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배민·요기요 결합심사 "연내 결론"
경쟁제한성·효율성증대 관건…조건부 승인 가능성有
"토종 스타트업 꽃길" VS "독과점 폐해"

 

[스페셜경제=김성아 인턴기자] 배달의 민족의 모회사인 우아한형제들과 요기요 등을 운영하는 독일계 글로벌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가 지난해 말 4조7500억원 규모의 인수합병(M&A)을 전격 발표했다. 국내 배달앱 시장 1·2위의 만남으로,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공정위는 22일 “연내 심사 마무리가 목표”라고 밝혔다. DH가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합병하면 국내 배달앱 시장을 100% 지배하는 배달앱 공룡이 탄생하게 된다.

▲'기업가치 4.75조' 토종 인터넷 기업 최대 빅딜
지난해 12월 13일 우아한형제들과 DH M&A 소식이 들려왔다. DH는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를 36억 유로, 우리 돈으로 약 4.75조원으로 평가했다. 국내 스타트업과 인터넷 기업을 대상으로 한 M&A 중 역대 최대 규모다.
 

DH는 우아한형제들을 ‘완전 자회사’로 만들 계획이다. 우아한형제들이 서비스하고 있는 배달의 민족에 대해서는 현재 DH 내 요기요, 배달통과 마찬가지로 독자 운영을 보장하기로 했다.
 

DH는 전체 기업가치 36억 유로 중 17억 유로는 현금으로 19억 유로는 자사 주식 배분으로 지불할 방침이다. 골드만삭스PIA 등 현재 우아한형제들의 투자자들이 보유한 약 88%의 지분을 매입하고, 나머지 12%에 해당하는 경영진의 지분에 대해서는 DH의 지분과 맞교환을 할 예정이다.
 

DH는 우아한형제들 경영진의 지분은 4년에 걸쳐 양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해당 옵션을 통해 추후 김봉진 의장이 이끌어 갈 아시아 합작 법인에 대한 책임 의식을 제고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DH와 우아한형제들의 아시아합작법인에 대한 내용도 M&A에 포함돼 있다. 두 기업이 5:5로 출자해 싱가포르에 설립할 예정인 조인트벤처 ‘우아DH아시아’는 대만, 필리핀 등 DH의 아시아 11개국 사업을 총괄한다. 우아DH아시아는 김봉진 의장이 도맡아 이끌 예정이다.
 

▲ DH-우아한형제들 합작법인 '우아DH아시아' 경영구조 다이어그램 (출처=우아한형제들)

 

▲국내 출혈경쟁 끝내고 아시아 석권 '꿈'
업계는 DH와 우아한 형제들이 지나친 경쟁을 멈추고 협력체계를 구축해 국내 시장 보호를 꾀하는 동시에 시장 성장 가능성이 더 높은 아시아로의 진출을 도모하는 것에 동의하면서 이번 M&A가 성사됐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DH가 국내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요기요와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의민족은 업계 1,2위를 다투며 공격적인 마케팅 방법 등으로 출혈경쟁을 이어왔다. M&A가 성사되면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통 모두 마케팅에 투자하던 막대한 자본을 다른 분야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김 의장은 “이번 협력은 치열한 국내 시장에서 생존하는 것은 물론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결단이다”라며 이번 M&A가 가지는 의미를 시사했다.

 

DH는 아시아 시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DH는 현재 독일 서비스를 매각하고 아시아 등 해외 시장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DH가 서비스하고 있는 전 세계 45개국 중 아시아 국가는 10개국뿐이지만 아시아 시장은 지난해 DH 전체 매출의 37%를 벌어들이는 효자 시장이다. DH의 CEO 니콜라스 외스트버그 또한 “DH에서 아시아 비즈니스의 비중은 50% 이상이다”라고 밝혔다.
 

DH 관계자는 “아시아 시장은 배달 서비스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이라며 “경쟁이 치열한 한국 시장에서 업계 1위라는 성공을 이룬 김 의장이 아시아 전역에서 경영 노하우를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은 베트남과 일본 등 아시아 시장 진출에 경험이 있다. 베트남에서는 자체 굿즈 등이 연이어 호평을 받는 등 배달의 민족 특유의 B급 마케팅이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 시장 확장을 위해 해당 시장에 대한 경영 노하우가 필요했던 DH와 한국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 개척을 원했던 우아한형제들은 이번 딜을 통해 한국 시장은 지키고 아시아 석권을 내다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카카오-다음 제친 빅딜...외식점주·소비자 ‘반대’
이번 M&A는 동종 업계에서는 최고의 빅딜이다. 지금까지 인터넷 기반 기업 M&A에서는 2014년 카카오와 다음의 3조1000억원 규모 M&A가 최대였다. DH의 우아한형제들 인수금액은 현대건설, GS 등 국내 굴지 대기업의 시가총액과 맞먹는다.
 

이번 빅딜에 대한 반응은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스타트업계는 반가운 눈치다. 한국청년스타트업협회 황수민 사무처장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서 걱정을 안고 살아가는 스타트업계에 우아한형제들의 성공은 간접 경험으로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판단했다.
 

