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내년 1월 1일부터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 실시 예정이었던 주 52시간 근무제가 사실상 연기됐다.

정부는 법정 노동시간을 준수하지 못하더라도 처벌을 유예하는 충분한 계도 기간을 부여하고, 재난·사고 등 긴급한 경우에만 허용했던 특별연장근로 인가요건에 ‘경영상의 이유’를 추가하는 등 절차를 대폭 완화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8일 브리핑을 통해 “현장을 파악한 결과 중소기업의 경우 내년 1월 1일부터 제도를 적용하기에 준비가 덜 됐다고 판단했다”며 “앞서 300인 이상에 부여한 것을 감안해 그보다 충분한 계도기간을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경영계에서는 특히 중소기업과 해외사업장에는 계도기간 연장보다 적용 유예가 더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정부가 강력한 단속을 하지 않고 행정처분을 내리지 않더라도 근로자가 직접 검찰에 고소하는 경우, 사업주에 대한 사법처리는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 충분한 계도기간을 부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위반을 해도 처벌을 하지 않는다는 것일 뿐 제도 자체를 시행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1일 “50~299인 중소기업은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계도기간을 주기보다 일정기간 적용을 유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한경연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근로시간은 단축하면서 동일한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규인력을 채용해야 한다. 그러나 경기 침체로 수익성이 악화된 중소기업은 신규인력을 채용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여력이 있는 중소기업이라고 하더라도 구인난으로 인해 신규 채용이 어려워 중소기업의 생산 수준이 덜어지면 납기 지연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대기업의 경우도 신제품을 개발할 때 협력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이 신제품에 포함되는 새로운 시제품을 적기에 납품하지 못하면 신제품 개발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경영 측은 “해외사업에 파견하는 국내 근로자에 대해서도 예외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건설사 등 해외사업장에 국내 근로자를 파견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으로 해외 현지사업 진행에 애로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지국 또는 발주처가 주 6일 근로에 기반해 공사기간 준수 등을 요구할 경우 현지 인력을 관리 감독하는 국내 파견 근로자들은 주 52시간제 사실상 지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경영계에서는 계도기간 부여보다 일정기간 근로시간 단축 적용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또 한경연은 정부가 보완 방안으로 제시한 계도 기간은 법적 성격이 명확하지 않아 많은 영세중소기업 사업주들이 범법자로 몰리는 등 시장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업장 감독이나 진정 건은 고용부가 시정조치 등의 행정 처분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고소·고발 건은 형사사건으로 수사 후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 사법적 절차에 따라 처리돼 검찰의 판단에 따라 심각한 위반행위로 간주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경연 추광호 일자리전략실장은 “탄력근로시간제 단위기간 연장, 선택근로시간제 정산기간 연장, 특별 인가연장근로 사유 확대, 고소득전문직 근로자 근로시간 규제 적용 제외 등 근로시간 단축관련 보와 입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외사업장에 파견된 국내 근로자, R&D 부서 인력 등에 대해서는 산업 및 업무 특성에 맞는 근로시간제도를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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