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 = 김은배 기자]한국씨티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을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의 행보에 역행하는 홀로 이자율 낮추기에 나서면서 틈새시장 노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근 시중은행들은 주담대가 불어날 것을 우려해 금리를 대부분 올렸지만 씨티은행은 주담대 비율이 상대적으로 적어 배팅을 해볼 만한 상황으로 보인다. 다만 씨티은행의 이같은 행보가 출혈경쟁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또한 제기된다.

3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전월 신규 취급액 기준 국내 은행들의 분할상환방식 가계 주담대 금리는 평균 2.74%로 나타났다.

특히 씨티은행의 주담대 이자율이 2.33%로 제일 낮았다. 4대 시중은행들과 비교하면(▲신한은행 2.56% ▲우리은행 2.60% ▲KEB하나은행 2.68% ▲KB국민은행 2.69%) 이들의 평균적인 금리보다 0.2~0.3%포인트 가량 낮은 수준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씨티은행의 주담대 이자는 주요 은행들에 비해 비싼 편이었다. 실제로 전월 씨티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59%였다. 이는 신한은행(2.59%)과 같은 수준으로, 우리은행(2.40%)과 하나은행(2.57%)보다 높았다.

그러나 이후 1개월간 씨티은행의 주담대 평균 이자율이 0.26%p나 떨어지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이런 변화는 동기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하락한 모든 은행들 중 제일 큰 하락폭이었다. 대조적으로 우리은행은 0.20%p, 하나은행은 0.11%p, 국민은행은 0.05%p씩 주택담보대출 평균 이자율이 올랐다. 신한은행이 0.03%p 내린 수준이었다.

이같이 주요 은행들의 주담대 금리가 대체로 오름세를 나타낸 데에는 예대율 규제의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천문학적 규모로 확대된 가계부채와 솟아오르는 부동산 값을 잡기 위해 근시일내 예대율 계산 방식을 바꾸기로 하면서,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을 늘리기 어려운 입장이 됐다.

예대율은 은행의 보유 예금과 비교해 대출금이 어느 수준인지를 보여주는 수치로, 100%를 넘기면 대출을 제한받게 된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가계부채 증대를 누르기 위해 내년부터 이 러한 예대율 산정 시 가계대출은 가중치를 15% 상향하고, 기업대출은 15% 하향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계획이 현실화 되면, 이미 예대율이 100%에 달하는 은행들로서는 가계부채의 핵심인 주담대를 확대하는데 있어 부담이 커지게 된다. 금년 상반기 말 4대 은행 예대율은 ▲국민은행 97.7% ▲하나은행 97.3% ▲신한은행 97.0% ▲우리은행 96.9% 등으로 평균 97.2%로 집계된 바 있다.

다만, 현재 씨티은행의 예대율은 비교적 큰 폭으로 낮다. 씨티은행이 적극적으로 이자율을 낮춰 주담대 영업 승부수를 띄워볼 수 있는 이유다. 씨티은행의 금년 상반기 말 예대율은 80.7%로 대형 시중은행들을 10%p 이상 하회했다.

아울러 씨티은행은 주담대 비중 자체도 여타 핵심 은행들에 비해 낮은 편이다. 규제 강화를 앞두고 주담대를 늘리는데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씨티은행의 이같은 행보가 주요 은행들도 주담대 이자율 경쟁에 뛰어드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로 내리면서 대출 금리 인하가 전망 돼서다. 낮아진 기준금리를 반영하면 대출 금리를 내려야 하지만 규제를 감안하면 이에 쉽게 손대기 힘든 입장인 은행들 입장에서는 고심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연 1.50%에서 1.25%로 0.25%p 내리기로 했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기록했던 역대 최저치로 회귀하게 됐다.

 

스페셜경제 / 김은배 기자 silvership@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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