등 다양한 제품의 메모리 성능이 한층 더 올라가는 변화가 예상된다. 손톱만큼 작은 크기의 반도체에 영화 수 만 편을 저장하고, 스마트폰 내부 저장용량이 테라바이트 수준 이상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수요가 많아지고 있는 온라인수업‧재택근무 등을 위해 마련해야 하는 서버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 센터 등도 지금보다 훨씬 작은 규모로 구축할 수 있다.

이준희 교수는 "개별 원자에 정보를 저장하는 기술은 원자를 쪼개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고의 집적 기술"이라며 "이 기술을 활용하면 반도체 소형화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또한 “패러다임의 전환은 모든 반도체 산업의 초집적화 시대를 여는 기초가 될 것이다. 순수 물리 이론을 실용 반도체에 적용한 융합연구의 힘을 실감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준희 교수팀의 성과 뒤엔 정부와 삼성전자의 연구 지원이 있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미래소재디스커버리 사업으로 선정해 지원을 했고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부터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과제로 선정해 연구를 전폭 지원했다.

과기정통부는 “디지털 뉴딜과 연계해 ‘소재연구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을 추진 할 예정으로(3차 추경 등), 향후 데이터 기반 소재 연구가 더욱 활성화 되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국가 미래 과학기술 연구 지원을 위해 2013년부터 10년 간 1조 5천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며 지금까지 589개 과제에 7589억원의 연구비를 집행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삼성전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스페셜경제 / 최문정 기자 muun09@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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