그는 “M&A라는 엑시트 방법 또한 의미가 크다”라며 “충분히 IPO(기업공개)를 시도할 수 있었음에도 유니콘으로 성장해 M&A를 선택한 모습은 스타트업들이 일정 규모로 성장한 이후에도 조금 더 장기적인 시각으로 자신의 사업 영위에 대해 고민해 볼 기회를 주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스타트업계에서는 같은 처지에서 성장해 새로운 미래를 연 우아한형제들의 행보가 이후 국제 사회가 국내 스타트업계에 가지는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요기요, 배달의 민족과 같은 배달앱 서비스를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와 외식업체는 ‘독과점’을 이유로 이번 M&A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솔루션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지난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DH와 우아한형제들의 국내 배달앱 시장 점유율이 98.7%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서울시와 경기도, 그리고 인천시에서 합동 조사한 ‘서울·경기·인천 배달앱 실태조사’에 따르면 2000여 개 외식업체 점주의 74.6%가 두 기업의 M&A를 반대하고 나섰다. 1000명의 소비자 가운데 58.6%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점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이 합병으로 인한 수수료 구조 변동이다”라며 “많은 경쟁자들이 정률제를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둘의 합병으로 경쟁 우위를 점한다면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수수료 구조 또한 수익이 높은 정률제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률제는 점주들이 벌어들인 만큼 배달앱에 일정 금액을 떼어줘야 하기 때문에 외식업체의 배달앱 내 종속을 야기한다”라고 비판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측은 이미 공정위에도 해당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이다.
 

소비자들은 “둘의 만남은 과점도 아닌 시장 독점을 만든다”며 M&A를 반대하고 있었다. 일주일에 4번은 배달앱을 사용한다는 대학생 오모씨(23)는 “배민과 요기요가 M&A를 통해 경쟁을 멈춘다면 할인 쿠폰 등 소비자에 대한 혜택이 줄어들 수도 있다”라며 “지금도 배달팁 등 음식 배달을 위해 음식 값 외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부담되는데 혜택마저 줄어든다면 배달앱을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가 없어질 것 같다”고 전했다.

 


▲공정위 결합심사 관전포인트는 ‘후발 경쟁자’
이번 M&A는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공정위 기업결합과 관계자는 “지난 12월 30일 두기업이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심사를 진행 중이다”라며 “연내 결론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는 총 6단계로 이루어진다. 이번 심사에서 업계가 제시한 주요 포인트는 ▲2단계 관련시장의 획정 ▲4·5단계 경쟁제한성 평가 및 완화요인 검토 ▲6단계 효율성 증대효과이다.
 

공정거래법은 △1개 사업자의 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3개 이하 사업자의 점유율이 75% 이상일 때 △기업결합 후 1위 사업자가 될 때 △2위와 점유율 차이가 전체 점유율 합계의 25% 이상일 때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한다’고 추정한다.
 

이 부분에서 공정위의 시장 획정 단계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획정은 시장 경쟁 제한성을 따질 때 그 시장의 범위와 분야를 정하는 작업이다.
 

공정위가 이번 심사에서 관련 시장을 배달앱으로만 한정한다면 시장 경쟁 제한 가능성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해당 시장에서 두 기업의 점유율이 100%에 이르는 등 시장 경쟁 제한 추정 근거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식 배달 시장으로 범위를 넓혔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현재 20조원 가량으로 추정되는 음식 배달 시장에 비해 배달앱 시장의 규모는 7~8조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경쟁 제한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진다.
 

기업 전문 이승훈 변호사는 대체 사업자의 영향력도 시장 경쟁 제한성 완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 변호사는 “두 기업이 합병 후 시장을 독점하게 되더라도 현재 쿠팡, 위메프 등 경쟁력 있는 후발주자들의 출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 인정된다면 결합 승인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지난 2011년 이베이와 지마켓의 결합을 승인한 사례에서도 잘 알 수 있다. 당시 공정위는 “이베이와 지마켓이 결합하면 오픈마켓 시장점유율이 87.2%에 이르러 경쟁 제한 폐해가 추정된다”면서도 “인터넷 사업의 특성상 시장 진입비용이 낮아 언제든 경쟁 사업자가 나타날 수 있다”라며 결합을 승인했다.
 

당시에도 네이버 등 대규모 자본을 가진 사업자가 해당 시장 진입을 예고하는 등 이번과 비슷한 시장 환경이 조성되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플랫폼 사업을 인터넷 사업과 유사한 시장이라고 판단한다면 당시와 같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는 견해도 내비치고 있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 마지막 단계에서 M&A로 인한 효율성 증대효과가 독과점으로 인한 경쟁제한 폐해보다 클 경우 기업결합 승인 예외 조항을 적용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현대차와 기아차 또한 M&A 체결 이후 95%에 달하는 화물차 시장 점유율이 예견됐지만 국가 경제 이바지와 산업합리화 효과 등을 이유로 결합을 승인했다”라며 “이번 M&A도 독과점 폐해보다 효율성이 더 크다는 부분이 증명되면 예외 조항이 적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LG유플러스와 CJ헬로비전 M&A도 독과점 문제가 있었지만 공정위는 급변하는 시장에서 M&A로 인한 사업자의 효율성 증대와 소비자의 혜택 등을 고려해 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우아한형제들과 DH 또한 결합 이후 1,2위 사업자간 출혈 경쟁 완화와 토종 브랜드의 해외 시장 진출 등 사업자 효율성 증대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4월 있었던 배달의민족 수수료 파동 등 현재 소비자 후생 증대 효과에 대한 여론은 미비한 편이다. 오히려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수수료를 높여 폭리를 취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사안들을 종합해 공정위에서 조건부 승인을 내리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타당하다고 말한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지난 11월 8일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에 대해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시장 환경에서 결합을 통한 혁신경쟁을 촉진함과 동시에 조건을 통해 실질가격 인상 등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는데 의미가 있는 형태”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의장은 수수료 문제에 대해 “DH 와의 계약 체결 당시 수수료 유지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라며 “소상공인연합회 목소리에 귀 기울여 경쟁 업체 대비 훨씬 저렴한 수수료로 한국을 넘어 아시아에서도 괄목할 만한 경영성과를 보여주는 것에 의미를 두겠다”고 밝혔다.
 

외스트버그는 “이번 M&A는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양사의 다양한 기술을 접목시켜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스페셜경제 / 김성아 기자 sps0914@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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