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검사도 추미애 향해 “특정세력에만 충성하는 ‘가짜 檢개혁’”

▲박찬호(왼쪽) 대검 공공수사부장과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지난 10일 오후 경기 과천 법무부청사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보직변경 신고를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해 이동하고 있다.

 

[스페셜경제=신교근 기자] 진보 성향의 판사모임이자 ‘김명수 대법원’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현직 부장판사가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고위급 인사 단행에 대해 “헌법 정신에 정면 배치된다”며 공개 반발했다.

김동진(51·사법연수원 25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지금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주축으로 한 정권비리 관련 수사팀 해체의 인사발령에 관해 이야기를 꺼내고자 한다”며 서두를 던졌다.

그는 “여러 가지 정파에 의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나는 이것이 정치권력에 의한 정치적 견해나, 정치적 방향성에 대한 국민적 의견의 선택에 의해 결정될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것은 온전히 헌법이 규정한 법치주의의 문제”라고 했다.

이어 “국민의 선택에 의해 정권을 획득한 정치적 권력이 어떤 시점에서 그 힘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헌법정신과 헌법질서에 의해 반드시 준수해야 할 법적인 규범이 존재한다”며 “올바른 법조인은 언제나 고독하고 외롭기 마련”이라고 했다.

김 부장판사는 “그것은 법조인이기 때문에 겪어야 할 숙명과 같은 것”이라며 “우리가 진정으로 법조인으로서의 길을 걷고자 한다면 아마도 그것은 결코 화려한 것이 아니고, 때로는 가시밭과 같은 험난하고 고달픈 길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 민주주의 정신이라는 고귀한 헌법정신의 측면에서 성숙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면, 그와 같이 험난한 길은 우리 법조인들이 평생을 짊어져야 할 숙명과도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며 “나는 대한민국 국민들을 향해 18세기 프랑스혁명의 계몽주의 사상에 입각해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해 좀 더 깨어난 시민의식을 발휘할 것을 호소하고자 한다”고 했다.

김 부장판사는 “어떤 한 개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맹신적인 사고방식은 시민의식에 입각한 민주주의 정신에 어긋난다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리고자 한다”며 “국민적인 합의에 의해 국회가 규정한 법을 어기는 사람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법에 의해 수사와 재판을 받는 가운데 합당한 처벌을 받는 것이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이라고 했다.

이어 김 부장판사는 “대한민국의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그것이 정치적인 상황의 변화나 힘의 논리에 의해 왜곡돼서는 안 된다”며 “대한민국의 국민은 무엇이 진실인지를 알고자 하는 열망을 갖고 있다. 헌법은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정치와 법치를 함부로 혼용하는 것은 언어적인 기교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김 부장판사는 “아무리 권력을 쥐고 있는 정권이라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법률이 정한 법질서를 위반한 의혹이 있다면 그것에 대한 시시비비를 수사기관에 의해 조사를 받고, 그 진위를 법정에서 가리는 것이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정신”이라고 했다.

김 부장판사는 또 “새롭게 임명된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행한 검찰 조직에 대한 인사발령은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 내 자신 한 명의 판사로서 심사숙고 끝에 이른 결론”이라며 “나는 이와 같은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해 심각한 유감의 뜻을 표하고자 한다”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0일 오후 경기 과천 법무부청사에 도착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현직 대검 부장검사도 추미애 공개 비판

이뿐만이 아니었다. 추 장관이 단행한 검찰 고위 인사에 대해 현직 부장검사도 실명을 밝히며 “가짜 검찰개혁”이라고 비난했다.

정희도(55·사법연수원 31기) 대검찰청 감찰2과장(부장검사)는 13일 오전 검찰 내부 온라인망 이프로스에 추 장관을 향해 “장관님 1월 8일자 검사 인사내용은 충격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제가 보기에 이번 인사는 ‘특정 사건 수사 담당자를 찍어내고, 검찰총장을 허수아비로 만들기 위한 인사’라는 생각이 든다”며 “인사절차 역시 법률이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언론보도 등에 의하면, 향후 중간간부 인사가 예정된 것으로 보이고, 이미 중앙지검 1, 2, 3, 4 차장 하마평이 무성하다”며 “만약 그 인사에서도 ‘특정사건 관련 수사담당자를 찍어내는 등의 불공정한 인사’를 하신다면, 저는 장관님이 말씀하시는 검찰개혁이라는 것이 ‘검찰을 특정세력에게만 충성’하게 만드는 ‘가짜 검찰개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 부장검사는 “장관님 ‘특정사건 관련 수사담당자를 찍어내는 등의 불공정한 인사’는 ‘정치검사 시즌2’를 양산하고 시계바늘을 되돌려 다시 검찰을 ‘정권의 시녀’로 만들 수 있다”며 “검찰이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서 검찰권을 행사하는 진정한 국민의 검찰이 될 수 있도록, ‘진짜 검찰개혁’을 고민하고 추진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신교근 기자 liberty1123@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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